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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된 지상 최고의 스파이, 그가 얻은 큰 깨달음

[리뷰] 협업의 중요성 일깨워주는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20.01.14 15:02최종업데이트20.01.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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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고 스파이와 과학 너드(nerd)가 만난다면? 새해 극장가에 웃음과 액션이 만난 애니메이션이 떴다. 캐릭터와의 외모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활약했다. 실제 모습을 전적으로 반영한 비주얼과 특유의 행동 탓에 애니메이션인지 실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맞춤형 캐릭터가 탄생했다.

무엇보다도 이제 낯설지 않은 한류를 영화 속에서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월터가 푹 빠진 한국 드라마가 나오는가 하면 트와이스의 'KNOCK KNOCK'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또한 월터의 발명품인 '반짝이 구름' 속 고양이 이미지가 한국의 인스타그램 채널 속 고양이 '우아'사진으로 만들어지는 등 영화 곳곳에서 K컬처를 찾는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상 최고의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는 혼자서도 세상을 구하고도 남는 완벽한 스파이다. 하지만 누명을 뒤집어쓴 채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되니 도움이 절실해진다. 그때 생각난 사람은 '월터(톰 홀랜드)'.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이걸 어쩌나... 엮여도 제대로 엮였다. 엉뚱한 천재 월터가 발명한 시약을 먹고 비둘기로 변해버린 랜스. "에구머니나.. 내가 지금 새됐다고?"

사람에서 비둘기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꽤나 유용하다. 비둘기는 전 세계 그 어떤 도시에도 존재하는 눈에 띄지 않는 최고의 위장술이다. 비둘기가 된 랜스의 시야는 360도나 되는 탓에 구석구석까지 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을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무리지어 다니는 통에 힘듦을 나눌 동료가 늘 곁에 있어 든든하다. "이게 웬걸 생각보다 괜찮은데?"

날지 못하는 비둘기가 된 랜스는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때문에 미덥지 않은 인간 월터와 비둘기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다. 그야말로 공동운명체다. 조금 엉성하지만(?) 인간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자 이제부터 힘을 모아 미션을 완수해 볼까?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인싸(인사이더)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님을 엉뚱하고 어설픈 아싸(아웃사이더)를 통해 배우는 이야기다. 함께하는 협업, 같이의 가치를 논한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 없이는 힘든 점이 많다. 혼자만의 자만심과 아집, 고집은 어울려 사는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

랜스는 월터로 인해 이런 공동체 의식에 서서히 물들어간다. 월터의 맑은 심성은 어릴 적 경찰관이자 영웅이었던 엄마의 따뜻한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엄마는 세상에는 별난 사람이 필요하고, 과학은 실수가 필요하다는 말로 월터를 항상 격려했다. 월터는 엄마의 가르침에 힘입어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무기를 만드는 과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월터가 만든 발명품은 다소 창의적이고 귀여워서 탈이지만 "네 장난감이 세상을 구할 거야"라는 응원에 힘입어 주변의 괄시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보호막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포근하게 감싸 주는 장비 '허그 보호막', 만능 가제트 팔 버금가는 '멜티 펜', 귀여운 고양이 홀로그램으로 마음을 무장해제하는 '반짝이 구름', 모든 비밀도 털어놓는 향기 '라벤더 향 자백 유도제' 등 월터의 손에서 나온 별난 장비가 재미를 준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파이 지니어스>는 서로 다른 스파이 듀오가 만나 차이를 극복하고 부족한 부분은 매워가는 협동의 영화다. 나와 다른 것은 결코 틀린 게 아니다. 별난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고 즐거운 세상이 될 수 있다.

감정도 생각도 달라 툭하면 문제를 일으키고 섞이지 못했던 스티브 잡스, 남의 아픔에 유독 괴로워 했던 아이 알베르트 슈바이처, 게으르고 글러먹었다는 선생님의 평가를 들어야 했던 토마스 에디슨 등 세상을 바꾼 사람들도 어린 시절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면 세상은 끔찍할 것이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또한 도시의 골칫덩어리에서 유능한 조력자로 변신한 비둘기를 재평가할 수 있게 한다. 비둘기는 어딜 가나 무리를 짓는 특성 탓에 바로 팀플레이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평화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현재 닭둘기라는 흉물이 되어버린 비둘기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관심과 따스한 이해, 사회의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할 때 그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전 세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유효하다. 개봉은 1월 22일이다.
스파이 지니어스 윌 스미스 톰 홀랜드 협업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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