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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기한 휴직, 쌍용차 복직 예정 노동자들 '날벼락'

[스팟인터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배신감 넘어 잔인"

등록 2019.12.26 21:27수정 2019.12.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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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김득중 지부장은 전혀 상반된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작성해야만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크리스마스 당일인 지난 25일 "10년 만에 부서 배치를 앞둔 저와 46명의 동료에게 어제 쌍용차 사측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알렸다. ⓒ 김득중 페이스북 캡처

 
12월 23일 오후 4시 51분 "함께여서 참 좋다! 복직 투쟁 10년... 내년에는 조합원 모두를 현장에서 만납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12월 25일 오전 9시 34분 "성탄절 선물... 너무 잔인하다. 내년 1월 2일, 10년 만에 부서 배치를 앞둔 저와 46명의 동료에게 어제 쌍용차 사측이 기한 없는 휴직 연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습니다."

- 김득중 페이스북에서 발췌

쌍용자동차 복직 예정자 47명이 지난 24일 복직을 8일 앞두고 사측으로부터 '무기한 휴직'을 통보받았다. 쌍용차 복직 예정자들은 오는 1월 2일 11년 만에 공장으로 갈 예정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정동에서 만난 쌍용차 복직 예정자이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이하 지부) 지부장인 김득중씨는 "배신감을 넘어 잔인하다"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단식만 네 번을 단행한 그다.

사측 합의 내용 깨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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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측에서 24일 쌍용차지부에 보낸 '노사합의서' ⓒ 페이스북 캡처

 
사측은 24일 오후 6시경 기업노조를 통해 무기한 휴직 내용이 담긴 '노사합의서'를 지부에 전달했다. 이 노사합의서에는 "2019년 하반기 재입사하여 무급휴직 중인 직원에 대하여 휴직 연장을 노사 합의한다"며 "휴직 종료일은 추후 노사합의 한다"고 나와 있다.

쌍용차에는 쌍용차 기업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있다. 이들은 2018년 노노사정(쌍용차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통해 해고 노동자 복직에 합의했다.

사측이 사실상 이 합의를 깨트린 것이다. 작년 합의에서 사측은 2009년 정리해고된 119명 가운데 60%(71명)를 2018년 연말까지 채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도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7월 1일 재입사해 반 년 동안 무급휴직을 하다가 내년 1월 2일 회사에 복귀하기로 돼 있던 상황이었다.


사측은 지부에 언질도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서를 보냈다. 복직 예정자 한 명은 지부에 합의서가 도착하기 직전 쌍용차에 복귀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는 출근 준비를 하려고 평택으로 오는 길에 소식을 들었다.

다른 복직 예정자들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복직을 8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다니던 회사에 47명 전원이 사표를 쓴 상황이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대부분 12월에는 사표를 냈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던 분들은 평택으로 이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복직 예정자 중 20여 명은 25일 오후 1시 경기도 평택 심리치유센터 '와락'에 모였다. 김득중 지부장은 "다들 말을 잇지 못했다. 복직하기 위해 이미 주변 정리를 다 했고 10년 만에 현장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을 그리다가 '멘탈'이 붕괴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거나 '정말 울분을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득중 지부장 또한 "소식을 듣는 순간 쇠망치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마음속에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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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웃음 짓는 쌍용차 노사 2018년 9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손을 잡고 웃음짓고 있다. ⓒ 권우성

 
사측이 무기한 휴직 기간에 급여·상여를 70%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복직을 준비하고 있던 예정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70% 주고 휴직시킬 바에야 100% 주고 일을 시키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것.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의 위기가 최근 상황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해고된 10년 전부터 매년 회사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왔고 비록 해고자 신분이지만 누구 못지않게 정상화가 되길 바랐다. 쌍용차를 구매하자는 판매 캠페인도 벌이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위기라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10년 동안 가장 큰 고통을 버텨냈던 47명에게만 합의서를 내미는 건 폭력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득중 지부장은 "노사합의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2018년 합의에 따라 1월 출근한다는 건 변함 없다. 지부는 노사합의서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 합의서가 나왔는지 들어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부 조합원들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오는 30일 오후 1시 대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다시금 깨버린 쌍용차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 정부의 중재로 쌍용차 사태를 매듭지은 만큼 정부도 합의 이행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통령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 #인터뷰 #복직예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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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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