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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타고 국경 넘은 가족 실화... 가슴을 졸였다

[리뷰]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영화 <벌룬>

20.01.10 18:42최종업데이트20.01.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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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룬> 스틸컷 ⓒ 세미콜론 스튜디오

 
하늘 위로 두둥실 떠다니는 풍선을 보고 있을 때면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동심이 생겨난다. 영화 <업>에서는 집에 풍선을 달아 하늘을 날아간 칼 할아버지의 애잔한 러브스토리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무서운 풍선도 있다. 최근 영화로 만들어진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에서는 사람을 해치는 삐에로가 등장할 때마다 빨간 풍선으로 유혹한다.

비록 풍선은 때와 장소, 색깔에 따라 다르게 느끼지만 대체로 희망을 상징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바람을 담은 풍선을 타고 국경을 넘어간다면 어떨까?
 
영화는 이게 과연 가능한가 싶은 정도로 실감나는 열기구를 보여준다. 실제로 열기구가 항공을 유영하는 장면은 CG가 아닌 3~30m 높이에서 촬영해 만든 것이다. 때문에 공중에서 열기구를 띄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된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재능 있는 감독 미카엘 헤르비그는 독일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모아 영화를 완성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소년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데이빗 크로스'와 <택시 운전사>의 독일 기자로 유명한 '토마스 크레취만', 그리고 <나의 산티아고>의 순례자를 연기한 '카롤리네 슈허', <퓨리>에서 엠마 역을 맡은 '알리샤 본 리트버그'가 등장한다.
 

영화 <벌룬> 스틸컷 ⓒ 세미콜론 스튜디오

 
특히 토마스 크레취만은 짧은 머리와 콧수염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택시 운전사>의 모습은 지웠다. 실제로 몰입하는 동안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는데, 단순한 악역이 아닌 복잡한 심경을 담은 인상적인 캐릭터다. 이념으로 나뉘어 있지만 누구보다도 그들을 이해하는 비밀경찰. 그 쫓고 쫓기는 짜릿한 스릴이 집중도를 높인다.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실화를 어떻게 두 시간짜리 장편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는 자질구레한 역사, 정치적 사정은 걷어내고 오직 벗어나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의 숨 막히는 대결구도를 차용했다. 때문에 지루한 부분 없이 러닝타임 동안 이들의 탈출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된다. 

피터(프리드리히 머크) 가족은 탈출을 시도하려고 권터(데이빗 크로스) 가족과 열기구를 만들고 있었다. 드디어 북풍이 불어 순탄하게 서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날씨까지 받쳐주었지만 권터 가족은 남기로 하고 피터 가족만 가기로 한다.
 

영화 <벌룬> 스틸컷 ⓒ 세미콜론 스튜디오

 
드디어 첫 비행에 나선 피터 가족은 국경선 200m 앞에서 실패하고 만다. 그 후 아무도 모르게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경찰이 포위망을 점차 좁히고 있었다. 조금만 지체하면 발각되는 아찔한 상황. 가족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다. 눈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다른 가족에게까지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한다.

흔히 냉전시대를 배경을 다루고 있는 영화들은 사회적인 큰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벌룬>은 그 시대를 살았던 소시민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가족의 사랑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보여준다. 그들이 그토록 원한 것은 식량도 돈도 명예도 아니다. 무엇으로도 가질 수 없는 '자유'다.   <벌룬>은 성공 확률 희박, 불가능에 도전하는 영화로 자유를 빼앗긴 인간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탈출과 추격을 이용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국경에 거의 다 왔다가 실패한 피터는 자신이 가족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자책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려 했던 부모의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 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그 무엇도 살고자 하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이념으로 장벽을 세운 어리석은 동물이지만, 장벽을 부순 것도 인간이니까 말이다.

인류 문명사는 언제나 금지된 것을 뛰어 넘을 때 발전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언젠가 다가올 희망을 상상해 본다. 당신의 무모한 모험도 무의미하지 않음을,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라고 말하 듯하다. 개봉은 1월 16일이다.
벌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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