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왕국이 되어가는 중국

한국탈핵에너지학회 제5차 학술회의 '중국의 에너지와 원전문제'

등록 2019.12.24 21:24수정 2019.12.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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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발제자 왼쪽부터 양철 박사(성균중국연구소), 하남석 교수(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이정윤 대표(원자력안전과미래), 김흥규 교수(아주대 중국정치외교) ⓒ 수피아

 
지난 11월 말 일본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자력 발전이 완전히 안전해질 때까지 나는 핵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재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증은 없다"며 원전의 이용에 반대를 표명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원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머리맡에 잔뜩 쌓아두고도 태평스럽게 지내는 동네가 있으니 이름 하여 동아시아. 동아시아는 원전 밀집 지역으로, 동아시아 국가 중에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원전 보유 세계 10위 안에 든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핵발전소 100기 건설 예정 

원전 관련 한국 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제목이다. 정말일까?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나라들이 점점 핵발전소를 줄이고 있는 추세 속에 우리나라에 있는 24기, 일본에서 가동 중인 9기를 다 멈추게 한다고 해도 바로 옆 나라가 핵발전소 왕국이라면? 지난 17일 마침 중국의 원전문제를 공개적으로 논하는 자리가 있어 가보았다.  

양철 박사(성균중국연구소)는 "중국은 47기의 원전(원자력발전소) 보유국으로 이미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나라이며 2030년에는 110기를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마 했던 한국의 뉴스들은 사실이었다. 중국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후 핵발전소 추가 건설이 잠시 중단되었으나 1년이 채 안되어 재개하였던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높아지고 환경운동도 활발"

그러나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고 하남석 교수(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는 전했다. 이어 의외로 "중국에서도 탈핵과 관련해서 우리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시민운동도 활발하다"며 2013년 광둥 쟝먼에 중국 당국이 6천억 원을 들여 핵연료 가공시설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대만과 홍콩 등과 반핵 네트워크를 형성한 NGO들의 힘으로 건설 계획을 폐지시킨 사례를 전했다.


다만 "시진핑 정부 때 바뀐 NGO법 때문에 해외단체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없어서 구류 처분을 하기도 하는 등 후진타오 시기와 비교해서 NGO들이 더 탄압을 받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학술회의를 듣다 말고 지난 달 녹색연합 주최로 보게 된 미국 감독의 다큐멘터리 <익숙함과 작별하기,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기(How to Let Go of the World and Love All the Things Climate Can't Change)>가 생각이 났다. 기후 변화로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있는지 각 나라를 돌며 추적하던 감독.

평소 다른 나라에서 하던 것처럼 환경 문제와 관련한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뿐인데 본국으로 무사히 돌아가기 힘들 수도, 찍었던 영상을 다 뺏길 수도 있다는 공포 앞에서는 잘 웃는 그도 얼 수밖에 없었다. 환경문제로 시작했던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곳이 바로 중국이었다. 

"동아시아 상호 원전 안전감시 및 투명 정보교류 체계 필요"

이정윤 대표(원자력안전과미래)는 "얼마 전 후쿠시마에서 500km 떨어진 홋카이도산 분유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다"며 일본은 이미 국토 70%는 오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중국에 핵발전소 100기가 들어설 곳은 해안선 따라있는 지진대"라며 "중국은 외부에서 감시할 방법 없다. 핵발전소 사고가 나서 이미 방사능이 머리에 떨어져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고 때 바로 운행 정지를 해야 했음에도 10시간 가까이 운행을 해 초기 대응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관료화된 국내 핵발전소 규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대안은 없는 걸까? 이정윤 대표는 "타국의 원전을 감시하는 건 주권과 관련 있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친원전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룰이다"라며 "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상호 원전 안전감시 및 투명 정보교류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동아시아에는 서유럽원자력안전규제협의체(WENRA)와 같은 상호 협력을 하고 있는 기구는 없는 것일까? 동북아의 미래 정책을 개발하는 모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한중일은 2008년 원자력 안전 고위규제자 연례회의(TRM, Top Regulators Meeting)를 구성하고 동북아 지역의 안전을 위해 논의해 왔지만 실효성 있는 논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자료를 통해 밝혔다. 

학술회의를 준비한 이원영 교수(수원대 건축도시부동산학부)는 "중국 에너지 문제 토론은 국내에서 최초일 것"이라며 "중국 원전에 대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작업은 이제 첫걸음 단계다. 그동안 중국 원전 실상에 대해 전문 학자들만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실상을 알고자 학술회의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한국탈핵에너지학회 위원회와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어 흐름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영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탈핵 #한국탈핵에너지학회 창립준비위원회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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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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