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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유튜브로 듣던 노래... 백예린의 도전, 박수치고 싶다

[케이팝 쪼개듣기] 백예린 'Square' 뒤늦은 정식 음반 발표로 인기몰이

19.12.12 15:17최종업데이트19.12.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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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미공개 공연 실황 < The Live Series > 표지. 그는 정규 음반 발매와는 별도로 다양한 형태의 미공개 음원 및 공연 녹음 등을 수시로 제작해 발표하고 있다. ⓒ 소니뮤직코리아

 
미국의 국민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은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도 1년 100회 이상의 공연, 회당 3시간 이상의 마라톤 콘서트로 유명하다. 덕분에 그의 무대에선 기존 인기곡뿐만 아니라 음반으로는 소개되지 않은 미발표곡, 타 가수 커버곡들도 상당수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열성 팬들은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희귀곡들을 정식 음원으로 내달라는 요구를 자주 하곤 한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동안 미공개곡 모음집, 오피셜 부트렉 공연 실황 음반들을 쉴새 없이 내고 있다. 그가 작곡했지만 본인의 음반에선 전혀 들을 수 없는 'Because The Night'(패티 스미스), 'Fire'(포인터 시스터스) 등 다른 가수가 불렀던 숨은 명곡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육성이 담긴 정식 음원으로 발매됐다. 

뿐만 아니라 'The Promise', 'My Love Will Let You Down' 등 라이브 애창곡이지만 무려 20여 년 이상 음반엔 수록되지 못한 노래들을 모아 < Tracks >(1998년), < The Promise-The Darkness On The Edge Of Town Story >(2010년) 등에 담아 발매하면서 이를 계기로 빌보드 등 각종 순위에도 지각 진입이 가능했다.

이러한 형식의 음반, 음원 제작은 비단 브루스 스프링스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공연 중심의 록 그룹들은 이미 1970~1980년대 부터 이런 식으로 활동해왔다. 만들어진 곡을 정식으로 녹음하기에 앞서 본인의 공연에서 연주해본다. 이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곡들을 다음 음반에 정식 수록한다거나 콘서트 앨범을 통해 소화하는 형식으로 신작들을 발표해 왔다. 또한 우리로 치면 과거 '길보드 차트' 같은 콘서트 불법 녹음 음반을 통해 미발표곡이 정식 음반/음원보다 먼저 알려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백예린의 새 음반 < Every leytter I sent you. > 표지 ⓒ 블루바이닐

 
방송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선 위와 같은 현상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물론 공연 무대에서 곧 발표될 신곡을 먼저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식 발매와의 시간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해외처럼 수년 동안 공연에서만 부른 노래를 지각 발매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백예린은 좀 달랐다. 지난 10일 발표된 정규 1집 < Every letter I sent you. >는 기존 국내 음반 시장의 관행을 역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1~2곡으로 꾸민 싱글이나 5~6곡 위주 미니 음반(EP)가 대세인 요즘 무려 18곡이나 담긴 2장짜리 정규 음반을 과감히 발매했을 뿐만 아니라 2~3년 사이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던 미발표곡들의 정식 녹음 버전을 담았기 때문이다.

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순위 1위에 오른 'Square'는 백예린 팬이라면 오랜 기간 학수고대하던 노래였다. 여러 음악 페스티벌 현장에서 부르면서 입소문을 탄 이 곡은 여러 사정에 의해 정식 발매되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모 페스티벌에서 이 노래를 부른 백예린의 직캠(팬이 직접 찍은 영상)은 6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가장 유명한 미발표곡"으로 통하기도 했다. 댄스곡도 아니고 기존 발매곡도 아닌 영상이 이만한 관심을 이끌어낸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었다. 
 

백예린 ⓒ 블루바이닐

 
결국 기나긴 기다림이 결실을 맺으면서 정식 녹음 버전으로 공개된 'Square'는 열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성공했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2년여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곡 외에도 '0310', 'Not a Girl' 역시 동일한 과정을 거쳐 세상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백예린 신작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6개월~1년 단위 일정한 주기로 곡을 수집하고 녹음해서 음반 발표하던 기존 K팝 제작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발매 여부와 상관없이 일찌감치 공개된 곡들은 2~3년여 간의 입소문을 타고 팬들의 갈증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그리고 늦게나마 정식 소개되면서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JYP라는 큰 울타리에서 독립해 자신의 레이블을 만든 백예린의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분방하다. 1곡을 제외하면 전곡 영어 가사인 탓에,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특유의 매혹적인 음색을 녹여낸 다채로운 형식의 음악은 금새 팬들의 귀를 넘어 마음 속으로 파고 드는 데 성공한다. 

시간과 절차는 비록 복잡하고 길어졌지만 이 모든 것은 방송 대신 공연 중심 활동이라는 차별화, 유튜브 직캠 문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 등이 합을 이루면서 < Every letter I sent you. >는 예상치 못햇던 성탄절 선물 마냥 우리 곁에 찾아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케이팝쪼개듣기 브루스스프링스틴 백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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