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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의 학교에서 벗어난 1년... 나는 달라졌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찾은 행복과 사랑 그리고 꿈 이야기

등록 2019.12.28 12:18수정 2020.04.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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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란 학생 ⓒ 꿈틀리인생학교

 
나는 학교가 싫었다. 지난해까지 등교하는 게 끔찍했다. 학교에서 배운 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뿐이었다. 공부도 그랬다. 내가 사는 데 쓸모없을 것 같은데도 맹목적으로 공부했다. 조금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그런 시간에 앞으로 더 달려라'라고 채찍질을 당했다. 그렇게 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학교에서 점점 망가져 갔다.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나기 전까진 이랬다. 

"옆을 볼 자유!"

이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문장이 병든 마음에 위로가 됐다. 

'꿈틀리 인생학교'에 입학하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선 날씨가 좋은 봄날, 야외 식사를 할 수 있다. ⓒ 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 인생학교를 알게 됐다. 내가 다녔던 기존의 학교와는 달랐다. 앞만 보며 달리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라고 했다. 뭐든지 잘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모두 꿈같은 말이었다. 부모님과 논의 끝, 올해 3월 꿈틀리 인생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선 꿈같은 일만 일어나지 않았다. 학기 초반, 여전히 난 내가 우선인 사람이었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는 일이 생기면, 뾰족한 가시를 드러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누군가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나의 실수 또한 용납하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나 자신을 돌아봤다. 우울하고 어두운 사람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봤다. 모든 일에 부정적인 편에 속했다. 그런데 이걸 견뎌낼 힘이 나에겐 없었다.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기 전까진 그랬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일어나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선생님과 수다를 떨었다. 아! 학교에서 키우는 오리에게 밥을 준 날이기도 하다. 다른 날처럼 저녁때 교실 복도에서 마주친 친구를 안아주고 안겼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꼈다. 나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에 북받쳐 펑펑 울었다. 

사실, 난 누군가를 안아주는 게 어색했다. 처음 친구를 앉았을 때도 '편안하다'는 감정보단 불안했다. 그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왜 날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지?'라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이런 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 안아줬다. 날 사랑해줬다. 그런 마음이 나에게 전해진 것일까? 아무튼 그날 난 행복한 감정이 휘몰아쳐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다. 난 시나브로 안정을 찾았다.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더는 친구에게 '철벽'을 치지 않았다. 상대의 실수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남을 용서하고 감싸주는 방법을 배웠다. 나를 받아들이고 안아주는 방법도 배웠다. 내가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 이유다.

졸업을 앞둔 지금도 이때를 생각하면, 행복하다. 숙소를 밝히던 노란 불빛과 복도에 퍼졌던 따뜻한 공기, 때때로 누군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오던 상황이 머릿속에 그러져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뭐든지 쉽게 포기했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취미도, 좋아하는 일도, 행복도 포기했다. 하지만 꿈틀리 인생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 한 번도 안 해봤던 운동을 하게 됐고, 오리도 키워보고, 머리에 염색도 했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고, 함께 놀러도 갔다. 옆을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했다.

그제야 알았다. 꿈틀리 인생학교가 내건 '옆을 볼 자유'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세상 이곳저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말하는 거였다. 

그렇다고, 항상 아름다운 일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싸우고 다투기도 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울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둥글게 모여앉아 이야기했다. 서로의 생각을 물었다. 내가 잘했네, 네가 잘못했다고 따지기보단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그렇게 꿈틀리 인생학교 4기만의 문화를 평화롭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1년간의 학기를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행복과 사랑, 꿈... '꿈틀리'에서 찾다
 

강화도에 있는 꿈틀리 인생학교에선 때론 친구들과 함께 바다로 놀러간다. 지난 가을 노을지는 바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 꿈틀리인생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1년을 돌아보면, 행복했다. 친구들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가슴이 아프고 힘들어도 행복했다. 10년간 친하게 지낸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꼭꼭 숨겼던 이야기를 꿈틀리 인생학교에선 털어놓게 됐다.

누군가에게 '아프다, 무섭다'란 말을 속 시원하게 못 했는데, 꿈틀리 인생학교에선 말하게 됐다. 선생님에게 힘들다고 찾아가고, 친구들에게 아프다고 안기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 사람을 믿지 않았던 내가 사랑을 하게 됐다. 이젠 사랑하는 30명의 꿈틀리 인생학교 가족들이 생겼다.

꿈도 찾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예전엔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왔는데, 이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구가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물론, 두려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옛날처럼 포기할 생각은 없다. 도전하고, 희망을 찾아갈 생각이다. 나도 이젠 꿈이 생기고, 미래를 꿈꾼다. 내겐 기적 같은 일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을 꿈틀리에서 맞이해서 더 행복하다. 내 인생 속 행복, 기쁨, 힘듦을 꿈틀리와 함께해 너무나 다행이다. 
 
꿈틀리 인생학교란?

덴마크가 국가별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제도에 있습니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 인생학교는 청소년들이 '옆을 볼 자유'를 실컷 누리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추가모집(https://ggumtlefterskole.blog.me/)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규란씨는 꿈틀리 인생학교 4기 학생입니다.
#꿈틀리인생학교 #대안학교 #전환학교 #추가모집 #꿈틀리
댓글3

삶을 숨가쁘게 달려온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는 1년의 시간, 한국형 에프터스콜레 꿈틀리인생학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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