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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기생충' 사회의식 깊이 공감"
봉준호 "청와대서 대장정 마무리, 기쁘다"

봉준호·송강호 등 영화 '기생충' 배우·스태프 등 청와대 초청 오찬... 김정숙 여사 '짜파구리' 대접도

등록 2020.02.20 15:14수정 2020.02.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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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일 오전 11시 40분,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 이곳에서는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은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 등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사전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날 청와대 오찬에는 봉 감독과 송 배우 외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장연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이정은·박소담·최우식·이선균·조여정·박명훈·장혜진·정지소·정현준 등이 초대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의 연세대 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육성철 행정관과는 어떤 인연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봉 감독은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주고 그랬다"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육성철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 비디오도 찍어주고 그랬다"라고 화답했고, 봉 감독이 "제가 결혼 비디오 등등 많이 찍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11시 55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사전환담장에 입장해 봉 감독 등과 악수를 나눴다. 봉 감독이 특별히 "우리 정현준 배우입니다"라고 아역배우를 소개하자 문 대통령이 키를 낮춰 악수를 나눴고, 김정숙 여사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정현준 아역배우는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정선균 분)의 아들 '다송역'을 맡았다.

오찬장인 인왕실로 이동하기 전 문 대통령과 봉 감독의 짧은 대화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 "지금까지 오는 동안 정말 대장정이었죠. 영화 촬영 마치고부터."
봉준호 감독 : "네. 이렇게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 배우들, 스텝분들도 같이 와서."

문재인 대통령 : "약간 꿈 같은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 : "축전 보내준 거 잘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 "아내가 특별한 팬이다."
김정숙 여사 : "남편과 같이 영화관에 가서 봤다. 그 다음에 또 한번..."

봉준호 감독 : "두 번? 그럼 즉석 퀴즈 내드리겠다. (배우 중 한명을 가리키며) 이 배우 이름은? (일동 웃음)"
김정숙 여사 : "근세(박명훈 배우)."
봉준호 감독 : "맞다."

김정숙 여사 : "눈 때문에 알겠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웃음).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 눈 때문에 금방 알아봤다."
봉준호 감독 : "(근세의 박명훈 배우는) 최근작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 "박소담씨 제시카송 가사를 누가 지어준 건가?"
박소담 배우 : "감독님이다."
봉준호 감독 : "일본 관객들도 그걸 쓴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연을 맡은 송강호 배우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을 각각 한 권씩 증정했다. 이어 낮 12시 1분께 문 대통령 부부와 봉 감독, 송 배우 등은 오찬장인 인왕실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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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화예술계도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

문재인 대통령은 오찬 전 발언에서 "아마 축하인사를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대통령의 축하 인사도 특별하지 않다"라며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얻고, 그 영예의 주인공이 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 스태프, 제작사 모두의 성취에 정말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그리고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또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라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을 축하했다.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최고 영화제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웃음) 그러나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서 비영어권 영화라는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 아주 특별히 자랑스럽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영화 <기생충>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이 어느 특정한 일부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우수하고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라며 "이미 BTS를 비롯해서 K-팝에 전세계 사람들이 경탄하고 있고,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한국 드라마가 많은 나라에서 많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약간 방향을 바꿔 보면 세계 유수의 국제 음악콩쿠르에서도 가장 많은 입상자를 배출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라며 "이렇게 한국이 일부 분야가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이미 변방의 문화가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했고, 인정받는 세계적인 문화가 됐다, 그런 특별한 자랑스러움을 가지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까지 문화예술산업분야의 저변이 다 아주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계도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제작현장이나 영화 제작, 배급, 상영, 유통구조에서도 여전히 불평등한 요소가 남아있다."

"확실히 지원하겠다,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는데 그게 반대도 많이 있고, 속시원하게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라고 토로했다.

"영화산업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표준근로(표준근로계약) 시간제, 주 52시간 등이 지켜지도록, 봉 감독과 제작사가 솔선수범해서 준수해주었는데 그 점에 경의를 표한다. 선한 의지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제도화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영화 작업이라는 게 늘 단속적인 만큼,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충분히 보장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

문 대통령은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 등이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한마디로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린다거나 확실히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영화가 다 끝나고 난 뒤에도 여기 올 때까지 힘든 장정이었을텐데 오늘 하루는 마음껏 즐거운 시간이 되고 축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늘 점심 오찬 메뉴에는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라며 소개해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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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배우 송강호, 박소담. ⓒ 연합뉴스

 
"대통령이 길게 말하는 걸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어 참석자들을 대표해 답사에 나선 봉 감독은 "지금 바로 옆에서 대통령이 길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라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나 송강호 선배, 최우석씨 다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웃음) 작품에 대한 축하에서부터 한국대중문화를 거쳐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언급을 거쳐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 (무척 길다). (한진원 작가를 보며) 시나리오 2페이지 정도 분량이 되지 않니? 이 엄청난 것을 분명히 암기한 것 같지는 않고, 평소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낸 것 같다."

봉 감독은 "저희 다 같이 미국에서 많은 시상식을 봤지만 지금 (대통령이) 말한 것의 4분의 1 정도의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 보면서 했다"라며 "대사를 많이 외우는 미국 배우들조차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웃음)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 너무나 조리있게, 또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걸 보고 저는 글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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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봉 감독의 대학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행정관. ⓒ 연합뉴스

  
봉 감독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작년 칸부터 한국과 프랑스, 여러 나라에서의 개봉을 거쳐서 아카데미, 오스카를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근래 (배우와 스태프 등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라며 "되게 오랜만에 보는 스태프도 있고, 다송이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광스럽게도 청와대에서 이렇게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너무 기쁘다"라며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거듭 인사를 건넸다.

송강호 배우도 발언에 나서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라고 재치있게 말을 이었다. 송 배우는 "음식은 우리 민족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정서가 (담겨 있다)"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게 특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송 배우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준 대통령 내외께 감사한다"라며 "또 오늘이 마지막 공식행사고, 2년의 긴 마지막 행사다, (그렇게) 뜻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마련)된 것 같이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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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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