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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위헌 나왔는데... 낡디 낡은 새보수당의 '1호 법안'

[주장] 새보수당의 군복무 가산점법이 제대 군인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유

등록 2020.01.16 16:04수정 2020.01.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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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13일 오전 서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추진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0일 하태경 새로운보수당(아래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 의원의 말을 빌리면 '청년병사보상3법' 중 하나로 "현역병,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이행한 자가 6급 이하의 공무원 채용시험을 실시한 경우" 필기시험에서 과목마다 1%의 점수를 가점(사회복무요원의 경우 0.5%)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청년병사보상3법이라 이름 붙여진 법안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징병제 국가인 한국에서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가 있는 지점에 착안하여 군복무에 합리적인 보상을 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군복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바 있다. 

논의를 20년 전으로 퇴보시킬 셈인가

당시 헌재에서는 "제대군인이 공무원채용시험 등에 응시한 때에 과목별 득점에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를 가산하는 제대군인가산점제도(아래 가산점제도)"가 헌법에 근거를 둔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이러한 가산점제도가 여성, 신체장애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도 주요 관심사였다. 헌재는 가산점제도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헌재는 당시의 가산점제도가 위헌이라고 했지만,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자체가 문제라고 하지는 않았다. "제대군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의 취업의 기회를 박탈·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에는 "절대 다수의 여성들과 상당수의 남성들"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위헌 결정이 난 뒤 지난 20년 동안 군가산점제는 마치 '남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하지만 군복무를 하지 못하거나 보충역에 편입되어 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당시 가산점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당시 헌법소원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남성 장애인이 있었으니 군가산점제가 모든 남성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오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9일 성명에서 "국민 중 여성, 병역면제자, 병역특례자 등이 제외될 뿐만 아니라 공무원시험을 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는 점에서 또 한 번 그 수혜대상이 좁아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하 의원은 SNS를 통해 10일 함께 발의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들어 자신의 군가산점법은 차별이 아니라 평등에 기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개정안은 "여성의 경우 현역병 복무도 지원자에 한하여 가능하도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니까 원하면 여성도 군대에 갈 수 있으니 군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서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법안 역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단순히 여성에게 군대를 갈 기회를 보장하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관점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모두가 군대를 가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산점제도는 그 자체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위헌의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군대를 가면 그 자체로 평등인걸까? 이러한 고민이 해당 법안에는 결여되어 있다.

또한 하 의원은 12일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헌재는 5%라는 과도한 군가산점을 위헌이라고 한 것이지 1% 적절한 군가산점을 위헌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가산점을 어느정도 부여하는가를 떠나, 군가산점제에 대한 헌재의 지적은 새보수당의 법안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 가산점제는 입법자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 아냐"

이렇듯 문제가 많은 법안을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1호 법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일이다. 이미 군복무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구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나와 있고, 20년이라는 시간동안 꽤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또 다시 가산점제도를 끌고 오는 것은 의도는 무엇일까.

하태경 의원에게 2010년 당시 여성가족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군복무 이행에 대한 합리적 보상제도 연구> (김선택 외, 2010)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헌법재판소가 태도를 변경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입법을 강행하여 다시 헌법재판의 대상으로 만들어 또 한 번 위헌결정이 난다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은 무엇보다도 남성 대 여성의 대립, 장애인 대 비장애인의 대립 등 마치 사회의 강자인 주류세력과 사회적 약자인 비주류 간의 대결양상으로 사회통합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국 군가산점제는 입법자가 채택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 이상 아니다. 군가산점제는 다른 정책수단들과 either∼or(양자택일)의 문제도 not only∼but also(~ 뿐만 아니라 ~도)의 문제도 아니다. 제대군인가산점제도 위헌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분명히 한 것처럼 군가산점제는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지향하는 한국헌법과 법체계하에서 채택될 수 없는 수단이므로 더 이상 논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군가산점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적 약자의 사회진출을 도와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할 것인지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새보수당이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나선 바, 무엇이 진정으로 청년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청년에는 군복무를 마친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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