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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에서 이런 일이... 집이 활주로에 놓일 판"

[영화 '삽질' 전국투어] '제2의 삽질' 반대 단식 7일차 김경배씨와 허찬란 신부

등록 2019.12.19 14:29수정 2019.12.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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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 13년간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10만인클럽(010-3270-3828)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삽질>의 원작도서는 김병기 감독이 펴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 출간)입니다. 많은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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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7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 씨가 차 사고로 다친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 ⓒ 김병기

 
"두 달 전에 제주도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타고 온 버스 바퀴에 발이 깔렸습니다. '제발 우리 이야기를 듣고 가달라'고 호소하다가 사고를 당한 겁니다. 버스가 10초 정도 제 다리 위에 있었는데, 우두둑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분쇄골절 되면서 철핀으로 뼈를 고정한 상태입니다. 오래 서 있으면 피가 몰려 시큰거리지만, 어쩔 수 없죠."

그는 퉁퉁 부은 발목에 파스를 붙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주 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52)씨.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 덩그러니 놓인 두 개 침낭 중 한 개는 김씨의 것이다. 다른 한 개는 허찬란 신부(제주교구 생태위원장)가 누울 자리다. 침낭 위엔 비닐 한 겹이 올려있다. 침낭 밑의 스티로폼을 들어 올리니 겨울비가 고여 흥건했다.

지난 17일 오후 영화 <삽질> 관객과 대화를 하기 위해 다니다가 짬을 내서 김종술 기자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4대강 삽질'을 막자고 호소하고 있고, 그는 이제 시작하려는 '제2의 삽질'을 막으려고 7일째 단식하면서 풍찬노숙하고 있다. 침낭 앞 간이의자에 앉아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급격한 에너지 소모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3번째 단식] "제주 제2공항 들어서면 제 집은 활주로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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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외치며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김경배 씨의 침랑 ⓒ 김병기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선정 소식을 들은 건 2015년 11월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죠. 저도 TV 보고 알았습니다. 공항이 들어서면 제 집은 활주로 한가운데에 놓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싸워왔던 건 제가 떠나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말을 제대로 하고 있나요? 잠시 쉬었다 하죠."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주민인 그의 단식은 이번이 3번째이다. 2017년 10월에 제주도청 앞에서 42일, 2018년 12월에도 제주도청 앞에서 38일 단식을 했다. 지난 12월 11일부터는 환경부 청사 정문 앞 도로에서 제2 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가 부동의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가 환경부가 부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 11월 7일 전국 29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출범 기자회견 때 밝힌 다음과 같은 회견문에 나와있다.
 
"국토부는 2015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방안 용역 보고서'를 3년 반 동안 은폐해오다 올해 5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ADPi 보고서는 기존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활용해 교차활주로 방식으로 운영하면 시간당 이착륙 횟수가 60회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제주도의 장래 항공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30일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작성한 '제주 제2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한 의견서'가 공개되어 파문이 일었다. KEI는 제2공항 예정부지의 생태 보전적 가치가 크고, 철새도래지와 인접하여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성이 높은 점,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으로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실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부는 부동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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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7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 씨. ⓒ 김종술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는 제2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3일 국토부가 제시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 법정보호종 서식지와 철새도래지 등의 문제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완을 요구했다. 비행기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한 달여 만에 보완된 평가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철새들은 사시사철 날아오는 데 이를 불과 한 달 동안에 재조사해서 보고서를 보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도 않고 환경부와 국토부가 밀실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지난 6월 발표된 제주 제2공항 전략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예정부지와 그 인근에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월과 9월에 8일 동안 조사해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양서파충류와 여름철새는 번식기인 초여름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발견됩니다. 내가 단 며칠 만에 확인한 결과,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송골매,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천연기념물 두견새, 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법정보호종이 우리 집 인근에서 관찰됐습니다."

협상만료 시한은 10월 말에 보완을 요구한 지 40일이 되는 오는 12월 20일이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재보완을 요구하거나 부동의 결정을 내리지 않고 협의 종료를 선언하면 국토부는 곧바로 제2공항건설 기본계획에 대한 확정고시 공고 절차에 들어간다. 사실상 제주 제2공항 건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 환경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나에게 설명했다"면서 "우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제주 전 지역의 난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제가 사는 제주 동구와 성산지역만은 아직도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관광객을 더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제2공항을 짓는다면 제주도는 관광객도 외면하는 불행한 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의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게 환경부 장관의 역할이기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해서 아름다운 제주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막무가내로 제2공항을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섬] "쓰레기 섬, 공군기지의 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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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외치며 7일차 단식을 벌이는 김경배 씨와 함께 하고 있는 허찬란 신부(제주교구 생태위원장). ⓒ 김종술

 
단식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일 거리 미사를 드리고 묵주기도를 하면서 그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허찬란 신부도 거들었다.

"중저가 항공이 생기면서 여행객 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객이 늘면 쓰레기도 늘어나겠지요. 8개의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 상태입니다. 지금 짓는 쓰레기 매립장도 금방 꽉 찰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공항 한 개를 더 지으면 제주는 쓰레기 섬으로 전락할 겁니다. 제주 환경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허 신부는 이어 "2017년에 공군참모총장은 제주 제2공항에 공군부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면서 "제주공항, 알뜨르 비행장 공군기지,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에 이어 제2공항까지 만들어지면 제주는 사실상 평화의 섬이 아니라 4개의 공항이 있는 '공군기지의 섬'이 된다"면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매번 긴장이 일고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 신부는 "내가 제2공항 반대 싸움을 벌이는 김경배씨 곁에 있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 서 있는 곳에 가톨릭이 함께해야 한다는 강우일 주교님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면서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하지 않는다고 해도 끝까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풍찬노숙을 하고 있는 김경배씨와 허찬란 신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데 부슬부슬 오던 겨울비가 멈췄다. 두 명의 침낭 위에 깔아놓은 비닐 위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거의 한 달여 동안 영화 <삽질> 관객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함께 다니고 있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의 차에 올라타서 모바일로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출범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제2 삽질] "제2공항에서 4대강 악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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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 씨와 허찬란 신부는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 허찬란 페이스북 갈무리

 
"우리는 4대강의 비극을 똑똑히 기억한다. 이명박은 국민 혈세 24조를 재벌 대기업에 퍼주기 위해 쓸모도 없고 있어선 안 되는 댐(보) 16개를 건설했다. 돈에 환장한 기업들과 정치인, 학자, 관료들이 합심하여 생명과 역사가 흐르던 강에 시멘트를 처바르고 나랏돈을 퍼부은 것이다. 아직도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유지 관리 비용이 나라 살림을 좀 먹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자 강물은 '녹조라떼'가 되었고 물고기는 허구한 날 떼죽음을 당하며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 등 오염 지표종들이 강을 차지했다.(중략)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서 4대강의 악취가 난다.(중략) 국토부의 이러한 행태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와 판박이다. 돈도 돈이지만 제주에 공항이 두 개가 생기면 제주는 사람만 넘쳐나는 쓰레기 섬이 되고 제주다움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제주 제2공항은 재자연화할 수 없는 회복 불능의 상처를 남길 것이다. 아무 명분도 없이 성산사람들은 고향을 잃고 오름은 깎이고 용암동굴은 파묻히고 무수한 생명이 죽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2의 4대강 사업인 제주 제2공항의 백지화를 선언한다."

10년 전 국민 세금 22조 2천억 원을 투입하고, 지금도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쓰면서 강을 망치는 '4대강 삽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제주 제2공항과 같은 '제2의 삽질'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을 망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배씨는 "여기서 이러고 있어서 영화 <삽질>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제주도 제2공항처럼 추악한 돈 잔치판을 벌인 영화를 조만간 꼭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세종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공동체 상영 때 영화를 관람한 허찬란 신부는 "강우일 주교님께서 신년 초에 제주도에서 영화 단체 관람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환경단체와 종교단체, 노조, 공동체, 학교 등이 주관하는 영화 <삽질> 단체관람과 공동체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삽질>은 전국의 또 다른 삽질을 막기 위한 마음들이 모이고 연대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영화 <삽질> 극장 단체관람 혹은 대관을 원하실 경우, <삽질> 배급사인 엣나인필름(070-7017-3319, 평일 오전 10시~ 오후 7시)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단체 관람 최소 30명, 대관 상영 최소 100명, 세부조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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