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현장] 2020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공모전 콘텐츠 시상식 개최

등록 2020.02.26 09:22수정 2020.02.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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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에 열린 시상식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월 21일 금요일 오후 4시 영등포에 있는 카페 봄봄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주최한 '청소년, 노동안전을 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2020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콘텐츠 공모전(이하 공모전) 시상식이 개최됐다. 청소년, 노동, 안전보건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만남이기에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대부분 청소년은 자기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기회를 얻기 어렵다.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그중에서 노동안전보건 영역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문제는 청소년들이 감당해야 하는 소위 '일을 배우는 과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번 공모전은 청소년 노동자가 경험하고 있는 일터의 다양한 위험에 주목하며 당사자가 직접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콘텐츠 형식으로 풀어 담아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올해 1월 통계청의 연령계층별 취업자 자료에 따르면 15~19세 연령대의 노동자가 20만 5천 명 가량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작년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 노동인권·노동인권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학생 15.9%(1천375명)가 최근 1년 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물품을 사기 위해'가 83.9%, '사회생활 경험을 쌓기 위해'(40.9%),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28.7%), '가계에 도움이 되고자'(17.3%), '학비 마련'(16.1%)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 이 같은 질문은 일하는 청소년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관점과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청소년은 노동해서는 안 되는 존재 혹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간주하는 것, 바로 이러한 점이 청소년들이 직접 문제를 밝히고 해결을 요구하는데 어려움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한 총 21개 개인/팀은 이러한 편견을 넘어 당당하게 청소년이 바라본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석하고자 노력했고 웹 포스터, 동영상, 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응모하였다. 연구소는 회원과 청소년 노동인권 활동가와 함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안전보건 관점의 명확성, 젠더 및 인권 감수성, 추후 활동과의 연계성, 콘텐츠의 완성도, 주제의 독창성, 사회화 가능성을 심사 기준으로 총 4편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무엇보다 작품에서 노동안전보건 관련 내용이 얼마나 다뤄졌는지, 단순한 정보 취합 방식이 아니라 지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녹여 내고자 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시상식에는 당선된 4개 팀 중 3개 팀(혜성특급있나영? 있지연 팀, 장우석/임정우 팀, 이샛별)이 참석하여 작품 상영 및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을 통해 궁금했던 내용을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어떤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지, 작품 제작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영상 부문에서 선정된 '혜성특급있나영? 있지연'팀(윤혜성, 김나영, 김지연)의 <'알'고 하자, '바'른 알바>는 주인공인 청소년 노동자가 편의점에서 겪는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필요하기에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참고 일하는 현실을 생동감 있게 펼쳤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필요한 현실과 노동자의 (법적)권리를 강조하며 행동할 것을 제안하는 요정의 말에 갈등하고 타협하다 결국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가는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큰 평가를 받았다.

'장우석, 임정우'팀의 <네모난 세상에 이런 일이!>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활용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현실적이라 여겨지는 게임 공간에서조차 노동자가 겪는 임금 미지급, 일터 괴롭힘, 산업재해 등 문제는 대단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카드뉴스 부문에 선정된 이샛별씨의 <청소년, 알바를 하려면>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가독성을 높였으며 청소년 노동과 비청소년 노동, 청소년 노동자와 비청소년 노동자가 동등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두드러졌다. 또한 산재보상 보험제도의 주요한 핵심 내용을 짚어주면서 노동자의 주요한 권리 중 치료받을 권리를 안내하였다.

최은수씨의 <어려도 똑같은 노동자!>도 카카오톡 형식을 활용해 모두에게 친숙한 디자인을 구현하였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한 측면이 눈에 띄었다.
 

당선 작품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출품된 작품 전체를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가장 먼저 청소년에게 노동자의 건강 문제, 노동안전보건이란 문제가 어떻게 이해되고 인식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많은 작품이 근로기준법 등 법 제도를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청소년들에게는 산업재해, 안전·보건은 더욱 생소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과 조건을 이번 공모전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보건 문제는 비청소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중요한 권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미래의 노동자가 아닌 지금 당장 자신의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미뤄도 되는 권리가 아닌 지금 당장의 권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과정에 이번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의미 있게 전달되길 바란다. 선정된 작품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https://kilsh.tistory.com/2438)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나래 상임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 #청소년알권리 #노동안전보건 #노동자건강권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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