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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하라고 권하는 이유

[서평]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등록 2020.02.13 14:29수정 2020.02.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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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이 글 되게 좋은데, 좀 더 다듬고 살을 붙여서 오마이뉴스에 실어 보는 게 어때요?"
"아니 그냥 페이스북에 썼을 뿐인데 이런 글도 받아주나요?"
"그럼요. 좋은 글은 다 같이 읽어야죠."


대강 이런 식의 대화를 근래에 들어 많이 하게 된다. 주변에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기 얘기를 풀어 놓거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글이 좀 더 공식적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들에게 노출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게 다 내가 시민기자를 하고 있으니 가능한 생각이다.

그렇게 새로 시민기자가 된 분들이 몇 있다. 오마이뉴스의 이름을 달고 나온 기사가 반응이 좋으면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글쓰기 동료가 또 하나 늘어난 기분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책표지. ⓒ 어크로스

 

자신을 '쓰는 사람', '기록 활동가'로 소개하는 홍승은씨의 두 번째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글쓰기'를 하나의 해방구로 제시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글을 통해 풀어내는 것은 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느 북토크에서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답했다. '승은씨에게 쓰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후에도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고, 내 대답에도 점점 살이 붙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써요. 하나의 정보로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제가 자유롭기 위해서요." 여성, 이혼 가정, 탈학교 청소년, 전문대 출신, 프리랜서, 월세살이, 임신중단 수술, 비혼주의자. 나를 이루는 몇 가지 정보가 마치 나의 전부인 듯 판단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쉬웠다.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 여러 가지를 나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전부가 아님은 자명하다. 저자는 소수자 문제에 대해 말 걸기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첫 책을 내고 3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글쓰기 동료가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판단하는 데에 익숙해서, 같이 글을 쓰고 읽는 과정에서도 쉽게 판단하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그게 무서워서 선뜻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자는 이런 것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이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합평 방식에 대해 미리 당부한다. 우리는 쉽게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 지금은 판단을 유보한 채 상대의 글에 감응하며 글을 읽자고. 내가 더 감응할 수 있도록 상대가 어떤 부분을 보충해줬으면 좋겠는지 조심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고.

이러한 자세는 누군가의 글과 삶을 존중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익히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 (중략) 나르시시즘에 빠진 글을 위험하지만,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기 뽕'보다 과한 '자기부정'이 글쓰기에 더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생긴다는 것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중요하다. ⓒ Pixabay

 
이것 역시 내 개인적인 얘긴데, 어떤 자리에서 지인이 나를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소개를 한 적이 있다. 곧바로 "그냥 프리랜서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예요"라고 정정(?)을 했는데, 이후에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대로 최근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요즘도 계속 글 써?"라고 물어왔을 때는 관심을 가져줘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어느 때는 시민기자라는 플랫폼을 당당하게 추천해주더니, 언제는 또 나의 영역을 '시민기자'라는 틀에만 가둬놓는 내 모습을 보면서 참 묘한 감정이 들었다. 저자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누군가 "요즘 뭐 하고 살아?"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가끔 청탁을 받아 글을 쓰고, 가끔 강연에 다니고, 각종 모임을 진행하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는 일상. 이런 내 일상을 돌아보면 의문이 든다.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되는 걸까. 글을 쓰는 일이 '노동'일까. '집필은 노동이다', '작가'라는 말에는 왠지 돈과는 무관한 어떤 숭고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나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출퇴근 시간이나 작업 시간이 뚜렷하게 정해진 건 아니고, 결과물도 일정하지 않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생계 노동을 따로 해야 집필을 계속 할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이 작업이 노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결국에 제일 중요한 것은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일 테다. 나는 여전히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SNS에서도 생각을 적고, 핸드폰 메모장에도 쓰고, 작년 중순에는 브런치 작가가 된 덕분에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을 더 늘릴 수 있었다. 

혹시 지금 글쓰기를 고민하고 있지 않는가? 글을 쓰고 싶은데 누가 읽어줄까 고민되고, 악플이 달릴까봐 걱정되고, 어디에 쓸지 고민되는가? 일단 써보자. 책에서도 말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 등단을 했거나 책을 꾸준히 내는 사람과 등치시킬까봐 꽤 오랫동안 자기검열을 했다고 한다. 이제 자기검열에서 한 발짝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그냥 함께 써보자고 말한다. 내 말에 상대는 당황한 표현을 짓는다. 예전의 내 모습처럼. 그 머뭇거림 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겠지. 나는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혼자 보는 일기만 썼고, 일기도 꾸준히 안 썼고,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책도 많이 안 읽고... 안 쓰거나 못 쓸 이유는 끝없이 말할 수 있다. 그럴 때 상대의 손목을 잡고 일단 쓰는 길로 이끄는 거다. 막상 쓰면, 못 쓸 이유가 끼어들 틈이 없을 테니까.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은이),
어크로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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