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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 미안함 따윈 없다... 일본의 폭력적인 코로나 대응

[일본 어제오늘] 통제할 뿐 희망은 주지 않는 국가에 대하여

등록 2020.02.27 21:20수정 2020.02.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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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관리공단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방역작업은 코로나 사태 이 후 매주 4일에 나눠 총 29개 공영차고지에 시행하고 있다. ⓒ 이희훈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위협을 뼈에 사무치게 체감하고 있다. 나노의 영역까지 파고든 현대의 과학, 의학으로도 이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를 막기는 힘들다. 감염자를 격리하는 일 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개인과 사회를 향한 국가적 통제는 필수불가결한 상태가 됐다. 공공의 안전이 위협 당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통제'를 가하고 국민이 이에 따르도록 유도하여 '안전'이라는 궁극적 결과를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어떤 제한을 가한다는 원리 자체야 쉽지만, 그 통제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대한 디테일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현 국면에서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라는 통제수단이 사용되는데, 이 격리에도 소극적 의미의 '자가 격리'에서부터 특정 질병에 노출된 사람들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제한하는 '코호트 격리'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강제성도 각각 다르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공간을 봉쇄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인신을 구속하느냐에 따라 대응 수요와 수반되는 노력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이러한 통제에는 통제 상황 바깥에 있는 다수의 안전이 중요하지만, 통제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구속을 가할지언정, 통제 당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희생의 시스템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적 통제책이 처절히 실패한 사례를 이미 알고 있다. 37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거의 완전한 물리적 봉쇄를 가하고서도 691여 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아직까지도 그 후환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 크루즈'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격리만 하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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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탑승자 3천여명에 대한 검역이 선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 초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입항을 거부, 그곳에 타고 있는 3700여 명의 승무원, 승객을 해상에 고립시켰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1차적이고 원초적인 봉쇄조치였다.

일단, 크루즈 내 격리라는 일본 정부의 결정 자체가 좋았다 나빴다 단순히 판단하긴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도 없고 그 위험성도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선을 금지하고 배를 완전히 해상 격리하는 방법은 물론 과격하지만 일단의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조치였다. 일본 정부는 원초적 봉쇄, 즉 일본 본토(육상)로부터 물리적 격리를 거의 완전히 실행했다는 것에 안심했던지 크루즈선 내부의 상황과 감염병 확산 통제에 대해서는 치밀함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짧은 틈새에 일본 크루즈는 '바이러스 배양접시'로 돌변했다.

이에 각계의 비판이 뒤따랐다. 국제정치학자인 미우다 루리 박사는 <아사히 신문> 칼럼을 통해 크루즈가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총량을 늘려버렸다"라고 꼬집었으며, "격리는 파탄"됐다는 비판적 기사도 잇따랐다.

그런가 하면 전 니가타현 지사이자 의학박사인 요네야마 류이치는 크루즈 봉쇄조치 이후 일본 정부의 방치 상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단 봉쇄하기로 결정한 이상,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반 지원 요소"를 만전으로 준비해 크루즈 내부 사람들의 안전을 도모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들의 지적은 '격리만 하면 오케이'라는 일본 정부의 무사안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4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그 좁은 공간에 고립시킨 행위 자체도 그리 타당했다고 볼 수 없지만, 격리 이후 제대로 된 통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일본 정부의 조치가 더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실제로도 일본 정부의 초도 대응은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14일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월 3일만 해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검사도 하지 않고 하선시킨다는 방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틀 뒤인 5일,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하선 금지로 상황이 급변했고 결국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의 인신을 구속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방침이 하룻밤 사이 손바닥 뒤집듯 전환되었다는 뜻이다.

격리 지역은 '포기 지역'이 아니다

위에서 이어지는 논의지만 강제력까지 동원하여 국민들의 인신을 제한하기로 한 이상, 국가는 국민들의 불편과 희생에 응답할 수 있는 철저한 안전보장책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 크루즈의 방역 실패 또한, 의학적 요인이 아닌 관리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

앞서 요네야마 박사에 따르면 ▲ 극히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도 공간에 대한 통제가 미비했고 ▲ 승객들의 체온 등 주요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으며 ▲ 크루즈 내에서 공무원들의 사무작업이 이루어지는 등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정부 당국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통제카드를 꺼내 들고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국가가 해야 할 조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일본 후생성 하시모토 부대신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현장은 이런 느낌. 이미지에서 글자를 읽기 어렵지만 왼쪽이 '청결 통로', 오른쪽이 '불결 통로'입니다" 라고 적으며 사진을 첨부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크루즈 내의 허술한 공간 격리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사진은 삭제됐다. 위 사진의 출처는 이와타 켄타로 교수의 트위터. ⓒ 트위터 캡처

 
'코로나 섬', '감염병의 핫스팟'이라는 오명이 말해주듯 크루즈 내부 상황이 비참했던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 누구보다 크루즈 내부의 상황을 잘 체감했을 일본 크루즈 승객들의 모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내 격리 생활자 지원 긴급 네트워크'가 지난 11일 일본 후생성을 상대로 낸 요청서에 따르면 "병 징후가 나타난 승객을 방치하고 그들의 요청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들이 발생했으며 그 모습이 "흡사 야전병원"과 같았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주도한 선내 격리 대책으로 인해 감염 상황이 진정되기는커녕 "감염의 폭발적인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 요청이 있었던 것은 2월 17일, 일본 크루즈의 봉쇄가 시작된 것이 2월 3일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2주 동안이나 내부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무책임, 방치가 지속된다면 통제를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자신들을 포기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통제 당하는 지역도 결국은 치료되고 회복되는 여정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주 폭력적인 대처

현재와 같이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시점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발상'이나 '공공을 위한 통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생각은 추후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리주의는 전체주의와 철저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말 할만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 일본 최후의 사상가로 불리는 후지타 쇼조는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모든 사물의 근원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송두리째 없애 버리려는 동기"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이야기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불쾌함을 피하려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과는 다르다. 그것은 불쾌함이 존재하는 원천 자체를 부정하는, 절멸적이고 폭력적인 감정이다. 이를테면 나와 사이가 나쁜 직장 동료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나와 직장동료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과 갈등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사이가 나쁜 직장 동료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본 크루즈 사태에서도 이 같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나 감정이 일부 존재했었다고 본다. 몇몇 일본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점검해 보자.

먼저, 아래는 지난 18일 있었던 일본 후생성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의 일부이다. 이날 가토 가쓰노부 후생성 장관은 3700명에 달하는 사람을 크루즈 내에 고립시킨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묻는 일본 기자의 물음에 이와 같이 답했다.
 
"(사람들을) 가둬 놓은 것이 아닙니다. 검역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국내 상륙에 대해 필요한 수속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답변은 일본 정부가 크루즈 내에 타고 있는 자국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크루즈 문제의 본질은 제쳐두고 승객을 '가두거나 유치(留置)'한다는 뜻의 표현 '留め置い'의 활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관의 모습에는 2주간 선상에서 일신을 구속 당한 국민에 대한 배려와 미안함 따윈 없다. 

통제를 당한 사람의 입장이 아닌, 철저히 통제를 가한 정부당국의 입장에서의 서술인 것이다. 그토록 우악스러웠던 통제정책이 오직 입국을 위한 검역 절차였을 뿐이고 또 '그것이 전부'라는 발언에서는 크루즈 내 승객들이 겪었던 두려움과 불편함 등을 외면하는 듯한 태도가 비친다.

크루즈 사태를 다소 모멸적으로 비유한 인사도 있었다. 지난 20일 일본의 전 관방장관이자 자민당 유력 정치인인 호소다 히로유키는 자민당 내 정파 모임(호소다 파)에서 참석, "부담스러운 흰색 배(大變な白船)가 왔다"며 일본 크루즈 사태를 평가했다.

여기서 '흰색 배(大變な白船)'란 19세기 일본의 개항을 요구하며 무력시위를 했던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에 대칭시킨 표현이다. 즉, 크루즈를 폭력적 개항의 상징인 페리 제독의 '흑선'과 동일하게 취급한 것이다. 일본 크루즈에 타고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졸지에 일본을 위협하는 적으로 둔갑시키는 발언이었다. 

일본 당국의 일방적 통제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순응했던 크루즈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비유일 수밖에 없다. 아니, 3700명의 탑승객 중 외국인은 차치하고서라도 1281명에 달하는 일본 국민은 어째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이후 호소다 히로유키는 이 발언의 저의를 추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크루즈 사태가 의외"였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이 또한 일본 정계 특유의 전체주의적 발상을 잘 보여준 발언이었다.

통제와 동시에 '희망'도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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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정박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했던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이 19일 새벽 김포공항에 착륙한 공군3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0.2.19 ⓒ 연합뉴스

 
감염병 국면에서 전체주의적 발상이 제거되어야 한다. 이는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 또는 일부 확진자의 이기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확진자들의 존재 자체를 비난할 순 없는 것과도 같다. 바로 거기서 우리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갈 수 있다.

물론 통제 또한 어떤 면에서는 부득이하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인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통제를 당하는 사람, 통제를 바라보는 사람 그 누구도 기분이 좋을 순 없다. 희생이 따르는 것에 분노할 수도 있고 비판을 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통제에는 책임이 따른다. 강제력까지 써서 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궁극적으로 그에 걸맞은 안전이 제공될 것이라는 희망도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일본 크루즈에서 나타난 일본 정부의 통제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줄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 통제의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지 못한 강제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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