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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가 된 스파이... '같이'의 가치를 배우다

[리뷰]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20.01.31 11:24최종업데이트20.01.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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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 지니어스>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세계를 위협하는 무기 거래 첩보를 입수한 스파이 에이전트는 최고의 스파이인 랜스(윌 스미스 목소리)를 파견한다. 그러나 랜스는 악당 킬리언(벤 멘델슨 목소리)의 함정에 빠져 무기를 훔친 범인으로 몰린다. 누명을 쓴 랜스는 킬리언에게 맞서기 위해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만드는 월터(톰 홀랜드 목소리)의 집으로 도망친다.

월터의 도움을 받으러 갔던 랜스는 도리어 그가 연구하던 약을 마시고 비둘기로 변한다. 비둘기가 되어 킬리언에게 맞설 수 없게 된 랜스에게 월터는 힘을 합쳐 싸우자고 제안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새'스파이 랜스와 슈퍼 스파이를 꿈꾸는 '새'가슴 월터는 한 팀이 되어 세계를 구하는 특별한 미션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는 잘나가는 스파이가 한순간에 비둘기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 영화는 루카스 마르텔의 단편 영화 <피전 임파서블>(2009)을 원작으로 삼았다. 특수요원의 가방에 비둘기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피전 임파서블>을 토대로 인물, 설정, 이야기, 액션의 살이 하나둘 붙이면서 새롭고 스타일리시한 스파이 무비 <스파이 지니어스>는 태어났다.

연출은 닉 브루노와 트로이 콴이 공동으로 맡았다. <몬스터 호텔>(2013), <페르디난드>(2018) 등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활동한 트로이 콴 감독은 "사람이 비둘기로 변한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에 감탄했다."며 <스파이 지니어스>의 설정에 끌렸음을 밝힌다. <리오 2>(2014), <아이스 에이지: 지구 대충돌>(2016) 등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바 있는 닉 브루노 감독은 "주인공만 비둘기로 바뀐 것일 뿐, 정통 스파이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 <스파이 지니어스>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파이 지니어스>의 기발한 설정은 "<007> 시리즈의 특수 무기를 만드는 Q가 실수로 제임스 본드를 비둘기로 만든다면?"이란 엉뚱한 상상을 연상케 한다. <스파이 지니어스>에서 랜스가 비둘기로 변하기 전까지 상황은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모습이다. 랜스는 제임스 본드처럼 매력, 체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스파이로 맹활약한다.

비둘기로 변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악당 수십 명을 물리치는 활약은 고사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도리어 길거리 음식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등 스타일만 잔뜩 구긴다.

비둘기로 변신은 랜스에게 단점인 동시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스파이물에서 '변장'은 필수 요소다. 스파이는 콧수염을 달거나 가발을 쓰고,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하여 정체를 숨기곤 한다. 최근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가면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파이 지니어스>에서 비둘기 변신은 아마도 스파이물 역사상 가장 완벽한 변장이 아닐까 싶다. 같은 편인 스파이 에이전트, 적인 킬리언 일당, 누구도 비둘기의 정체가 랜스인 걸 눈치 채지 못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랜스의 비둘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360도 시야로 적을 감시하고 1492km/h로 비행하며 상대를 뒤쫒는다. 인간보다 감각이 뛰어난 탓에 사물이 느리게 움직이는 슬로우모션 연출도 보여준다. 가장 큰 힘은 다른 새들이 랜스를 돕는다는 점이다.
 

▲ <스파이 지니어스>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랜스를 돕는 월터는 슈퍼 스파이가 되길 원한다. 그런데 그는 다른 스파이 요원들과 다르다. 월터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모두가 다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염원한다.

영화 속엔 월터의 별난 상상력과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든 귀엽고 깜찍한 특수 무기들이 다수 등장한다. 여러 특수 무기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건 귀여운 고양이 홀로그램을 내뿜어 악당의 마음마저 무장해제하는 '반짝이 구름'이다. 여기엔 폭력이 해법이 아니란 인식도 담겨 있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특수 무기를 개발하는 월터는 스파이 에이전트 조직원들로부터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월터는 "세상은 별난 사람들이 필요해. 언젠가 네 장치들은 세상을 지켜낼 거야."란 엄마의 응원을 잊지 않는다. 그런 믿음을 지킨 월터는 랜스와 함께 세상을 바꾼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란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무조건 혼자 일하길 고집하던 랜스는 비둘기가 되면서 처음으로 팀플레이를 하게 된다. 랜스는 월터와 팀을 이루면서 한 단계 성장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같이'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흑인 랜스와 백인 월터의 의기투합이란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 <스파이 지니어스>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파이 지니어스>엔 랜스가 자신의 얼굴을 복제한 킬리언과 맞서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랜스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에 가깝다.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그때그때 이익을 추구하며 국제 정세에 개입하여 적과 동맹을 만들었다.

그 결과, 오늘날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희미하게 되었다. 지금의 중동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는 랜스가 자신의 모습을 한 적과 싸우는 장면을 통해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코믹 스파이물의 매력을 지닌다. 또한, 트럼프의 분열과 증오 정치에 '다름'과 '같이'란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잘 얹었다.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내용에 재미와 깊이를 녹인 <스파이 지니어스>를 보며 할리우드의 저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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