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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도전' 기성용, K리그 복귀 불발 전화위복 될까

기성용, 스페인 마요르카 입단... 한국인 7호 프리메라리가 선수

20.02.26 08:38최종업데이트20.02.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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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 ⓒ 연합뉴스


기성용이 스페인 무대에서 축구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페인 1부리그 프리메라리가 RCD 마요르카는 25일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의 영입을 발표했다. 마요르카는 기성용의 축구 경력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EPL에서 186경기 출전 15골,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 3회 출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 3회 수상 등을 비중있게 다뤘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던 기성용은 이번 겨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상호합희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렸다. 한때 K리그 복귀를 타진하며 FC서울, 전북 현대와 협상에 나섰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국내 복귀를 포기했다. 유럽파 출신 스타플레이어의 K리그행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은 실망했고 기성용 본인도 이 과정에서 적지 않게 마음을 상했다.

기성용은 결국 다시 해외무대로 눈을 돌렸고 예상보다 빨리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기성용의 에이전시 'C2 글로벌'은 지난 2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기성용의 스페인 출국 소식을 알리며 라리가 1부 리그행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기성용의 스페인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몇 년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부상과 부진 속에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하향세를 타는 듯 했던 기성용은, 또다른 빅리그인 스페인 진출을 통하여 여전히 유럽 상위 무대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절대 기량이 떨어져서 K리그 복귀를 고려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새로운 도전 '시작'

결과적으로 K리그 복귀가 불발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모양새다. 프로축구연맹은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기성용이 K리그로 복귀했더라도 강제 공백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기성용에게 그라운드에서 뛰지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이었다.

기성용과 마요르카의 계약기간은 올해 6월까지다. 기성용의 활약과 마요르카의 잔여시즌 성적에 따라 재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혹은 3개월 뒤에 K리그 복귀를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 유럽파의 간판 손흥민의 팔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과, K리그 개막 연기라는 잇단 악재에 실망한 축구팬들에게 올시즌 기성용의 스페인 무대 도전을 지켜보는 것이 새로운 위안이 될 만하다.

K리그나 FC서울도 기성용 파동의 후유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불발된 것을 두고 앞으로 '유럽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애초에 문제를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도 있다.

박주영, 이동국, 박주호, 김보경, 김진수 등 유럽무대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와서 잘만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훨씬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기성용의 국내 복귀 불발은 특정 선수와 특정 구단간 애초에 잘못된 계약과 협상태도의 문제였을 뿐, 유럽파와 K리그 전체의 문제로 확대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팀을 찾았고, K리그는 재정비의 기간에 돌입했으니 이제 서로가 각자의 길에 충실할 일만 남았다.

스페인 라리가는 축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벽과 같다. 라리가에서 뛰었던 한국인 선수는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 등이 있지만 누구도 라리가에서 확실하게 성공했다거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할만한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잉글랜드에서 박지성-손흥민, 독일에서 차범근 등이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과 비교된다.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기성용에게는 빠른 공수전환과 피지컬을 요구하는 잉글랜드보다 아기자기한 볼점유를 더 중시하는 스페인 리그가 더 잘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은 예전부터 있었다. 기성용 본인도 스페인 무대가 어린 시절부터 오랜 꿈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대신 또 한 번 험난한 주전경쟁과 강등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기성용의 과제다. 스페인 남동부 지중해 연안의 마요르카 섬을 연고로 하는 중소규모 구단인 마요르카는 90년대 후반-2000년대로 이어지는 짧은 전성기를 제외하면 주로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평범한 클럽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부리그까지 추락했다가 올시즌 무려 7년만에 1부리그로 올라왔고, 올시즌에는 라리가 18위에 그치며 역시 강등권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팀내 아시아 선수로는 레알 마드리드 출신으로 유명한 일본 유망주 구보 타케후사가 1년 임대생 신분으로 뛰고 있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선덜랜드(임대)-스완지시티를 거치며 매년 강등전쟁을 수차례나 치러 본 경험이 있다. 단기계약인 기성용으로서는 팀이 강등되더라도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그만큼 즉시전력감으로 빨리 실력을 증명해야한다는 책임감은 크다. 절친 이청용을 비롯하여 윤석영, 김보경, 차두리 등의 사례처럼 강등을 몇 번씩 경험하는 것은 개인 커리어에 있어서도 오점이 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현재로서 스페인 무대가 기성용의 마지막 도전이 될지, 혹은 다시 K리그 복귀를 타진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은 마요르카에서 자신의 기량과 가치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인 선수들이 아직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라리가에서 기성용의 더 큰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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