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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첩의 땅,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친일파의 재산은 살아있다] 조선신탁이 소유한 청주 상당산성 토지의 비밀

등록 2020.01.20 07:18수정 2020.01.2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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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첨병 조선신탁, 청주 상당산성 내 2필지 3448㎡ 소유
최초 낭성면 소유였지만 친일파 민영휘의 첩에게 소유권 이전
민영휘 첩 안유풍이 조선신탁에 토지 신탁, 현재까지
1979년 대한민국에 귀속됐지만 다시 조선신탁으로 넘어가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의 첨병에 섰던 '조선신탁주식회사'가 충북 청주시 산성동 상당산성 내 토지를 현재까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권자가 조선신탁주식회사 명의로 확인된 것은 총 2필지.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지목 전, 면적 2317㎡)와 142번지(지목 대지, 면적 1131㎡) 등 총 344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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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현재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 등기부등본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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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현재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42번지 등기부등본 ⓒ 충북인뉴스

 
이곳의 토지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020년 1월 현재 토지소유자는 조선신탁주식회사. 1934년 11월 22일 신탁행위를 해 등기원인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1935년 9월 16일 등기가 접수됐다.

소유자로 등재된 조선신탁주식회사는 1932년 조선총독부와 조선의 매판 자본가들이 합작해 설립한 신탁회사다. 조선신탁회사에 참여한 대표적인 인물은 민영휘다. 그는 한일병합의 공로를 인정받아 일제로부터 귀족 신분인 '자작'을 수여받았고 은사금까지 받았다. 신탁회사의 영업 분야는 금전신탁, 토지 등 부동산 신탁, 유가증권 신탁 등 세부분이다.

낭성면 소유 토지에서 민영휘의 첩을 거쳐 조선신탁 회사로

조선 수탈의 첨병에 섰던 조선신탁주식회사가 어떻게 해방 7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땅을 소유할 수 있었을까? 그 연원을 확인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토지등기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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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작성된 기록이 남아있는 토지대장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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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작성된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42번지 구 토지등기부등본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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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작성된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 구 토지등기부등본 ⓒ 충북인뉴스

 
일제가 작성한 토지등기부등본에는 청주시 산성리 138번 번지와 142번지에 대한 최초 소유자로 '청주군 낭성면 산성리'로 기재돼 있다. 기재 년도는 소화(昭和) 5년, 즉 1930년이다. 다시 같은 해 소유자가 '산성리'에서 '청주군 낭성면'으로 변경된다.

소유자가 '산성리'와 '낭성면'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에 대해 청주시 상당구청 관계자는 "마을이 집단으로 소유한 마을 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같은 해 3월 경성부 관훈동에 거주하는 안유풍(安遺豊)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등기부상에 나타난 이전 사유는 '매매'(賣買)다. 새로운 토지 소유자가 된 안유풍은 누굴까? 대표적인 친일파 민영휘의 첩으로 '해주마마'로 불린 인물이다. 

이 토지는 다시 1935년 조선신탁주식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토지등기부등본에는 이전 사유로 '신탁'이라고 기재돼 있다. 

대한민국이 되찾았지만 다시 조선신탁으로 

조선신탁주식회사 명의로 돼 있던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와 142번지는 1979년 소유권이 대한민국 재무부로 이전된다. 등기원인으로 '1948년 9월 11일 권리귀속'이라고 기재했다.

이렇게 해서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와 142번지는 조선신탁주식회사 소유 명의로 등재된 지 44년 만에 대한민국으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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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와 142번지에 대한 폐쇄통지등기부 등본 ⓒ 충북인뉴스

 
그렇다면 등기원인으로 기재된 '1948년 9월 11일 권리귀속'은 무엇을 의미할까?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됨에 따라 미국은 '미 군정청'의 폐지를 공포하고 행정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와 더불어 1948년 9월 11일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간에 '한미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을 체결했다.

이 법 1조에는 귀속재산에 대하여 미국이 가졌던 일체의 권리, 명의, 이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정법령 33호에 의하여 귀속된 일본인 공유 또는 사유재산에 대하여 승인·인준하기로 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재산조사위원회 보고서 1편 '청산되지 않은 역사, 친일재산')

이렇게 된 것은 해방 이후 미 군정청이 한반도 38선 이남을 먼저 통치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통치를 시작한 미군정청은 그해 9월 25일 '패전국 소속 재산의 동결 및 이전 제한의 건'을 제정한다. 같은 해 12월 6일에는 '조선 내 일(본)인 재산의 권리 귀속에 관한 건'을 제정하고 남한 내 모든 일인 소유재산을 인수했다. 귀속재산처리법의 근거가 되는 미군정법령 제33조는 1945년 12월 9일 공포됐다.

이에 따르면 1945년 8월 9일 이후부터 일본 정부나 그 기관 또는 일본인이 소유하는 재산의 처분은 금지되고 그 날 이후 성립된 매매는 무효가 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9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정부는 '귀속재산 처리법'을 제정했다.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138번지와 142번지 소유의 땅이 수탈의 첨병, 조선신탁주식회사에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총 44년. 해방 후 34년이나 걸렸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86년 해당 토지는 다시 조선신탁주시회사 소유로 환원된다.

환원된 이유는 법원 판결. 1985년 5월 서울민사지방법원은 의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다시 소유권은 조선신탁주식회사로 환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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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산성 #조선신탁 #민영휘 #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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