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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즌 맞이하는 박용택, 마지막 꿈 이룰 수 있을까

[KBO리그] 데뷔 시즌 준우승 이후 KS 전무, 올해가 은퇴 시즌

20.01.12 14:14최종업데이트20.01.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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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KBO리그의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NC 다이노스가 5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와일드 카드 결정전 패배로 탈락하면서 포스트 시즌 경기는 모두 수도권에서만 치러졌다.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하다 아쉽게 6위로 밀려났던 kt 위즈(승률 5할 달성)를 제외한 나머지 4팀이 포스트 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을 연고로 하는 두산 베어스가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 2016년 이후 3년 만에 트로피를 탈환했다.

그러나 같은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라이벌 LG 트윈스는 라이벌의 우승을 2019년에도 지켜보기만 했다. LG는 정규 시즌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포스트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키움 히어로즈에게 패하며 준플레이오프에서 광탈하고 말았다.

MBC 청룡으로 시작하여 팀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LG는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마지막 한국 시리즈 진출이 2002년인 LG는 2002년 준우승 이후 단 한 차례도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한국 시리즈를 경험한 현 최고참 선수 박용택은 생애 두 번째 한국 시리즈를 18년째 기다리고 있다.

팀 마지막 우승 1994년, 선수 시절 우승 경험 아직 없는 박용택
 

박용택 ⓒ 연합뉴스

 
LG는 1983년 후반기 리그, 2000년 매직리그 우승 이외에 1990년과 1994년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것은 1990년과 1994년 뿐이고, 2002년 한국 시리즈 진출 이후 2012년까지 10년 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3년 LG는 실로 오랜만에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라이벌 두산에게 밀리며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에는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시즌 마지막 날 극적인 4위 진입에 성공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2016년에도 정규 시즌 4위를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NC에게 패했다.

1994년 이후 LG가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동안 라이벌 두산은 통산 6번의 우승 중 5번(1995, 2001, 2015, 2016, 2019)을 해냈다. 라이벌 팀이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수록 우승에 대한 LG의 갈망은 커져가고 있지만 해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히어로즈(현대 유니콘스 해체 후 재창단), NC 그리고 kt 3팀이 새롭게 리그에 참가했고 이들 3팀은 아직 우승 이력이 없다. 이들 3팀을 제외하고 21세기에 들어와서 한국 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는 팀은 LG(마지막 우승 1994)와 롯데 자이언츠(1992) 그리고 한화 이글스(1999) 3팀이다.

LG가 25시즌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는 동안 LG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의 감격을 맛보지 못한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있었다. 현재 LG의 타격코치인 이병규 코치(1997 데뷔) 역시 LG의 우승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이병규 코치는 잠시 일본에 갔을 때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우승을 한 적은 있었다.

해외 리그 진출 경험 없이 LG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현역 선수가 박용택이다. 2002년에 데뷔하여 2019년 시즌까지 LG 한 팀에서만 뛰었고,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2439안타) 기록도 아직까지 진행 중인 기록이다. 그러나 박용택은 데뷔 시즌의 한국 시리즈 준우승이 그의 마지막 한국 시리즈였다.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우승에 목마른 박용택

박용택은 2018년 6월 23일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2318안타를 넘어섰다. 이 때까지만 해도 10년 연속 3할 타율에 7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또 다른 기록에 일찍 다가설 수도 있었다. 박용택은 3번째 FA 계약에서 4년이 아닌 2년만 계약하며 사실상 은퇴 준비를 알렸다.

그러나 마지막 FA 계약을 맺은 첫 해였던 2019년 박용택은 팔꿈치 부상과 옆구리 부상으로 인하여 사실상 주전 자리를 후배 선수들에게 내줬다. 2020년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로스터 생존 경쟁에서 어느 정도 살아남는다면 통산 2500안타의 위업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기록에서는 타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이룬 박용택이다. 그러나 데뷔 시즌인 2002년 이후 한국 시리즈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그는 마지막 2년의 계약 동안 우승을 꼭 이루고 은퇴하겠다고 밝혔지만 2019년 준플레이오프에서 그 도전을 멈춰야 했다.

사실 몸만 건강하다면 박용택은 타격 정확도에 있어서는 꾸준함을 유지하던 타자였다. 후배들에게 외야 자리를 넘겨주고 지명타자 출전 빈도가 많아졌지만 그의 정교한 타격은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었다.

은퇴 시즌을 예고한 박용택은 지난 시즌 한국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자극을 받은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배영수(두산 베어스 코치)다. 배영수는 극적으로 두산에서 기회를 얻어 한국 시리즈 엔트리에 들었다.

한국 시리즈 4차전 마지막 이닝에서 두산의 코칭 스태프는 마운드 방문 횟수 계산에 착오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배영수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할 기회를 얻었고, 한국 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세이브를 거두고 은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에서의 우승은 선수 한 명이 이뤄낼 수 없다. 선발투수 혼자서 경기를 이길 수도 없고, 뛰어난 타자 혼자서 경기를 이길 수도 없다. 결국 야구는 각 포지션의 여러 선수들이 함께 승리를 이뤄내는 스포츠다.

다른 팀들의 전력 변화, 우승이 쉽지만은 않다

때마침 일부 상위권 팀의 전력도 누수가 생겼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세스 후랭코프는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하며 떠났다. 타자 역시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는 출혈 선수 1명의 영향력이 크다. 에이스였던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하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떠났다. 외국인 선수는 타자 제이미 로맥은 남았지만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투수코치였던 손혁 역시 키움의 감독으로 선임되며 팀을 떠났다.

다만 키움은 전력 누수가 크지 않다. 특히 지난 해 포스트 시즌에서도 LG를 격침시킨 팀이 키움이었고, 키움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한국 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몇 년 전까지 키움의 투수코치로 활동했던 손혁은 2020 시즌부터 키움의 감독을 맡는다.

LG의 우승에 키움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이정후 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선수 자원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키움 역시 김하성이 2020 시즌 이후 포스팅 시스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승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상황이다.

2018년 최하위에서 2019년 포스트 시즌 재진입으로 부활한 NC도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NC는 큰 전력 누수는 없지만 일단 FA 시장에서 박석민과 재계약을 체결했고, 김태군과의 협상은 아직 진행중이다. 외국인 선수는 드류 루친스키만 재계약하고 나머지 2명은 교체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다른 상대 팀들도 무시할 순 없다. kt는 지난 해 간발의 차이로 포스트 시즌을 놓쳤지만 창단 첫 5할 승률 시즌을 만들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고, 다른 팀들도 재정비 및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박용택의 마지막 시즌,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 투어 이후, 몇몇 스타 플레이어들의 은퇴 투어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승엽과 이호준이 은퇴 투어 문화를 열었던 만큼 19년 동안 LG 한 팀에서만 활약한 박용택 역시 은퇴 투어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차이는 있다. 이승엽이 은퇴하던 해 삼성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삼성은 시즌 마지막 날 경기가 다른 경기들과 달리 최종 순위에 영향이 없는 점을 이용, 다른 곳의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이승엽의 은퇴전을 진행했다. 이호준은 은퇴 행사를 진행한 뒤 포스트 시즌 경기까지 출전했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 역시 다른 팀의 원정 경기 마지막 일정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의 은퇴 경기와 은퇴식은 정규 시즌 마지막 홈 경기로 치른 뒤, 최종 은퇴 시점은 포스트 시즌까지 모두 끝난 이후가 될 예정이다.

선수 본인이 무엇보다 우승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부상이 없을 경우 포스트 시즌 경기도 출전할 예정이다. 다만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경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희망 사항일 뿐이다.

다행히 LG는 이번 겨울 큰 전력 누수는 없다. 고우석이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았고, 필승조 정우영은 지난 해 신인상을 차지했다. 김대현, 김지용, 이정용, 정찬헌 등은 부상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이들보다 일찍 몸을 만들기 위해 스프링 캠프가 진행될 호주 질롱으로 먼저 출국했다.

류제국이 불명예 은퇴로 팀을 떠났고, 배재준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해졌다. 그러나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구원투수 자원이 두터워진 덕분에 정우영을 선발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겼다.

FA를 선언했던 송은범과 진해수 두 구원투수를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LG는 심수창(은퇴)과 장원삼(방출 후 롯데 입단) 이외에는 즉시전력감 투수 자원의 유출도 최대한 줄였다. 정우영 본인이 선발투수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스프링 캠프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야수진에서는 FA가 아닌 2차 드래프트 영입을 통해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정근우를 보강했다. 유격수 오지환과 입단 동기인 정주현이 2루수로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정근우를 통해 수비 뎁스를 강화했다.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 두 외국인 투수와는 재계약했지만 외국인 타자는 아직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LG는 새해부터 선수단에 영 좋지 않은 사건이 터지는 등 심상치 않은 트윈스 30주년을 보내고 있다. 1차 스프링 캠프를 떠나게 될 호주는 현지 기준으로 여름에 접어들면서 극심한 산불 피해로 국가 비상 사태까지 선포됐다. 연초부터 위기 요소들을 맞이한 LG가 이러한 요소들을 극복하고 박용택의 마지막 시즌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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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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