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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세계일주 돌며 깨달은 것

[인터뷰] 여행자 '메이'만의 진솔한 여행론

등록 2019.12.11 09:46수정 2019.12.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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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수를 노리는 항공사들의 프로모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치열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보상, 선물 혹은 쉼의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마치 여행이 행복의 답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행복해 하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떠나고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던 중,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라는 책을 읽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닌 그가 꺼낸 말은 "여행도 현실"이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인지, 그럼에도 그는 왜 계속 여행을 다니는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여행크리에이터이자 여행 작가 MAY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한지연

 
지난 달 18일, 서울특별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여행 크리에이터이자 여행 작가 MAY(메이, 본명 김미희)를 만났다. 그의 작고 마른 체구와 달리, 밝은 미소와 당차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웃는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해 떠난 여행

MAY(메이, 본명 김미희)는 광고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잘 나가는 광고 크리에이터였다. 그에게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방식은 "여행기를 읽으며 마치 자신이 그곳에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삶의 회의감을 느끼던 찰나, 그는 우연히 사막 한 가운데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순도 100% 행복한 미소가 이런 거구나 이런 게 그 사진에서 느껴졌는데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지금 제 상황이랑 너무 대비되면서 '근래에 나는 언제 이렇게 웃어봤었지?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그날 퇴사를 결심했고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상상 속에서 방문했던 곳들을 가보기로 결심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가보자는 마음 쪽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웃는 사진 하나 남겨오자. 그렇게 행복하게 웃어보자."

그렇게 2년 전, 그는 베트남 하노이를 시작으로 세계 일주를 떠난 여행 크리에이터이자 여행 작가가 됐다.

고행에서 발견한 나

그가 떠난 여행지에는 대중적인 곳들도 있지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모로코 사하라 사막,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 등반,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레킹 등 이름만 들어도 웃음기가 사라질 것만 같은 여행지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 역시 자신을 "산과 사막, 바다를 사랑하는 여행자"라고 표현한다.

순도 100% 웃는 모습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떠난 여행치고는 여행 코스가 가혹한 것 아니냐고 물으니, 그는 "현실 속에서 쌓였던 '불순물'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이라 대체로 그런 여행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곳에서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수많은 '척'들, 예쁨 받고자 하는 척, 예의 바른 척, 활발한 척, 싫어도 좋은 척 등에서 벗어나 진다"고 했다.

"이전에는 억지로 막 행복하려고 노력을 했다면, '아, 더우니까 짜증나, 짜증날 수 있지' 스스로 이렇게 받아들이면서 여행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니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나,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일상 여행

꼭 여행에서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찰나, 그는 "여행 자체가 대단해서라기보다 그냥 내 마음이 시키는 걸 좀 더 잘 따르게 되니 계속 여행을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요새 그는 "근 4개월째 해외로 여행을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못지않게 이곳(자신이 현재 있는 곳)에서의 여행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누가 어디 여행이 가장 좋은지 물으면 관악구 여행이 최고라고 말해요. 요즘에 중간 중간 보면 샤로수길(서울대학교 정문의 '샤' 모양과 가로수길을 합쳐 부르는 도로명)에 예쁜 곳도 많고 '혼술'하기 좋은 곳도 있고 그래요."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면 대단한 것을 발견할 것 같고 모든 순간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여행은 또 다른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을 찾고, 따르는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행복은 사실 별게 아니"라며 "다리 위에서 가만히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한 해의 마지막 순간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와인잔을 들고" 있는 것, "그런 순간들"이 행복이라고 했다.

 

여행크리에이터이자 여행 작가 MAY 유튜브 여행자MAY 채널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영상 속 그의 행복한 모습이다. ⓒ 한지연

 
그는 오늘의 삶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매 순간 '일상 여행'을 하는 중이다.
 
"나는 깨달았다. 결국 일상을 살아내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 반대편 어딘가가 아닌, 그저 그 행복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과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 <때때로 괜찮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여행자MAY #여행크리에이터 #여행작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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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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