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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과 '10시간', 이자스민이 본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차이점

[인터뷰] 이자스민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버텼으니, 현장에서 답 찾으려 했다"

등록 2020.02.14 11:15수정 2020.02.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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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전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혁진

4·15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총선 출마를 밝힌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인재영입'을 통해 당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의당에선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이주민 대변인'으로 잘 알려진 이자스민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19대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19년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도 했으나 일각에서는 '철새', '기회주의자' 등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는 지난 11일 정의당 대표실에서 이 전 의원을 직접 만나 어떤 각오를 했는지 들어봤다.

"'뚝딱' 통과시키는 새누리당... 정의당, 10시간 회의하더라"

- 제19대 국회의원이 된 후의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각오가 남다를 듯한데.
"19대 때는 정말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 만 명의 이주민들을 대변하는 사람이었고 그만큼 신중했다. 법안 마련이나 맡은 일도 너무나 무거워서 중간에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면 33만 이주여성이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견뎠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지금은 악플을 읽어도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4년간 조용히 지냈다. 뉴스와 관련된 앱들을 지우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지금하고 있는 이주민을 위한 꿈드림학교 운영과 강연, 교통방송에서 라디오 진행을 1년 반 정도 했다. 언론의 관심도 부담스러웠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후보자였던 유승민 의원이 보내준 출마선언 문자를 보고야 바른정당이 생겼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 지난 2019년 11월 정의당을 택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2018년 김종대 의원의 연락이 왔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재발의하고 싶은데 만나달라고 했다. 내가 19대 국회에서 정성과 노력을 많이 들였던 법안이고, 법안이 필요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을 생각하면 다시 발의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만나게 됐다. 그때, 김종대 의원이 자기보다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이자스민 전 의원'이라고 들었는데, 나의 밝은 모습에 놀랐다고 하더라.

그 이후 심상정 대표가 먼저 제안을 하셨다. 심 대표와는 19대 의원시절 환노위 상임위장에서 마주앉았다. 내가 질의할 때 맞은 편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주셨고, 늘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심상정 대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2016년 국회를 떠나고 난 뒤,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주민 관련 정책이나 법안의 언급 빈도가 3분의 1로 줄었다. 이주민 정책은 인식 전환이 전제 되어야 한다. 이슈화나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추진의 힘을 받지 못한다. 내가 다시 공론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정치권 들어간다는 건, 그 많은 욕을 다시 듣는다는 거 아닌가. 주변 사람들과도 의논하며 긴 고민이 있었다. 여태 버텨냈으니, 더 이상 숨지 말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의당이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이 제일 컸다. 심 대표님과는 두 번 더 만났고, 세 번째 만났을 때 입당을 결심했다. 지금은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발의한 법 중에 이주민을 위한 법안은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에서 이주민은 투명인간이었다. 또,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은 투명정당이었다. 소외계층에서도 소외된 이들이지만 정작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 정의당에서는 목소리가 안 나왔다. 정의당과 이주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이주민인권특위위원장의 역할이다."

- 성향이 매우 다른 정당이다. 낯설진 않은가? 당시 새누리당과 현재 정의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내가 먼저 심상정 대표에게 물어봤다. 난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을 한 사람인데, 정의당원들이 받아들이겠냐고. 심상정 대표가 '정의당 당원들은 열린 생각과 현명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고 답하시더라. 그렇게 심상정 대표와 당원들을 믿고 정의당으로 왔다. 원래 처음은 낯설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그 낯설음이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정의당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다. 정의당 전국위원회에 인사차 참석을 했을 때 안건 11개를 놓고 토론을 했다.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10시간은 비교적 짧게 끝난 것이라고 했다. 어떤 한 사안을 결정할 때 모든 것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모습 자체를 처음 봤고 놀랐다. 예전 당의 회의체는 하향식이었다. 새누리당 의원 시절 회의를 하면 논의나 숙고 없이 몇 분 안에 '뚝딱' 통과시킨다.

또, 정의당 의원들 간의 의기투합과 돈독함이 마음에 들었다. 과거 새누리당은 계파갈등이 심했다. 정의당은 거대정당과 다른 따뜻함이 있고 약자들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난 10일 이자스민 전 의원이 국회 본청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혁진

- 정의당 의원이 되고 법안을 발의한다 한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계류 상태'가 될 것이 뻔하다. 새누리당 의원 시절보다 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싸우고 있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4년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대표발의 할 때였다.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법이었다. 법안은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야 제출할 수 있다. 당시 법안을 각 의원실에 돌렸는데, 우리 의원실 보좌진이 말하길 며칠이 지났지만 아무도 동의를 안해준다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결국 내가 직접 22명의 의원들에게서 동의를 얻어냈다. 이념과 정당은 염두에 두지 않고 찾아다녔다. 그때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민주당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도 동의를 해줬다. 덕분에 눈치 보던 다른 의원들도 동의해주더라. 상임위에 계류된 채 임기만료 폐기가 되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미등록 아동의 존재조차 몰랐던 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정당이다. 더 힘든 싸움을 하더라도 함께하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 당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멘토가 있는가?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심상정 대표 덕분이다. 그리고 모든 정의당 당원이 내 멘토라고 생각한다. 많은 당원들이 나를 환영해줬고 덕분에 새로운 생각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입당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원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당 행사에 가면 뒤풀이까지 꼭 참석한다. 누군가는 '껌딱지'같다고 하더라(웃음). 당원들의 의견을 깊이 있게 듣기 위해 끝까지 남는다. 특히 젊은 당원에게서 많은 것을 듣고 배운다."

"혐오발언 피해자인 나, 차별금지법 제정도 잘할 수 있다"

- 정치권에선 비례도전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구 출마를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2월 12일 비례대표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이자스민 전 의원은 계획대로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편집자 주). 진보정당을 지켜 온 선배 정치인들이 계신데 내가 출마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됐다.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경선을 통해 정한다. 당 행사를 가보면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서로를 안다. 나는 정의당 내에 조직도 없고, 이주민이라 학연, 지연은 당연히 없다. 경쟁의 승산이 높지 않다. 하지만, 이주민을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더 컸다.

국회에서 정의당을 대표하는 이주민전문가로 역할을 하고 싶다. 19대 발의했던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과 이민사회기본법을 재발의해서 꼭 통과시키고 싶다. 정의당 의원이 된다면 그때 해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싶다.

또, 당 1호 공약인 차별금지법 제정도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다. 나는 여성이고, 이주민이고, 한부모가장이고, 장애인가족이고, 혐오발언의 피해자이다. 내 경험을 살려 기회균등과 다양성포용정책으로 차이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또, 이주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안개를 걷어내고 싶다. 그리고 혐오와 차별은 범죄라는 인식을 세우고 싶다. 지역구 출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

- 외교위, 환노위 등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21대에는 어떤 상임위에서 일하고 싶은지.
"교육위원회 또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다. 이주·이주민·이주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싶다. 지난 2019년 아세안 정상회의 포럼에 참석했다. 재외동포와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의 이주민정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한국은 폐쇄적인 나라'라고 하더라. 안타깝고 슬펐다.

그동안 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의원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 하루는 공무원이 찾아와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으로 어떤 걸 해야겠냐고 묻더라. 그 말을 듣고 정부가 시행하는 이주민 정책과 행사를 1년에 걸쳐 조사한 적이 있다. '막걸리 만들기', '맥주 마시기 대회'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으로 하고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주민감수성, 다문화감수성이 없는 것이다. 정책을 시행하는 공무원들부터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있는 이주민은 250만 명이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다문화사회로 갈 수밖에 없고 우리가 준비를 할 차례다. 이주민을 경제적·도구적 관점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적 관점으로 봐야한다."

- 이 전 의원이 바라본 현재 한국 '다문화 사회'의 시각과 정책은 어떠한가?
"20년 전 내가 한국에 왔을 때의 시선은 정말 따뜻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예측가능성이 낮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당연하다. 정치인의 역할은 국민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줄이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주·이주민정책 전담기구가 설치다. 정부의 다문화 2세, 3세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 사회구성원의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다문화사업은 많은 예산이 드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고착화된 생각을 변화시켜야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정책이 성과를 보이려면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지금 봐서는 국회와 정부에 다문화·이주민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다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이해가 생길만 하면 보직이 바뀐다. 업무와 전문성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이주민전담기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민에 대한 정의가 없다. 법무부·노동부·여가부 등 정부 부처에 '이주노동자는 이주민인가?'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가부와 노동부는 이민자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민자가 아니라고 했다. 단어 정의는 정책대상자를 정의하는 것이다. 부처 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은 정책도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것 아닌가? 이주, 이민에 대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치는 '반창고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

요근래, 정의당 비례대표시민선거인단 가입을 홍보하면서 알게 된 문제인데, 귀화이주민은 시민선거인단 가입이 잘 안된다. 10명 중 3명이 실명 확인이 안된다고 나온다. 신용정보가 사기업인 신용평가원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석 자 이상이 되어도 가입이 안된다. 이주민들을 위한 대한민국의 문턱은 지금도 여전히 높다."
 
- 지난 4일 민주당이 주한 베트남교민회 회장 원옥금씨를 영입했다. 사실상 이 전 의원의 '대항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항마'라고 하셨는데 나는 경쟁의식을 느낀 적이 없다. 난 오히려 동지가 생겨 기쁘다. 원 대표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같이 일도 해본 적이 있다. 함께 욕먹고 (웃음) 함께 이주민정책을 의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덜 외로울 거 같다."
#정의당 #이주민 #이자스민 #총선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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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 취재국 탐사1팀 법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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