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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소창으로 만든 생활용품 보러 오세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오소소'에서 인생 이모작 한 여성들

등록 2020.01.19 12:14수정 2020.01.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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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엔이 분류한 생애주기에 띠르면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 장수노인으로 분류했다. 66세부터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셈이다. 100세 시대 인생 이삼모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오소소의 삼인방 김미자 권화순 김순덕이 공방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이명옥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인생 이모작 길을 개척한 야무지고 당찬 강화 여성들이 있다.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9년 9월에 문을 연 '오소소'의 권화순 대표, 김순덕 조합원, 김미자 사무국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오소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메이드인강화는 천연염색과 자수를 가르치던 손, 미술강사의 눈,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과 요리를 하던 감각을 모아 만든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다.
  

오소소 공방 손님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이명옥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말해주듯 '오소소'는 강화 소창과 자수를 이용한 아기자기한 소품과 실용적인 면제품들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품 공방과 판매 매장을 나란히 두어 효율적인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작업 동선과 인력을 최소화 했다.

'오소소'란 작은 물건들이 소복하게 쏟아지는 소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란다. '본디 소(素)'는 '본바탕, 성질, 희다'라는 뜻이 있어 목화가 직물 재료인 강화 소창으로 제품을 만드는 사업체의 이미지가 잘 드러난다.

*강화소창 사용 기본팁
-물을 넉넉히 잡고 30 분 이상 푹 삶는다.
(비누 조각이나 소다를 넣어 삶으면 더 좋다)
- 잘 말려 다려서 모양을 잡은 뒤 원하는 크기로 잘라 수를 놓거나
가장자리 마감을 한다.
- 서너 번 삶아 말려 사용하면 줄어들지 않는다.
*강화소창 사용 간편팁
-뜨거운 물에 한 두 시간 담가 풀기를 뺀다.
- 미지근한 물에 조물조몰 주물러 빤 뒤 맑은 물로 헹궈 말린다.

소창은 100% 목화솜으로 만든 23수로 짜낸 천연 면직물이다. 빨리 마르고 오염도가 낮아 위생적이다. 여러 번 삶아 빨수록 흡수성과 내구성이 좋아져서 락스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경과 생태, 인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친환경 제품으로 관심과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오소소 강화소창 제품들 강화 소창으로 만든 '오솟' 제품들 ⓒ 이명옥


'소창'하면 빨랫줄에 널어 말리던 하얀 기저귀만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소창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해 합성 섬유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생활 전반에 사용됐다. 기저귀, 배내옷 턱받침과 손수건은 물론이고 혼례 함을 멜 때와 이승에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의 관을 옮길 때도 소창을 사용했다. 소창은 사람의 '탄생에서 귀천까지' 가장 유용하게 쓰였던 직물이었던 셈이다.

친환경 제품으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소창은 점점 더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가공 전 약간 누르스름한 색을 띤 소창은 빨아쓸수록 흰색이 된다. 요즘은 다양한 색상의 천연 염색으로 침구류, 스카프, 천가방, 손수건, 수건, 앞치마, 방석, 다기 받침 등의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강화에는 다섯 개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가 선정되어 활동 중이다. '오소소'는 창업 5개 여월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으니 출발은 성공적이다. 이제 독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체가 될 제품 생산과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판매 루트 개척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오소소' 이외에도 강화소창을 이용한 사업체가 여러 군데 있어 특화된 상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미자 사무국장은 "현재 상황은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중 가장 실적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지원없이 지속가능한 사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메이드인강화의 이미지를 살린 다양한 콜라보 제품 생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1930년대 강화도의 직물산업은 전국에서 유명했다. 특히 1970년대 강화도 소창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해 강화읍에서만 4천여 명이 직물공장에서 일할 만큼 번창한 산업이었지만 나일론 등 합성섬유의 상업화에 밀려 사라졌다. 강화 소창은 현재 아홉 군데서 소규모로 생산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소소' 제품 관광객 소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강화읍 강화대로 중앙시장 1층은 '오소소' 외에도 강화소창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거나 직접 만들 수 있는 곳이 자리하고 있다. '강화군 신문리에 소재한 소창체험관에는 소창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간단한 체험도 가능하다. 천연 면직물 강화 소창에 관심이 있는 강화 여행객이라면 방문해 볼 만하다.

관광두레란~

*2013년 시작된 '관광두레'는 지역주민들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숙박·식음·여행·체험·레저·기념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밀착 지원하는 정책이다. 멘토 역할을 하는 피디와 선정된 주민사업체가 한팀이 되어 지역문화 활성화와 변화를 꾀하고 관광객 소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관광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소소 #강화소창 #관광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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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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