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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종에 도전한 한석규... '천문'에서 확인된 능력

[미리보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보인 상상력

19.12.18 13:18최종업데이트19.12.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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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관련 사진. ⓒ 롯데컬쳐웍스

 
 
송중기, 김상경, 주지훈, 송강호, 한석규, 안성기 등. 조선시대 전성기를 연 인물이자 지금의 한글 창제에 중심이 된 왕 세종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업적으로보나 시대로 보나 세종 대왕은 그만큼 콘텐츠 가치로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된 인기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아래 <천문>)의 주요 캐릭터 역시 세종이다. 특기점이 있다면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미 세종을 연기한 배우 한석규가 또다시 세종 역을 맡았다는 것. 그리고 세종의 업적이 아닌 세종의 곁에 가까이 있었던 과학자 장영실(최민식) 간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천문>에겐 신선한 요소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계점일 수도 있다. 한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사극 영화가 줄곧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묘사에서 비판 아닌 비판을 받아왔다는 게 그렇다. 올해 개봉했던 <나랏말싸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천문>은 이 우려를 대부분 불식시킨다. 연출인 허진호 감독 역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을 정도. 그간 많은 감독들이 영화적 상상력을 말하며 사실과 허구에 대한 이유를 댔지만 작품마다 그 설득력의 차이는 있었다.
 
이에 비해 허진호 감독의 상상력은 꽤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록과 여타 기록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을 세종의 관계에 근거해 탄탄하게 구성해 놨기 때문이다. 영화는 안여 사건(임금이 이동 시 타던 가마가 파손되면서 세종이 굴러떨어진 일) 발생하기 며칠 전을 중심으로 전후를 오가며 세종과 장영실, 주변 인물의 관계를 교차편집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아는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을 나열하지 않고 두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는 선택을 했다. 사실 빠른 전개와 블록버스터 요소에 익숙한 관객 입장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반부 이런 흐름을 잘 견딘다면 이후엔 두 캐릭터의 선택이 이해되면서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관련 사진. ⓒ 롯데컬쳐웍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관련 사진. ⓒ 롯데컬쳐웍스

 
한석규가 연기한 <천문>의 세종은 여러모로 <뿌리깊은 나무> 때의 세종과 결이 많이 다르다. 사대주의가 강했던 조선 초기 각종 개혁과 실험을 단행하려 한 세종의 고뇌가 <뿌리깊은 나무>에서 표현됐다면, <천문>에선 아끼는 신하이자 누구보다 깊이 서로를 이해했던 친구로서 장영실을 대하는 마음이 표현돼야 했기에 그렇다.
 
물론 같은 배우의 같은 캐릭터인 만큼 기시감이 들 수도 있었지만 한석규의 능력이 여기서 발휘된다. 전작의 세종을 잊게 할만큼 한석규의 이번 세종은 자신의 신뢰와 우정을 지키고자 했던 한 개인의 몸부림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 장영실을 음해하려는 권모술수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그의 모습에서 공인 세종이 아닌 사인 세종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난다. 성군으로 기억되는 세종의 또다른 면모를 상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구성과 배우들 연기 면에서 흠잡을 곳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느린 전개,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천문>을 관람하는 데 어느 정도 장벽이 될 수 있다. 주제 의식 또한 한국 대중 영화가 답습해 온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신선한 충격 내지는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원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수 있다.
 
한 줄 평 : 한석규를 뛰어넘은 한석규
평점 : ★★★☆(3.5/5)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관련 정보

감독: 허진호
출연: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등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크랭크인: 2018년 10월 2일
크랭크업: 2019년 1월 23일
상영시간: 132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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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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