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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부정하는 아베, 그 허를 찌르는 방법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김복동 할머니 1주기... 피해자들의 별세와 아베 신조의 정책

등록 2020.01.28 18:41수정 2020.0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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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월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연합뉴스


'위안부' 인권운동가이자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1926~2019년)가 별세한 지 벌써 1년이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고 일본이 위로금 10억 엔을 내놓은 일을 두고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고 여태까지 싸웠나?"라며 "위로금이라 하는 건 1000억을 줘도 우리는 받을 수가 없다"고 외쳤던 그는 지난 2019년 1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권주리애 북코리아 대표가 그의 삶을 정리한 책 <Remember Her 1 김복동>에 따르면, 타이완-광둥성-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로 끌려다니며 성노예 생활을 한 김 할머니는 힘겹고 고단할 때마다 아리랑 노래를 불렀다. 이 책에서 그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바랄 수 있는 최소한의 행운이 우리에게 깃들기를 기도하고 소원하고 고향을 그리며 불렀지"라고 회고했다. 가슴에 맺힌 한(恨)을 해소하지 못한 채 그는 93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가 별세할 때만 해도 생존 피해자는 23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9명으로 줄어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또 한 분의 피해자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이 분의 장례식은 비공개로 치러졌다. 유가족 요청에 따라, 언론에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피해자 중 생존자들은 1920년대나 1930년대에 태어났다. 이분들이 19명밖에 남지 않았다. 가급적 이 분들의 살아생전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짙어지고 있다.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아베, 그 속내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정권의 태도가 문제의 심각성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아베 정권은 1993년 고노담화 발표 이전으로 상황을 후퇴시키려 애쓰고 있다.

고노 다로 현 방위성대신의 아버지인 고노 요헤이 당시 내각관방장관(정부 대변인)이 발표한 고노담화에서는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명시함으로써 일본군의 개입을 인정했다. 더 나아가 "그 모집·이송·관리 등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고 함으로써 강제연행 사실까지 시인했다. 또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언급함으로써, '위안부'들이 성노예처럼 취급됐을 가능성을 간접적이나마 인정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강제연행' 부분을 어떻게든 부정하려 애쓴다. 1945년 패망 이전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고자 하는 아베 정권과 극우세력의 입장에서, 강제연행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일본제국에 씌워져 있는 전범국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려면 '전범' 꼬리표부터 떼지 않으면 안 된다. 강제연행을 인정하면, 꼬리표 떼는 일이 한층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강제연행' 부분은 부정하고 '일본군 개입' 부분만 인정한다. 일본군 개입을 인정했다고 해서, 강제연행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존속하는 한, 군대는 합법 조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군대의 행위는 반증이 없는 한 합법행위로 간주 또는 추정된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고노담화 중 '옛 일본군의 직간접적 관여' 부분까지는 부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사실도 부정하려 애쓴다. 군국주의 시절 일본은 동양의 문명국을 자처했다. 조선을 강점하고 중국을 침략할 때도 그것을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다. 문명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동양이 똘똘 뭉쳐야 백인들의 침략에 대처할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그런 문명국이 전근대적인 노예제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공인되면, 그것도 여성들을 동원해 성노예제를 관리했다는 사실이 공인되면, 이 역시 전범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일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극우세력의 단결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군사대국화 추진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강제연행 부분과 더불어 성노예 부분을 어떻게든 부정하려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영훈 교수 등이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도 아베 정권의 그 같은 '위안부' 대책과 유사한 논리를 담고 있다. '위안부'가 동원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들이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성노예로 살기보다는 일본군과 교제하고 쇼핑까지 즐기는 자유인으로 살았노라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뜻을 거스르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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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EPA


아베 정권(2006~2007년, 2012년~ )이 출범하기 전에도 고노담화를 부정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아주 노골적으로 부정한다는 점뿐 아니라 또 다른 점에서도 이전 정권들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미국과의 마찰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내각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던 지난 2019년 8월 22일과 23일, <아사히신문>의 시사·교양 사이트인 '론자(論座)'에 전 뉴욕주립대 교수이자 평론가 겸 사회운동가인 무토 이치요(武藤一羊, 1931년 생)가 이틀 연속 글을 기고했다. '어째서 아베 정권은 대한 강경조치로 독주하는가?'(なぜ安倍政権は対韓強硬措置に独走するのか)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무토 이치요는 아베 정권의 대미관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를 언급했다.

무토는 "많은 경우, 일본의 아시아 정책은 대미정책의 일부였다"고 말하면서 역대 일본 정부의 한일관계 역시 미일관계의 관점에서 운영돼 왔다고 설명한 뒤, 이런 양상이 아베 정권 들어 점점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아베 정권은 미국한테 관동군이 된 것일까. 미국의 전략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자기 책임으로 이웃나라에 보복이라는 중대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제2차 대전 당시 만주에 주둔하며 미국에 맞섰던 관동군처럼 아베 신조도 미국의 뜻에 점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관계를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태롭게 만든 지난 2019년 7월 경제보복도 그런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에 맞서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결시킬 듯이 하는데도 아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소미아는 일본의 군사 이익에도 기여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한다. 그런 것을 한국이 파기하려고 하는데도 아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19년 11월 22일, 뜻을 굽힌 쪽은 한국 정부였다. 한국이 지소미아 파기를 조건부 철회하는 선에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무토가 말하는 "지금은 좀 다르다"는 것은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미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먼저 발벗고 나섰을 일본이 지소미아 파동 때는 끝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아베 신조가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의 생일까지 챙겨주며 극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친미파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경제보복을 가한 것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때문이었다. 설령 미일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징용의 불법성만큼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아베 정권의 굳은 의지를 과시하는 일이었다.

이 같은 아베 정권의 태도가 강제징용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베 정권이 미국과 입장을 달리할 가능성은 이미 예전부터 엿보였기 때문이다.

2007년에 미국 하원은 '위안부'가 강제연행되고 성노예로 착취됐음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예전 같으면 미국 하원에서 이런 결의가 나오면 일본 정부가 알아서 같은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베 신조는 고노담화와 미국 하원 결의안에서 인정된 강제연행 및 성노예 부분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고노담화를 공식 파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변죽을 울리는 방식으로 고노담화와 하원 결의안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이 중요한 까닭

아베 신조의 임기는 내년에 끝난다.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가급적 그 전에 평화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 등을 이루고자 하는 게 아베의 꿈이다.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올 7월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의 성패 여하에 따라 작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베의 입장에서 볼 때, 대일본제국의 영광에 금을 가게 하는 일은 묵과하긴 힘들다.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의 정당화가 아베 정권의 핵심적 가치"라고 무토는 위 기고문에서 강조했다. 이 같은 정당화를 위해 아베는 '위안부는 일본군을 위해 자발적으로 복무한 신민(臣民)들이며 이들이 강제연행되거나 성노예로 착취당한 사실은 없다'는 선전전을 더욱 더 가열차게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시간에 쫓기는 아베 정권이 더욱 더 박차를 가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베 정권도 어차피 인정하는 '일본군 개입' 부분을 추가로 입증하는 데 에너지를 투입할 게 아니라, 미국 하원도 인정하는 '강제연행' 및 '성노예' 부분을 더욱 더 부각시킴으로써 아베 정권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하는 접근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쟁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기존 쟁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 갈 길 바쁜 아베를 더 곤란케 할 방법일 수도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몇 달마다 부고가 들려오고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가급적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2020년과 2021년이 더욱 긴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긴박하기는 아베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위안부'들의 강제노동을 '일본제국 신민들의 합법 활동'으로 둔갑시키려면 2020년과 2021년이 더욱더 분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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