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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금지법 시행 뒤 첫 자살, 한국화이바 사과해야"

고 김상용 청년노동자 관련, 노동부 '직장갑질' 인정... 유가족, 43일째 장례 못 치러

등록 2020.01.20 13:46수정 2020.01.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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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 직원이던 고 김상용(당시 32세) 청년노동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20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직장내 괴롭힘 인정했다"며 회사의 사죄와 고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울음을 보이고 있다. ⓒ 윤성효

 
경남 밀양 한국화이바 청년노동자 고 김상용(32)씨의 사망은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첫 사례로, 유가족들은 회사의 사죄와 고인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은 근로기준법(제6장의 2)에 명시된 내용으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고 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의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김상용씨는 2019년 12월 9일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43일째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고, 경남지방경찰청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수사인력을 보강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먼저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가족 진정사건을 조사해온 양산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7일 유가족한테 보낸 통지문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 결과, 강아무개 과장과 고인의 카풀행위는 직위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재조사,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경우 행위자에 대한 징계, 재발방지 등 필요한 조치를 2월 20일까지 이행하라"고 했다.

김씨는 부산에서 밀양역을 통해 출퇴근했던 직장상사를 자신의 차량으로 자주 태워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통해 볼 때 고인의 상사는 "새벽 5시 반경에도 태워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책임을 질 수 없어 떠납니다"며 "강○○ 과장 차 좀 타고 다니세요.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 …"라고 적어 놓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한국화이바 김상용 청년노동자의 사망은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첫 사례다"며 "이전 간호사들의 '태움' 등에 대한 자살은 그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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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 사죄하라" 한국화이바 직원 고 김상용 청년노동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자살했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유가족들은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의 사죄를 촉구했다. ⓒ 윤성효

"명예회복을 위해 사태해결에 나서라"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유가족들은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한국화이바는 김상용 청년노동자 죽음에 사죄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화이바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노동부 조사결과가 나온 이상 더 이상,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고, 유가족을 고통으로 내몰지 말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더 이상 망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 것, 망자와 유가족에게 진정성있는 사죄를 할 것,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할 것,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백성덕 민주노총 경남본부 국장은 "청년 노동자가 직장 갑질과 업무스트레스로 유명을 달리했다.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유족들은 한 달 동안 길거리와 노동부, 경찰서로 오고가며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고 했다.

유경종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본부장은 "고인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보니, 새벽 5시 반과 6시, 그리고 주말인 일요일에도 직장상사가 차량을 태워 달라고 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측은 자기들과 상관이 없다고 했다. 유가족이 찾아갔을 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만나보자고 했다. 여전히 고인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 노동부 결과가 나왔음에도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법이 시행된 지 6개월 만에 첫 자살 사건의 조사결과 통지가 나왔다"며 "법이 시행되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다. 먼저 사용주가 조사를 하도록 한 제도는 잘못이다. 제도적 한계가 있다. 직장갑질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직접 조사를 하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고인의 형은 "진상규명부터 해야 하고, 회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회사는 동생이 죽은 지 43일이 지났지만 아무 말도 없고 사과 한 마디 없다.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시간이다"고 했다.

그는 "카풀도 동생은 개인 기사나 다름없는 노예 생활이었는데, 회사는 당사자와 협의된 내용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며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은 "회사 팀장을 처음에 만났더니 '가정불화가 없었느냐'고 묻더라. 두 번째, 세번째 만남에서도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며 "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와도 아무런 말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내부검토 중이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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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와 한국화이바 직원이던 고 김상용(당시 32세) 청년노동자의 유가족들이 20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직장내 괴롭힘 인정했다"며 회사의 사죄와 고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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