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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정부 대응 정말 '참사'일까

[게릴라칼럼] 국민 불안 조장해 이익 추구하려는 이들은 누구인가

등록 2020.02.08 20:24수정 2020.0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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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러프 앵커의 중국 우한시 방문 영상을 전한 미 ABC 소셜 미디어 공식 계정. ⓒ 트위터 갈무리

 
"비행기에서 내려서 멈춰 서자 그들은(한국인들은) 실제로 작은 총으로 내 체온을 쟀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물티슈를 주면서 피부를 깨끗하게 닦을 수 있게 해줬고요. 이들은 (공항 내) 모든 걸 말끔히 청소 중이에요. 심지어 (무빙 워크) 레일까지(닦고). 사람들 손이 어디 닿던 간에 이들은 확실하게 소독되는 걸 보길 원하네요."

인천공항 직원들의 철저한 방역 활동을 확인한 미 지상파 방송사 ABC 뉴스 앵커의 촌평이다. 지난 1월 23일 미 ABC 방송국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한 영상을 보면, 밥 우드러프 앵커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거쳐 인천공항에 입국 후 인천 공항직원들의 방역 모습을 리포트했다.

<공항들은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하나>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트위터에서만 7일까지 조회 수 110만을 기록 중이고, 유튜브 채널 '구네스북'에서도 조회 수 77만을 돌파했다.

전 세계 트위터 사용자들의 반응도 칭찬 일색이었다. '구네스북'은 해당 영상에서 "한국은 정말 모범적이다", "우리도 제발 한국처럼 방역하자", "일본보다 더 철저한 한국의 방역이 놀랍다" 등 각국 트위터 사용자들의 멘션을 소개했다. 실제로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 영상과 관련해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에서 겪은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승무원이 내게 마스크, 손 세정제, 온도계, 체온계,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뭘 하고 어떻게 자가 검진할 수 있는지가 담긴 안내서가 포함된 여행 세트를 줬다. 한국은 감염병 발생에 어떻게 대처할지 확실히 알고 있다."

미 ABC 유명 앵커의 리포트, 그에 쏠린 관심

SBS 등 한국 언론도 뒤늦게 해당 리포트를 소개했다. 이들 영상이 기록한 높은 조회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계 각국의 불안과 그로 인한 국가별 방역 대책에 쏠린 관심으로 풀이된다. ABC의 유명 앵커의 리포트를 소개한 한국 유튜버의 영상 역시 우리 정부와 방영 당국의 대처가 어떤 수준인지, 이를 외신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한국인들의 궁금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6일(한국시간) 미 유명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한 케이트 테일러 기자의 한국 방문기도 눈길을 끈다. 케이트 기자는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셀카'를 비롯해 인천공항 입국부터 경복궁, 남산 한국의 집, 명동, 홍대 등 서울 곳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닥친 한국을 방문했다, 국가 전체의 긴급 대처에 놀랐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인천공항 입국 시 중국인이 별도로 방영 조치를 받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 남산 한옥마을이나 지하철, 백화점 등 공공시설이나 대형 매장 곳곳에서 확인 가능한 예방 수칙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트코 매장에 쌓인 마스크들이나 남대문 시장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늘어선 중국인들의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고, 강남구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리는 긴급 재난 문자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한국 양국 질병관리본부의 확연히 다른 대처를 비교하기도 한 케이트 기자는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예방수칙을 피하고 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수많은 예방 수칙 안내와 방역 활동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케이트 기자는 "곧 동남아시아를 방문하는데 이들 국가가 한국처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가장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불안을 조장하는 일부 우리 언론과 달리, 한국을 직접 방문한 미국 기자의 시선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시야를 돌려 외국에서 평가한 실제 한국의 질병 예방 대응 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1월 31일 KBS <한국, 전염병 예방 대응능력 9위... 중국은?> 기사에 따르면, 미 존스홉킨스대학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보건안전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에서 한국의 질병 예방 대응 능력은 전체 195개 국가 중 9위였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70.2점을 기록, 아시아 국가 중에선 73.2점을 받은 태국 다음이었고, 중국은 52위였다. 1위는 미국(83.5). 2위는 영국(77.9)이었고,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와 태국뿐이었다. KBS 보도를 더 볼까.

"6개 평가 항목 가운데 우리는 질병 탐지에서 92.1점을 기록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예방 항목에서는 57.3점을 받아 상대적으로 점수가 가장 낮았다. 존스홉킨스대학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건 안전 체계는 서구 선진국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국가의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중국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한국 언론은 조사 결과를 외면했다. KBS조차 단순 '랭킹뉴스'로 처리했을 뿐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외신들은 '세계보건안전지수'를 적잖이 인용했다. 이러한 결과는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달라진 정부의 여러 대응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소 잃고(메르스) 잘 고친 외양간'

"신종 감염병 관련 예산이 지난 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크게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월 4일 발간한 '나라살림브리핑 제20호'에 따르면, 15년 신종감염병 직접 관련 지출액 규모가 700억 원에서 올해 20년에는 2천억 원으로 증가하여 5년간 약 120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총지출 규모가 36%, 그리고 보건 분야 지출이 30%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소 잃고(메르스) 잘 고친 외양간'. 나라살림연구소의 종합적인 평가다. 이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2월 4일까지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고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단 키트 개발 등이 "안정적으로 증가되고 관리되는 예산시스템의 성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신종 감염병 관련 예산은 지난 정부가 마련한 하드웨어를 이번 정부가 잘 관리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잘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의료와 방제가 다르다는 교훈을 얻었고, 현 정부가 예방과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예산을 지금처럼 늘렸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이나 예산의 중복이나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을 통한 지역별 방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개선사항으로 지적됐다. 지난 정부와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바로 국민 불안과 직결되는 '정보공개'였다.

"메르스 사태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정보 은폐'였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병원들이 주요 감염 경로였음에도 발병 병원뿐만 아니라 발병 지역도 공개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고, 유언비어와 가짜뉴스에 대한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아 괴담 확산을 방관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역시 시민들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와 같은 정도의 혼란과 정부에 대한 불신·불만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메르스 사태에 비해 빠르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3일 위기소통담당관실이 2017년 발간(2018년 개정)한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를 예로 들며 현 정부가 '소통'을 공중보건 위험상황의 필수적인 대응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공개센터는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의 기본 방침에서도 정부의 관점과 원칙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속·정확·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국민 불안 해소"를 기본으로 "대응 조치에 신속한 일관된 채널로 신속하고 정확한 브리핑을 통해 국민 및 언론에 정보를 공개하고, 다양한 채널로 콘텐츠를 통한 위기 상황 안내 및 행동요령을 전파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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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월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발생 현황과 관련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메르스 사태 초기와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다. 우리는 매일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이 언론 카메라 앞에서 매일의 상황을 신중하게 업데이트하는 장면을 목도 중이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정 본부장 개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염려까지 등장할 정도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각 광역지자체장들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활발히 공유 중이다.

그렇지 않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듯한 질병관리본부의 공개 발표와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는 '일부이면서 다수'인 언론이나 일부 보수야당 정치인 중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쪽이 어느 쪽인지를.

"방역 뚫렸다"가 맞을까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여당이 되레 전문가 단체에 '정치적 판단'이라며 매도를 한다(중략). 이제 불완전한 방역체계와 위험인자 차단을 위한 정부의 소극적 정책에서 생각이 미치지 못한 방법의 전염병 전파와 이로 인한 확산과 충격에 대하여 국민 각자가 마음의 준비라도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6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청년의사 <신종 코로나가 올려놓은 국가 방역체계 검증대>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늘면서 문재인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대응과 대처, 시시각각 변하는 판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방역 당국이나 의료계, 공중보건 (연구)기관이나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제 이익을 위한 마타도어를 일삼는 이들을 경계할 때다. '의료와 방제는 다르다'는 기본 전제에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때로는 오보까지 남발하는 언론보도나 일부 정치인들의 일방적 주장을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 한다. 3일 '시민건강연구소'가 <방역을 방해하는 정치(인)와 언론>이란 칼럼에서 주장한 아래 내용에 공감하는 이유다. 

"지금 방역을 '참사'라 부르는 것은 전혀 반대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주어'를 찾으려 하는 의도적 진술임이 분명하다. '사실'을 전해야 하는 언론이 '진리'를 판단하는 정치적 행위자 노릇에 나선 것이다(중략). '비상' '뚫렸다' '무방비' '방치' '허점' 따위의 비과학적이고 문학적인(?) 표현도 비슷하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부터 침소봉대까지, 때로는 작심하고 비난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문제는 이런 진술들이 그냥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말로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영향력이 있을수록 이 말은 바이러스와 같이 감염되고 퍼지며 마침내 시스템을 흔들고 병들게 한다. 방역이 '참사' 상태면, 그리고 사람들이 이 말을 더 믿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방역 당국이 하는 모든 말을 의심할 때 방역 당국과 방역 시스템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완치환자인 중국인 여성을 치료했던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재 외국에 나가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 있는 환자들의 경과를 볼 때 메르스나 사스 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경미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자기 자신도 환자들의 염려를 위해 보이는 곳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을 정도"라고. 

"WHO라는 국제기구가 있잖습니까? 전 세계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거든요. 거기서 권고한 사항이 사실은 손 열심히 닦고 기침이 나오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거 밖에 없어요."

어떤 팩트를 믿고, 누구의 주장을 믿을 것인가. 그 중에 국민 불안을 조장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들은 누구인가. 쏟아지는 주장과 언론 보도 속에서,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손을 닦으며 정부 대응에 동조하고 있는 시민들이 SNS를 통해 미 ABC 방송사 앵커의 짧은 영상이나 해외 SNS 사용자들의 반응을 구태여 찾아 보고 공감하고 안심하는 이유를 곰곰히 따져 볼 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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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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