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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CJ ENM "조작, PD 개인 일탈... 꼬리자르기 아냐"

[현장]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간담회

19.12.30 17:55최종업데이트19.12.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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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엠넷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에서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사태에 관한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가 참석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아이즈원-엑스원의 빠른 활동 재개 지원하겠다"
 

▲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과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허 대표이사는 "저희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두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프듀' 시리즈 등 순위 조작에 관한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허 대표이사는 '프듀' 등 순위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금전적 이익과 향후 발생하는 이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환원하게 되면 약 3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이어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 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원하겠다"며 "멤버들과 팬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확보된 데이터 없어, 투표조작 수혜자 및 피해자 몰라"

허 대표이사가 사과문 발표 후 퇴장하자, 신윤용 CJ 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위해 등장했다. 먼저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면 구체적 시기와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묻자 신 담당은 "기획사와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직 확정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멤버들의 소속사에서 원하는 걸 듣고 있고, 확정 되는대로 다시 한 번 알려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멤버 교체 가능성에 관한 추가 질문에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아이즈원과 엑스원 모두 아무 잘못이 없으며 심적 고통이 클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일단은 기존 멤버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아이즈원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계약은 유지되는 상황이라고도 알렸다.

신 담당은 구체적인 피해 보상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에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피해자와 수혜자를 모른다는 말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다음처럼 답했다.

"저희 측에서 조작 전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수사 상황을 보며 확인하고 있고, 저희도 그것(수혜자와 피해자)을 알 수가 없다. 만약 저희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외부에 밝히지 않기로 내부 논의를 끝냈다. 순위공개는 피해자와 수혜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줄 수 있고, 피해 보상에도 도움 되는 부분이 아니다."

안준영 PD, 김용범 CP 인사조치는? "재판 이후 할 예정"
 

▲ 프듀시리즈 투표 조작 사과하는 'CJ ENM' 허민회 대표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조작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정민


'프듀' 시리즈를 연출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그리고 보조 PD 1명은 현재 사기 및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프듀' 전 시즌에 대한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이 세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 신 담당은 "내부적인 인사 조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 사람은 현재 업무를 하지 않고 있고, 재판 결과가 나와야지 인사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걸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또한 고소장에 CJ ENM이 '피해자'로 명시된 것과 관련 '꼬리 자르기 아니냐'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신 담당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지 한류 음악 전체의 생태계 문제가 아니다"라며 "앞서 내부 조사 때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니 꼬리자르기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도 회사 차원에서 책임 질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문자 투표 비용 환불에 대해서 그는 "요청이 있을 시 할 계획이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 논의하고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CJ ENM 고위 관계자의 투표 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선 "우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 시즌4 최종회에서 처음 제기된 투표조작 논란에, 12월 30일이 되어서야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을 놓고 '뒷북 사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CJ ENM측은 "올해가 가기 전에 사과를 해야겠단 생각에 오늘 갑작스럽지만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의 사과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CJ ENM 대표이사 허민회입니다. 

저희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특히, 데뷔하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을 응원해 주신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없이 저희의 잘못입니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받은 상처와 실망감을 생각하면 그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않을 줄 압니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우선, 프로듀스 시리즈 등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습니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순위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습니다. 그러면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기금 및 펀드의 운영은 외부의 독립된 기관에 맡겨,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기금 및 펀드 조성,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세부안이 확정되는 대로 닷 알려드리겠습니다. 

방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도 빠르게 취해나가겠습니다. 외부의 콘텐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여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또한 내부 방송윤리강령을 재정비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토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잘못인 줄 알면서도 관행처럼 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시청률만 쫓다가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고쳐나가겠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성실한 자세로 관계기관에 협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결과에 따라 필요한 내부 조치도 엄정하게 취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으며,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원하겠습니다. 멤버들이 겪고 있을 심적 고통과 부담감, 그리고 이들의 활동 재개를 지지하는 많은 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그룹의 향후 활동을 통해 얻는 엠넷의 이익은 모두 포기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피해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보상도 조속히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저희의 잘못이지, 데뷔한 아티스트들이나 연습생 개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함께 보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엠넷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엠넷 프로듀스 아이즈원 엑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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