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김동엽-최충연, 반전 필요한 삼성의 '투타 키플레이어'

[KBO리그] 2018년 대활약 후 2019년 대추락, 2020년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20.01.21 09:38최종업데이트20.01.21 09:38
원고료로 응원

김동엽 선수 ⓒ 삼성 라이온즈

 
9위, 9위, 6위, 8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리그 5연패,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명가' 삼성 라이온즈의 최근 4년 성적이다. 박석민(NC다이노스)과 최형우(KIA 타이거즈), 차우찬(LG트윈스) 등 투타 핵심 멤버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후 삼성은 하위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LG)에 이어 김한수 감독까지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들이 팀을 이끌었던 삼성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전력분석팀장과 운영팀장을 역임했던 허삼영 감독을 제15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인기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드림즈에 대입하면 유경택 전력분석팀장(김도현 분)을 감독 자리에 앉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허삼영 감독은 '선수출신'이기 때문에 박은빈이 연기한 이세영 운영팀장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허삼영 감독은 팀의 부진했던 성적과 부족한 전력을 인정하면서도 마냥 리빌딩에 치중하진 않을 거란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KBO리그에서 성적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진했던 삼성이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오르기 위해서는 투타에서 이 선수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팀에 몇 안 남은 거포 김동엽과 차세대 에이스 후보 최충연이 그 주인공이다.

삼각 트레이드의 유일한 패자, 거포본능 깨어날까

지난 2018년 12월 7일 삼성과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가 포함된 KBO리그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삼성의 포수 이지영이 키움으로 이적하고 키움의 외야수 고종욱이 SK 유니폼을 입으면서 SK의 외야수 김동엽을 삼성에서 데려가는 거래였다. 이지영이 1986년 2월생, 고종욱이 1989년 1월생이었던데 비해 김동엽은 1990년7월생으로 트레이드에 포함된 3명 중 유일한 90년대생이었다.

실제로 트레이드가 성사될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이 트레이드의 승자가 될 거라 예상하는 야구팬이 적지 않았다. 이지영의 경우 동갑내기 강민호의 입단 이후 팀 내 입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고 고종욱 역시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다가 2018년 .279로 주춤했다. 반면에 프로 첫 해 6개의 홈런을 때린 김동엽은 2017년 22개의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7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거포로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2019 시즌이 끝난 후 삼각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고종욱은 SK 유니폼을 입고 137경기에서 타율 .323 3홈런 56타점 76득점 31도루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지영 역시 부상 중인 박동원 대신 가을야구에서 키움의 안방을 책임졌다. 반면에 작년 시즌 단 60경기 출전에 그친 김동엽은 타율 .215 6홈런 25타점에 그치며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삼성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거포 다린 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멀티 내야수 타일러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작년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학주와 김상수로 구성된 키스톤 콤비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살리다노가 3루, 이원석이 1루로 나설 확률이 높다. 좌익수에도 3년째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헌곤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김동엽은 이성곤, 이성규 등과 지명타자 자리를 두고 경쟁할 확률이 높다.

새 외국인 선수 살라디노는 작년까지 활약했던 러프 같은 거포 유형이라고 보기 힘들다. 최근 몇 년 동안 몸을 키워 장타가 부쩍 늘어났던 이원석도 다시 체중을 줄여 수비폭을 넓힐 예정이다. 따라서 삼성에서 오롯이 파워히팅에 전념할 수 있는 타자는 김동엽이 거의 유일하다. 타자친화적인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2년째를 맞는 김동엽이 홈구장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발 전환 실패한 삼성의 불펜 에이스, 실패한 유망주 되나

2018년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던 양창섭과 작년 4승 8패 2홀드 4.82로 가능성을 보였던 원태인. 삼성이 실망스러웠던 팀 성적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부분은 큰 기대를 걸었던 루키 투수들이 기대 만큼의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작년 시즌 김한수 감독이 내심 토종 에이스로서의 성장을 기대했던 최충연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2억 8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최충연은 경북고 대선배이자 삼성의 레전드 배영수(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의 뒤를 이을 '푸른 피의 에이스' 후보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2년 동안 프로 적응 기간을 거친 최충연은 2018년 70경기에 등판해 2승 6패 8세이브 16홀드 3.60을 기록하며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최충연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찌감치 병역문제까지 해결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단행한 무리한 선발 변신은 최충연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최충연은 선발로 등판한 2경기에서 8이닝7실점으로 부진했고 투구균형까지 흔들리면서 2패 1세이브 4홀드 7.36이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4년 차 시즌을 마쳤다. 작년 시즌이 공인구의 반발력 변화로 투수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아진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최충연의 부진은 예상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삼성의 불펜 에이스이자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투수 중 한 명이었던 최충연은 선발전환실패와 함께 1년 만에 다시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유망주 시절로 돌아갔다. 이제 삼성 구단이나 팬들도 최충연보다는 양창섭이나 원태인,최지광 같은 다른 유망주 투수들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허삼영 감독 역시 최충연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올 시즌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았다.

삼성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끝판왕' 오승환이 대구로 돌아왔다. 확실한 마무리가 생긴 만큼 작년 시즌 삼성의 '더블스토퍼'로 활약했던 장필준과 우규민은 오승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오승환의 가세로 삼성 불펜이 안정된다면 최충연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1년 만에 팀 내 입지가 완전히 달라진 최충연에게 올 시즌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김동엽 최충연 허삼영 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