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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의 미래? "배구 인프라 확보가 급선무"

[유소년배구 인터뷰] KB손해보험 유소년 클럽 코치 이선규 SBS 스포츠 해설위원

20.03.06 14:22최종업데이트20.03.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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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해설위원처럼 V리그에서 활약했다가 은퇴한 선수들이 유소년 지도에 뛰어들면 구단에서도 자연스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 KB손해보험


축구나 농구와 비교했을 때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다. 앞선 두 스포츠보다 장소의 제한을 좀 더 많이 받는 데다가 언더, 토스, 스파이크라는 세 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로 차거나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기본 동작의 간결함에서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진다. 

가장 기본 동작이라 불리는, 공을 받아서 올리는 '언더'라는 자세만 따로 놓고 보아도 처음에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원하는 대로 보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배구를 해 보면 생각보다 '배구를 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KOVO에서 관할하고 있는 '유소년 배구클럽'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이 '배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자 KB손해보험의 유소년 클럽 육성팀장을 맡고 있는 이선규 위원의 지도 방식도 그러한 결을 같이 하고 있었다. 21일 이선규 해설위원과 전화 통화로 '유소년 클럽'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이 위원은 배구 인프라 확보에 있어서 “운동 공간이 제일 급선무이다”라고 말하면서 구단과 연고지의 관심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기수별로 유소년 클럽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다가올 5기에서는 레벨, 학년별로 7개 반으로 나누어 175명 정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유소년 클럽에 대한 유튜브 영상도 제작할 정도로 클럽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선규 위원은 배구를 중학교 3학년 올라갈 때 시작했다. 운동을 늦게 시작한 것이 운동하면서 제일 아쉬웠다고 운을 뗀 이 위원은 가능성 있는 아이들이 배구를 빨리 접해서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노력해야 했던 자신과 같은 경우가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KB손해보험의 유소년 클럽 육성팀장을 맡게 되었다고 했다.

유소년 클럽 수업에서는 배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을 가장 중점적인 목표로 둔다. 공이 바닥에 안 떨어질 정도로 어느 정도 주고받을 수 있게끔 기본적인 것만 해도 아이들이 재미를 많이 느낀다.

처음에 언더 손잡는 방법도 몰랐던 아이들이 점차 안정적으로 자세를 습득하고 공에 대한 무서움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공을 받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배구에 대한 애착이 선수 시절과 또 다르게 느껴진다는 이 위원의 전언이다.

이선규 위원은 "어린 아이들일수록 접하는 속도가 정말 다르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배구를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면 몸이 배구에 맞춰서 변한다"고 말했다. 또 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키가 크는 것이 유소년 배구 클럽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클럽 수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KB손해보험 유소년 클럽에서도 엘리트 전향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아버지가 미국 사람인 송제이미 학생은 연천에 살면서 KB손해보험의 유소년 클럽 수업이 열리는 의정부로 왔다 갔다 하면서 배구를 배우고 있다. 송 학생 역시 배구가 좋아서 유소년 클럽으로 시작을 했다가 엘리트 배구부로 진로를 준비 중에 있는 경우이다. 이 위원은 송제이미 학생에 대해 인성이 너무 바르고, 배구에 대한 열정이 높은 학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선규 위원처럼 V리그에서 활약했다가 은퇴한 선수들이 유소년 지도에 뛰어들면 구단에서도 자연스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이 위원은 배구 인프라 확보에 있어서 "운동 공간이 제일 급선무"라면서 체육관 구하는 문제가 쉽지 않은데 KB손해보험 프런트와 의정부시에서 많이 신경 써 주고 있다며 구단과 연고지의 관심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위원은 맨투맨만 할 줄 알아도 배구 저변 확대가 훨씬 수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 KB손해보험


"배구가 축구나 농구처럼 쉽게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이 위원은 "맨투맨(한 명이 공을 때리면 다른 한 명이 리시브하는 웜업 운동)만 할 줄 알아도 저변 확대가 훨씬 수월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위원은 "일전에 다른 나라에 갔을 때 모래사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맨투맨을 하는 걸 봤었는데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정말 재미있게 놀더라. 야구의 캐치볼과 같은 형식으로 배구를 그 정도 수준으로만 해도 재밌는 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에게 배구가 재미있는 운동이 된다면 배구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배구를 어떤 운동으로 인식하느냐가 미래 세대의 배구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 위원과 같은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배구인들의 숨은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거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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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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