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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망친 자', 수공 사장 자격 없다

[주장] 수자원공사 사장 후보에 '부적격자' 포진... 4대강 재자연화 공약 후퇴 우려

등록 2020.02.03 19:03수정 2020.02.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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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 수자원공사

 
인사는 만사다. 인사권자의 철학과 의지의 표현이자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다. 4대강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물 정책 관련 인사는 이명박 정부가 소위 '4대강 부역자'를 요직에 발탁했던 것과는 달라야 한다. 매년 녹조라떼로 몸살을 앓는 4대강 문제를 적극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최근 국가 물관리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사장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 절차를 통해 지난 2019년 12월에 확정한 5명의 후보군을 두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이행이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수공 사장 후보에 '4대강사업 A급 찬동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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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네트워크는 6월 5일 '환경의날 기념식' 행사장인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4대강 보 해체"를 촉구했다. ⓒ 윤성효

 
지난 1월 31일 낙동강 유역의 42개 환경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낙동강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물정책 개혁 후보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이번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열거한 수공 추천 후보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4대강사업 A급 찬동인사, 4대강자연성회복의 국정과제 이행에 부적합한 꼭두각시 환경부 퇴직관료, 수자원공사에서 묵을 대로 묵은 고위직 인사, 시대의 변천에 휩쓸려 물 관리의 과학성을 저버린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 기관인 수자원공사 사장의 후보군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4대강사업 'A급 찬동인사'로 지목된 인사는 김계현 인하대 공간정보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4대강사업이 이뤄지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 2011부터 2013년까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환경운동연합은 2011년 10월 김 교수를 '4대강 사업 찬동 A급 인사'로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4대강사업 찬양 발언을 문제 삼았다.
 
"UN통계는 제쳐두더라도 가뭄으로 주민이 고통받고, 저수량도 선진국 대비 1/22 정도이며, 세계 평균의 1/8에 불과한 강수량의 70%가 여름 홍수철에 집중하지만 다목적 댐이 15개뿐으로 물 저장도 힘들고, 2016년에 10억 톤과 2060년에 33억톤의 심각한 물 부족을 믿지 않는다.

보 역시 가동식 수문으로 필요시 물을 방류하고 일정 수위 이상의 물은 자연 방류되는데도 갇힌 물은 썩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중략) 매년 6.4조가 넘는 4대강의 이치수와 수질개선 비용 등은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의 공사비만 따진다."(2010.12.27)

지난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금강과 낙동강의 4대강 보를 방문해 보 해체와 수문 개방에 반대하면서 내놓은 논리와 판박이였다. 4대강사업이 홍수와 가뭄을 해결하고 수질까지 개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본류와는 떨어진 지류지천이나, 산간-도서지역에서나 발생했다. 4대강사업 효과로 거론할 수 없는 궤변이다.

또 지난해 여름 세종보와 공주보 등 4대강 수문을 개방했던 금강의 녹조 관심 이상 발령일수는 0일이었다. 반면 비가 많이 왔고 태풍도 유독 많았지만, 수문을 닫아뒀던 낙동강 녹조는 최악 상태로 치달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4대강사업 때 16개 보를 세워 강을 살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 모래톱 금강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재자연화로 인해 모래가 다시 나타나게 되면서 재퇴적되어 형성되고 있는 모래톱(습지)의 모습 ⓒ 김성중

 
환경부 '퇴직 관료' 유력..."하지만 꼭두각시 역할"

낙동강네트워크 성명에서 부적격 인물로 등장한 '환경부 퇴직관료'는 홍정기 전 4대강조사평가단장이다. 현재까지 수공 사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퇴임했기에 3년간 수공 취업이 제한되지만, 지난주 공직자윤리위에서 취업 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임 뒤 3년간 소속기관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위의 성명에서 홍 전 단장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4대강보처리방안 마련 과제를 수행하면서 꼭두각시 노릇만 하였던 인물"이라며 "물정책 개혁에 역행하는 인사"로 꼽았다. 실제 홍 전 단장이 주도했던 4대강조사평가단의 4대강 자연성회복 국정과제 추진사업의 성과는 초라했다.

4대강조사평가단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4대강조사평가단장을 하면서 조사도 제대로 안 했고, 2019년 9월부터는 회의도 제대로 개최하지 않고 사실상 평가단을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까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최종결정한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연구 용역이 3번 유찰되고 예산이 국고에 반납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019년 8월 27일 늦장 발족돼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 최종결정이 미뤄지면서 금강, 영산강 취양수장 항구대책 예산 400억 원도 국고에 반납됐다. 낙동강, 한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기 위한 수문 개방 모니터링도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다. 홍 전 단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그가 짊어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1월 1일부로 4대강조사평가단의 국장 직제와 과장 직제가 사라졌다. 실장급인 홍 단장이 퇴직한 뒤 한 달째 그 자리는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조사평가단의 활동 기간은 오는 6월이면 마무리된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4대강조사평가단의 지지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수공 사장으로 간다는 것은 재자연화 공약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낙동강네트워크가 수공 사장으로서의 부적격 인물로 지목한 '수자원공사에서 묵을 대로 묵은 고위직 인사'는 곽수동 현 수공 부사장이다. 그는 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A급 찬동인사'였던 김건호 전 수공 사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또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학수 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아직도 계속된 '4대강 눈물' 누가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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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앞 낙동강변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사무국장이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위의 3인의 과거 행적만 보아도 국가 물관리 대표 기관의 수장으로 자격이 있는지를 크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4대강사업을 둘러싼 그간의 행태에 대해 심판을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할 인사들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공은 사장 임원추천위원회 회의를 거쳐 3인을 포함한 5명을 정부에 추천한 상태이다. 조만간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수공 사장을 임명한다. 특히 이학수 사장의 임기는 2019년 9월에 끝났고, 후임 사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기에 조만간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최근 발표한 성명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4대강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낙동강의 녹조는 여전하고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은 답답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공 사장 후보를 둘러싼 우려스러운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성명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그 약속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과 발이 되는 각 정부 부처의 장관과 관련 전문기관의 수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를 통하여 완성할 수 있다. 지금이,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자연성회복을 위한 보개방, 해체와 물 관련 기관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임을 문재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함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낙동강에 녹조라떼가 창궐할 것이다.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에 치명적인 맹독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영남인들은 녹조 물을 고도정수 처리해서 먹고 있지만, 자칫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민들은 녹조물로 농사를 지을 것이다. 이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잔류한다는 연구보고는 많다. 그 농산물을 국민이 먹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대강사업 때 건설한 16개 보의 유지 보수 비용 등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혈세가 쓰이고 있다. 이 세금은 강을 죽이고, 먹는 물을 위협하는 데 쓰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도 '4대강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수공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 관리 공기업이자, 4대강 16개 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핵심 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철학과 이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또 국기기관으로 4대강사업에 부역했던 수공이 개혁을 통해 거듭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인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MB 적폐'를 청산하고, 4대강의 생태계를 회복할 전략적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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