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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10년 만의 눈물 속 출근 "지금이 가장 착잡"

[현장] 해고노동자 46명, '무기한 휴직' 통보에 '출근 강행으로 맞대응

등록 2020.01.07 14:00수정 2020.01.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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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들어가야만 하는 건가 싶고. 10년 넘게 싸워오면서 이런 생각 한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쌍용자동차 해직노동자 송재환(74년생)씨. 회사 정문을 들어서기 약 40분 전 그가 건넨 '출근' 소감이다. 그는 한숨과 함께 비가 쏟아지는 회사 정문 앞을 쳐다봤다.

10년 만의 출근...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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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사측으로부터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남은 해고자 46명이 7일 오전 출근을 강행했다. 본래대로라면 이들은 2018년 사측과 노조 측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1월 6일 복직돼야 했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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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사측으로부터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남은 해고자 46명이 7일 오전 출근을 강행했다. 본래대로라면 이들은 2018년 사측과 노조 측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1월 6일 복직돼야 했다. ⓒ 강연주

 
7일 오전, 송씨를 비롯한 46명의 해직노동자 모두 평택에 위치한 쌍용차 본사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꼬박 10년 7개월만의 일이다. 걸음걸음마다 주변에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손에는 작은 꽃다발도 들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표정은 앞선 송씨의 대답만큼이나 어두웠다. 사실상 '출근 투쟁'이기 때문이다.

"전 애가 셋 있거든요. 이번엔 당연히 복직되는 줄 알고 예정된 건설현장 업무 다 취소했죠. 그랬는데... 24일(무기한 휴직 통보일)은 정말 멘붕이었죠. 아내는 체념한 것 같더라고요. 일단 1월 달은 (회사 상대로) 집중적으로 항의를 해볼 건데 2월은 모르겠어요. 저도 생계가 달려있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니까. 착잡합니다."

이날 해고노동자들은 오전 8시에 회사 정문 앞에 모였다. 지난달 24일 사측이 통보한 '무기한 휴직'에 항의하는 의미로 출근 및 기자회견을 강행하기 위해서다. 이른 시간부터 현장에 있던 송씨는 <오마이뉴스>에 "고작 46명 복직시키지 않는다고 회사가 정상화된다는 거냐"며 "대체 왜 합의를 파기하고 막는 건지, 직접 물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본래 46명의 노동자들은 1월 6일 자로 복직돼야 했다. 지난해 9월 21일 노노사정(쌍용차 주식회사(아래 회사), 쌍용차 노동조합(아래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아래 쌍용차 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에 따른 결과다. 사측은 정부의 경영지원을 바탕으로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해고된 노동자 전원에게 복직을 합의했다.

하지만 약속은 무한 연기됐다. 회사와 기업노조는 지난 24일, 쌍용차 지부에 '휴직 기간 동안 매달 통상임금 70%를 지급하는 대신, 휴직 종료일은 추후 노사합의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쌍용차 지부에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남은 46명의 해고노동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해고노동자들은 이 사실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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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출근 투쟁'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46명의 해고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였다. ⓒ 강연주

 
"제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가 오니까 울게 되네요. (중략) 자동차 만든다는 것자체가 좋았는데, 그 꿈 안고 다시 들어갈 줄 알았는데 회사와 기업노조가 저희를 꺾어놨습니다. 저희는 들어가서 당당히 싸워볼랍니다. 떳떳하게 싸워서 저희 일자리 찾겠습니다."


출근 전 8시,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해고노동자 이덕환씨의 말이다. 이씨 뒤에 서있던 다른 해고노동자는 발언 도중 눈물을 훔쳤다. 그의 목에는 대학생 된 딸이 복직 축하 선물로 손수 만들어준 목도리가 둘러져있었다.

복직자와 해고자 모두 사측 규탄

지난해 1월 3일 복직한 노동자들도 함께 현장을 채웠다. 일부 복직자들은 정문 안 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즉각 부서배치', '기한없는 휴직, 현장순환휴직의 시작'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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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평택 쌍용차 본사 정문 안에서 복직자들이 해고노동자 46명에 대한 복직 촉구 현수막 시위를 진행했다. ⓒ 강연주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복직자, 김선동 전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은 "오늘 저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도 연차를 쓰고 이 자리에 함께 나왔다"며 "지금 해고자 가운데 정년이 2년도 안 남은 사람도 있는데... 정말 분노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은 "정문 앞은 10년 투쟁하면서 단 한 번도 기쁨의 장소였던 적이 없다"며 "단계적 복직이 이뤄지면서 잠시나마 기뻤지만, 여전히 서글프고 외로운 장소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10년 7개월동안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는 걸 얘기했기 때문에 공장 안에 있는 동지들 모두 해고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고노동자들은 오전 8시 40분께 쌍용차 본사 내부로 들어갔다. 46명의 해고노동자 중 한 사람인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오늘 (회사로) 들어가면 사측 대표를 만날 것이다. 우리는 부서배치에 대한 요구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본래 출근시간인 오전 6시 30분에 맞춰 계속 출근을 강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쌍용차 지부 관계자도 "빠르면 이번주 목요일에 '부당휴직 구제신청'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휴직통보는) 부득이하게 회사 내 노사 합의에서 결정이 됐다"며 "(결정사안과 관련해) 지금 당장 변동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대화는 진행해나갈 예정"이라며 "하지만 이를 통해 뚜렷하게 변화가 있을 거라는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쌍용차 지부는 오전 11시께 SNS를 통해 '해고노동자 46명을 대표해서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세명의 노동자가 사측과의 면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해직노동자 #해고자 #쌍용차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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