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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전격 귀국... '한국서 치료·재활' 강하게 원한 이유

[진단] '제대로 치료' 의지, 소속팀과 합의... 국내 재활 후 2월 20일, 에자즈바쉬 복귀

20.01.28 18:17최종업데이트20.01.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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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 ⓒ 박진철 기자

 
김연경(32세·192cm)이 복근 부상 치료와 재활을 위해 28일 오전 귀국했다. 외부에 일체 알리지 않은 '조용하고 전격적인' 귀국이었다. 

김연경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 21일 터키로 가서 소속팀인 에자즈바쉬 구단과 김연경 선수의 복근 치료·재활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최근 합의를 도출했다.

김연경 매니지먼트사는 28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경 선수가 28일 오전 9시 35분, 국내에서 치료 및 재활을 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귀국 결정 관련해 김연경 선수와 에자즈바쉬 구단은 상호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적정한 수준의 계약 내용 변경에도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매니지먼트사는 "김연경 선수는 국가대표 경기를 통해 얻은 부상으로 인해 소속팀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고, 소속팀은 선수의 올림픽에 대한 열정과 프로 의식을 존중하였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남은 터키리그 포스트 시즌, 더 나아가 도쿄 올림픽까지 완벽한 몸 상태와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기 위해 국내에서 치료 및 재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소속팀에서도 이와 같은 배려를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김연경은 국내에서 보다 좋은 조건과 편한 마음으로 치료와 재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김연경은 국내 체류 기간 동안 재활에 도움이 되는 V리그 경기장 관전 정도만 제외하고, 개인적인 외부 스케줄이나 방송 출연 등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약 3주간의 치료 및 재활 훈련을 마친 후 오는 2월 20일 터키로 출국해 에자즈바쉬 팀에 복귀 할 예정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간절함과 부상 투혼... "모든 걸 걸었다"

김연경의 복근 부상은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 획득'을 위해 모든 걸 걸고 투혼을 불태우다 발생했다. 

그는 지난 9일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 조별 예선 리그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1세트 중반 복근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이후 병원 정밀 진단 결과 복근이 3cm 가량 깊게 찢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11일 대만과 준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확정되는 12일 태국과 결승전에는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음에도 '진통제와 마취제'를 맞고 출전을 강행했다.

김연경은 태국과 결승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2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한국 여자배구는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영광스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 해외 매체는 부상 투혼을 발휘한 김연경을 향해 "도쿄 올림픽 예선전의 진정한 영웅"으로 선정해 극찬을 했다. 사실은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14인 모두가 전사였고 영웅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내 부상 상태가 어떻든,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우승 직후 모두가 끌어안고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재영, 김희진, 양효진, 한송이 등 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한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결승전 당시의 간절하고 비장했던 심경들을 피력한 바 있다.

김연경도 13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에서 "모든 걸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과 결승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 한 경기에 정말 모든 걸 다 걸고 싶다는 생각에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제가) 결승전에서 어느 정도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티켓 획득과 여자배구 '인기 폭증'
 

여자배구 3회 연속 올림픽 출전 환호...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2020.1.12) ⓒ 국제배구연맹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의 감동적인 도쿄 올림픽 티켓 획득에 국민과 언론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12일 MBN에서 방송된 한국-태국 결승전 생중계 시청률은 5.4%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여러 불리했던 조건들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였다.

13일 여자배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한 인천국제공항은 언론사 취재진과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뉴스 전문 TV는 보도하던 뉴스를 중간에 끊고, 여자배구 대표팀의 공항 귀국 장면과 김연경 선수 인터뷰를 현장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여자배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남자축구, 야구 국가대표팀과 함께 흥행 보증수표로서 위상을 확실하게 입증한 셈이다.
 
도쿄 올림픽 티켓의 효과는 국내 프로 리그인 V리그에도 '즉각' 나타났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달 발표한 '2019-2020시즌 V리그 전반기(1~3라운드) 시청률-관중수' 자료에 따르면, 여자배구의 전반기 경기당 평균 관중은 2302명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3라운드만 놓고 보면, 3% 정도 감소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직후인 14일부터 27일까지 여자배구 11경기의 평균관중은 2863명으로 폭증했다. 시간이 갈수록 관중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GS칼텍스-현대건설전은 평일 경기임에도 4156명, 18일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전 4004명, 27일 현대건설-흥국생명전 4654명 등 4000명이 훨씬 넘는 '만원 초과 관중' 기록도 속출했다.

TV 시청률도 올 시즌 전반기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대박' 기준인 1%를 넘어섰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이후도 대박 시청률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여자배구는 V리그 출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인 KBS 1TV도 오는 2월 1일 열리는 여자배구 경기를 생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지금의 관심과 인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는 7~8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에 대한 국민과 방송·언론매체의 관심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김연경 등 황금 세대뿐만 아니라 V리그에서 인기가 높은 선수들도 '대중 스타'로 올라서는 장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결실이 대표팀 선수들의 눈물겨운 부상 투혼, 라바리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뛰어난 역량과 리더십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의미와 감동도 배가됐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 티켓 획득 여부는 한국 여자배구의 흥망성쇠에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특히 결승전에서 태국에게 패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면, 천당과 지옥의 차이만큼 엄청난 후폭풍과 우울한 일들이 발생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김연경이 '한국서 치료·재활'을 원한 이유
 

김연경(맨 뒷줄 사복)과 에자즈바쉬 선수들 ⓒ 에자즈바쉬 홈페이지

 
빛나는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부터는 치료와 재활이라는 또 다른 고통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16일 자신의 부상과 관련해 "병원에 다녀왔는데 4~6주 진단을 받았다. 2016년 복근 부상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며 "터키 구단과 상의해 볼 것이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관리를 받고 싶은데 구단 계획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국내에서 치료·재활을 강하게 원한 이유는 '편한 마음으로 제대로 치료해서 중요한 경기에서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팀 동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것도 심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러다 보면 급한 마음에 부상이 완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훈련과 경기 출장을 앞당길 수가 있고, 이는 부상만 더 악화되고 정작 중요한 리그 경기와 올림픽 본선까지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김연경에게 중요한 경기는 3~5월에 몰려 있는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결승, 그리고 7~8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본선이다. 중요한 경기에 좋은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부상 치료와 재활을 완벽하게 해놓은 것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연경이 치료와 재활을 잘 마치고,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 이어 터키 리그에서도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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