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는 주요 홈쇼핑 채널 7개(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를 대상으로 2019년 10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방송분 중 채널별 8~10시간 분량을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링 하였다.
지난 2019년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33조(차별금지 등) 2항을 신설하여 판매방송에서 성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규제하기로 하였다. 그 전에는 성평등 관련 별도 규정이 없었던 만큼, 이번 서울YWCA의 홈쇼핑 속 성평등, 성차별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는 이 규정을 적용할 시 어떤 사례들을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최초의 사례 제시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총 60시간의 홈쇼핑 방송을 모니터링 한 결과, 성평등적 사례는 1건이었으며 성차별적 사례는 21건으로 성평등적 방송에 비해 성차별적 방송이 월등히 많았다. 성차별적 방송의 경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방송 사례가 15건(71.4%), 외모에 대한 평가가 5건(23.8%), 성적 대상화가 1건(4.8%)이었다.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사례로는 가정 내 성역할 구분을 강조하는 사례가 10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 서울YWCA ⓒ 서울YWCA
여성들이 분주히 요리할 때 남성들은 먹기만 해
먼저 음식 상품을 판매하는 쇼호스트의 성별에 따른 역할 배치가 눈에 띄게 달랐다. 공영 홈쇼핑의 <완도전복 大(대) 18마리> 판매 방송에서는 전복을 활용한 요리를 하는데, 모든 요리를 여자 호스트가 전담하고 남성 호스트는 시식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홈앤쇼핑 <홍진경 더김치> 판매 방송에서도 여성은 김치를 끊임없이 먹기 좋게 만들고, 도마를 정리하거나 수육을 자르는 역할을 맡는다. 남성 호스트는 주로 맛보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 공영 홈쇼핑 < 완도전복大(대) 18마리 >판매 방송 갈무리 ⓒ 공영홈쇼핑
▲ 홈앤쇼핑 <홍진경 더김치> ⓒ 홈앤쇼핑
또한 홈쇼핑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른 역할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가사 일을 하는 사람으로 등장한 모델 23명중 22명이 여성이었고, 다른 사람을 챙기는 사람으로는 모두 여성만이 등장했다.
▲ 서울YWCA 홈쇼핑 분석 보고서 ⓒ 서울YWCA
롯데홈쇼핑의 <정관장 홍삼정 마일드 센스>에서는 건강식품이 필요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는 모습으로, 남성은 거실에서 쉬거나 일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현대홈쇼핑의 <헤러그로우 탈모치료기>는 제품이 여성은 청소할 때, 남성은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유용하다고 광고했다.
▲ 롯데 홈쇼핑 <정관장 홍삼정마일드 센스> ⓒ 롯데홈쇼핑
홈쇼핑에서 그려내는 가족의 모습이 '여성은 가사를 하고 남성은 일을 한다'는 성차별적인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역시 다양한 사회적 영역에 진출하고 생산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남성과 여성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내용은 성차별적인 문화를 재생산할 수 있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 강조하는 의류 판매 상품
여성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조장한 사례 또한 발견되었다. 롯데 홈쇼핑 <씨티지 FAUX 롱베스트>에서 쇼호스트들이 상품 소개를 위한 콩트를 하며 양면으로 착용 가능한 퍼 베스트 상품을 판매한다. 이때 옷을 뒤집어 입고 외출했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만나자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대쪽으로 뒤집어 입고 인사를 나누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상대방 이웃이 부러운 듯 옷을 만지며 "어머~ 남편 잘 만났나 봐. 이렇게 고급진걸 입고 다니고..."라고 말한다. 이러한 설정은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의 돈으로 사치를 부린다는 여성혐오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 롯데 홈쇼핑 < 씨티지 FAUX 롱베스트 >
ⓒ 롯데홈쇼핑
외모에 대한 평가 사례로는 NS홈쇼핑 <바스키아 골프 기모팬츠 여성용>가 지적되었다. 여성 기모 팬츠를 설명하며 여성 쇼호스트가 "여자는 살짝 아랫배, 중간 배 세 개 윗배까지 참 소시지 같더라구요. (중략) 밥 한 공기 먹더라도 눈치 보지 마시라고 옆에 신축감 있는 밴드를..."이라고 멘트를 한다. 뚱뚱한 몸매를 부끄러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여성에게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강조한다.
한편 성평등적인 내용으로 분석된 1개의 사례는 GS홈쇼핑의 <LG A9 청소기> 판매방송이었다. 이 방송에 나온 출연자는 "청소는 '엄마만 해야 된다'가 아니라 아빠도 하시고 아들도 하고 딸도 해야 된다", "(청소는) 여성만의 고유영역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 "양복 입고도 청소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라는 멘트를 했다. 이는 가정 내 청소를 여성만이 아닌 가족 전체의 책임으로 설명하며, 위의 성차별적인 사례들과의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 GS 홈쇼핑 ⓒ GS 홈쇼핑
홈쇼핑의 주요 타겟층이 40~50대 중장년층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가사와 연결시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홈쇼핑의 주요 시청층이 40~50대 여성이고 이들이 현재 성역할 고정관념 등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에게 미디어가 다양한 세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재현을 보여주어 가정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관습적으로 여성은 청소하고 남성은 신문 보는 화면을 내보내는 대신 온가족이 청소하기 쉬운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방송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영국광고자율심의기구인 ASA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고정관념의 가장 큰 문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역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갖거나 한계를 짓게 되는 것이므로 미디어는 이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홈쇼핑 시청자와 제작진이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 재현의 해악에 대해 인지하고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본 보고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서울YWCA가 수행하는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 서울YWCA는 대중매체 내용분석 사업을 진행하며, 예능, 광고(유튜브), 시사보도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를 성평등 관점에서 모니터링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서울YWCA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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