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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공항 정치', 시작은 8년 전이었다

정치적 결단 필요할 때마다 '출국·귀국'... 그의 '말·말·말'

등록 2020.01.19 15:02수정 2020.01.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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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귀국한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같은 해 9월 독일로 출국한 지 1년 4개월 여 만이다.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보수대통합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안 전 의원을 향한 보수 진영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귀국하자마자 안 전 의원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고편은 공개됐다. 지난 2일 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이 내놓을 화두는 '미래'로 보인다.

자신의 책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 출간 관련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의사로서 살아 있는 바이러스 잡다가, 컴퓨터 바이러스 잡다가, 지금은 낡은 정치 바이러스를 잡고 있다. 내 팔자가 바이러스 잡는 팔자인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낡은 정치'를 잡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주역이 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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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2012년 12월 19일 오후 투표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12년 대선 출마로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안 전 의원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에 '출국·귀국'을 반복해왔다. 일종의 '공항 정치'다.

안 전 의원에 대한 여론 집중도가 높을수록 '공항 현장'에 대한 관심도는 함께 올라간다. 출국·귀국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취재진이 몰려들 것이고, 지지자들의 집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등의 익숙한 공간에서 여는 기자회견 보다 훨씬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안 전 의원 측은 "19일 짧게나마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부터 정치적 결단 필요할 때마다 '출국·귀국' 
  
'공항 정치'의 시작은 2012년 대선 날 출국이다. 안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일 선거 결과를 보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났다. 단출한 차림에 가방을 메고는 "그동안 감사했다"고만 했다.


안 전 의원은 대선 후보 사퇴 후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를 했지만, 여전히  '안철수 지지자'들은 공고했고 공항에 집결해 그를 배웅했다. 미국 도착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훌훌 떠나며 '여운'을 남겼다.

그 후, 3개월 만에 귀국한 안 전 의원이 들고 나온 카드는 '노원 병' 출마다. 당시 화두는 '낮은 정치와 새정치'였다. 2013년 3월 11일 안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 사퇴에서 새정치를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약속드렸다"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에 국민의 삶과 마음의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 이번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 출마는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다시 '홀연히' 귀국한 그의 일성에 그의 팬클럽 '안사모(안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열광했다. 환영 인파가 몰렸고 '안의 귀환'이라며 그를 반겼다. 당연한 수순처럼, 그는 19대 국회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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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2013년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안 전 의원은 2016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 해 8월 휴가차 미국 방문 후 귀국한 자리에서 "제 머릿속은 위기의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는 것으로 꽉 차 있다"라고 했다. '귀국을 계기로 대선 행보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의 답이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의 미래를 준엄하게 생각한다"라며 "미국의 스마트팩토리, 독일의 인더스트리4.0 같은 국가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야를 넘어 교육혁명, 과학기술혁명, 창업혁명 등 미래를 위한 담대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점은 '미래'에 찍혔다.

이처럼,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안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귀국 계기로 대선 행보 박차'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그는 대선에서 3위로 패배했다. 

"패배한 부하들 놔두고 외국 가는 장수가 어딨나"

그 해 11월 자신이 대표였던 '국민의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며, 비 안철수계 의원들과 안철수계 의원의 갈등이 심화됐던 시점이다. 그는 4박 5일 동안의 독일·이스라엘 행을 택했다.

그는 귀국 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분란을 위한 얘기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고도 했다. '나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 공항에서 이뤄졌다. 

실제 한 달 뒤인 12월, 안 전 의원은 "대표직을 걸고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전당원투표를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다음 해 2월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과 통합해 '바른미래당'이 탄생했다. "모든 투덜거림에 답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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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휴식기 돌입 입장을 밝힌 뒤 차량에 타고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18년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여 앞둔 때에는 '정국 구상'을 위해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3박 4일 간의 일정 후 공항에 도착한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이 요청하면 말씀 나누겠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고 3위로 낙마했다. 패배 후인 6월 15일, 안 전 의원은 딸의 박사학위 수여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같은 출국에 환호는 없었다. '비판'이 뒤따랐다.

6.13 지방선거에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던 장진영 변호사는 "역사의 어느 전쟁에서 패장이 패배한 부하들 놔두고 가족 만나러 외국에 가버린 사례가 있는가, 딸 졸업식 축하도 중요하지만 전멸 당한 후보들 위로가 더 중요하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6일 뒤, 안 전 의원은 '새벽 귀국'을 택했다. 정계은퇴까지 거론되며 갑론을박하는 사이 안 전 의원은 새벽 4시 조용히 귀국했다. '일성'은 없었다.

1년 4개월만의 귀국... 이번엔 보수 진영이 손 내밀어

그로부터 몇 달 후 독일로 떠났고, 또 다시 1년 4개월 후인 오늘 안 전 의원이 귀국한다.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위치다. 외연 확대가 필요한 보수 진영에서는 안 전 의원에게 '함께 하자'며 손을 내밀고 있다. 

안 전 의원 측은 며칠 전부터 그의 귀국 일정을 공식 안내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안 전 의원, 그는 무슨 '일성'을 내놓을까. 또 다시 그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공항 정치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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