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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태국 영화에서 느껴지는 익숙함... 왜 공감하게 될까

[리뷰] 영화 <썩시드> "실패해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 있잖아!"

20.01.12 14:43최종업데이트20.01.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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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썩시드>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첫사랑은 실패하기 때문에 마음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대부분 짝사랑이거나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로 남기 마련이다. 실패하며 단단해지는 10대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때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지 않나.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라 할지라도 성장을 향한 탄탄한 밑거름이 된다.

차야놉 분프라콥 감독은 최근 국내에 <프렌드 존>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의 데뷔작 <썩시드>는 제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패밀리 판타 섹션에 상영되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음악과 청춘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도 하다. 반항과 자유를 부르짖는 공통점은 물론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 감성까지 소환한다.

영화 <썩시드>는 공부도 사랑도 노래도 약간 모자란 고교 동창 삼인방의 좌충우돌 밴드 결성기다. 그때 아니면 절대 하지 못했을 찌질한 짓(?)들도 서슴없던 무모함이 웃음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낯선 태국 언어와 록 장르를 차용하지만 누구나 겪었을 10대 시절을 떠올려보며 추억에 빠져보기 좋은 시간이다.
 

영화 <썩시드>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초등학교 시절, 펫(지라유라-옹마니)은 가수를 꿈꾸는 레코드 집 딸 언(나타샤 나울잠)과 음악으로 친해진다. 그 후 음악에 눈을 뜬 펫은 언을 향한 마음을 노래에 담아 고백하고 싶지만 서툰 감정 표현은 오해를 만든다. 그 후 이사 간 언을 그리워하며 고교생으로 성장한다.

한편, 펫과 쿵(파차라 치라치뱃)은 단짝 친구로 모든 것을 공유한다. 우연히 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밴드 결성에 탄력이 붙는다. 사실 언은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접하며 기타를 연주는 물론, 수준급 노래 실력을 갖춘 가수 지망생이다.이에 쿵은 볼 것도 없이 언을 위한 밴드를 만들어 버리고, 뭐든 잘 될 것만 같은 부분 기대감이 차오른다.

하지만 어찌 일이 술술 잘 풀린다 했다. 쿵이 언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자 세상의 모든 여자는 필요 없다며 실의에 빠지고 언은 밴드에서 탈퇴하게 된다. 중간에 낀 펫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학생 록밴드 대회 '핫 웨이브'에 출전하게 된다.
 

영화 <썩시드>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핫 웨이브의 올해 규정은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순수 창작 러브송이다. 이때부터 펫은 사랑 노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없으니 가사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사랑해"라는 직접적인 표현 보다, 시적인 은유의 노랫말이 훨씬 힘들다는 점을 깨닫는다.

펫은 언을 향한 마음을 담아 가사를 쓴다.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멍충이가 되는지 가사를 쓰며 확신하게 된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마음. 연인들이 주고받는 사랑의 언어, 마음을 적어 내려간 가사가 펫이 만든 러브송이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 쿵 때문에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이유는 쿵이 언을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 펫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시간을 흘러 학교 최고의 밴드 아레나와 같은 무대에 서게 된다.

과연 밴드 썩시드는 아레나와 대결할 수 있을까? 우정과 사랑 중에 펫은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시종일관 긍정적이고 풋풋한 감성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만든다. 이게 바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서의 공감대다.
 

영화 <썩시드>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음악은 만국 공통어다.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분위기는 충분히 전달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 우정, 음악을 향한 열정이 영화 <썩시드>에 녹아들어 있다. 처음 듣는 노래지만 나도 모르게 발을 쿵쿵거리고 흥겹게 리듬을 타게 된다. 이런 건강한 에너지는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또한 세련되지 않지만 자꾸만 정이 가는 영화다. 때타지 않은 순수함과 음악의 즐거움이 성장영화의 장점을 고루 갖추었다. 음악, 우정, 첫사랑, 도전과 실패의 테마를 빌어 삶의 보편성을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밴드 이름 썩시드는 '우리처럼 좌절했지만 다시 일어서는 이들을 위한' 주문 같은 말이다. 비록 임무를 완수하고 당차게 'Success'를 외치고 싶지만 현실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청춘의 무모한 특권이 영화 내내 흘러넘친다. 만화적인 설정과 B급 정서로 중무장한 유쾌한 웃음이 살아 있다. 서툴지만 진중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지만 깜찍함이 천진난만한 모습과 잘 어울린다.
썩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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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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