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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한 추미애 "정무적 판단? 또 지나가면 못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비공개 두고 거듭 원칙 강조... "재판 시작하면 공개 검토"

등록 2020.02.06 14:00수정 2020.02.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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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인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재판 시작 전 공소장 전문 공개는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 유성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재판 시작 전 공소장 전문 공개는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다만 그는 "주목도가 높은 사건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면 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소장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결정이 '무조건 비공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추 장관은 서울고등검찰청 2층에 새로 마련된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 '의정관' 개소식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최근 법무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취재진은 첫 질문부터 "왜 하필 지금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은 마른기침을 한 번 내뱉은 뒤 제법 길게 답변했다. 질의응답은 약 50분 동안 이어졌다.

"공개/비공개 아냐... 헌법에 맞춘 고민"
 

추미애 “재판 시작 전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 ⓒ 유성호

 
"예전부터 (논의가) 있었는데, 이번에 한해선 하지 말고 다음에 한다는 건 '안 한다'와 똑같다.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이 2019년 12월 1일부터 시행됐는데, 사문화된 피의사실공표금지 규정을 제대로 살려내야 한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출발했다.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이 있고, 거기 따라 (형법에) 피의사실공표문제가 있고, 법무부가 규정을 만들었는데 법무부가 헌법과 법률, 부령을 스스로 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늘 특정사건에 이러저러 반영되다 보니 유보되어 왔다. 사실 저는 (국회의원 시절) 공소장을 미리 받은 바 없다.

지난번에는 조국 전 장관께서 본인 일이다보니 포토라인 서는 문제, 피의사실공표금지 문제를 마치 스스로 이해관계자처럼 돼서 제대로 하질 못한 것 같다. 법무부 회의 과정에서도 (간부들이) 그것이 옳음에도, 또 지켜져야 됨에도 혹시 제가 정치적으로 오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하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루된) 이 사건부터 하면 제가 입을 상처가 너무 심하니 감당해낼 수 있겠냐는 걱정을 했다. 반대가 아니라. 그러나 우리가 만든 원칙을 이번에 한해서 지키지 말자고 하면서 다른 분들에게 지키자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게 공개냐 비공개냐 문제가 절대 아니다. 당연히 (공소사실은) 형사재판과정에서 공개된다. 미국 법무부도 1회 공판기일이 열린 다음에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우리도 만약 공판절차가 개시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돼야 한다면 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식을 할 수도 있다. 지금은 과도기에, 언론인 여러분도 빨리빨리 기사로 국민과 소통하고 싶은 입장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언론도 협조해주셔야 한다. 국민이 가진 기본권을 지켜내려면, 형사사법정의를 지켜내려면, 고쳐져야겠구나 하는 건 고쳐나가야 하는 게 개혁 아닐까 싶다."


'법무부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추 장관은 "법에 따르면 자료 제출에 응할 의무가 있는데, '어디까지'란 기준은 없다"며 "그 기준도 헌법의 무죄추정원칙에 귀속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그 기준에 맞게 법무부가 고민했고 그에 맞춰 자료 제출에 응했다고 이해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침이 청와대와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질문이 나오자 "거꾸로 된 질문"이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정무적인 것만 뺀다면, 피의사실공표를 하면 되는 건가. 공소장 전문이 국회로 나가는 순간 예외없이 언론에 다 나갔다. 그런 자료 제출이, 공소장 전문이 안 나가는 게 맞다는 데에는 (법무부 안에서) 이견이 없었다. 다만 '정무적'이라는 건 (내부에서) 제 개인 신상을 배려한 거죠. 저 빼고 다 정무적 판단했다는 건 왜곡, 180도 뒤집는 것이고. 국회 자료 제출을 통한 (공소장) 전문 공개는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다고 전제하는 것은 오해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시면 되죠."

추미애, 50분 동안 적극 해명... 윤석열도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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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추미애 장관과 김오수 차관,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인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 유성호

 
추 장관은 2016년 11월 29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며 "검찰은 30장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동정범, 때로는 주도적으로 지시한 피의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밝히자 '말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6일 추 장관은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상의 여러 원칙을 지킬 태도가 돼 있냐는 문제, 책임을 제기한 것"이라며 "그건 형사재판과 아무 상관 없다, 지금은 형사사법절차적 정의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소식 전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30여 분간 만났다. 지난달 7일 상견례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 함께한 조남관 검찰국장은 "법무부 장관이 대검을 직접 방문한 건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며 "장관님께서 국민과 함께, 검찰과 함께 소통한다는 마음으로 와서 (두 분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시간도 (예정보다) 10분 오버됐다"라며 "검찰과 함께하는 권력기관 개혁이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공소장 #피의사실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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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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