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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하며 유튜버 하는 여자, 왜냐면

[인터뷰] '여자 혼자' 시리즈 만드는 영상크리에이터 MJ만의 길

등록 2019.12.11 09:40수정 2019.12.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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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고시원 편'으로 4년 동안 거주한 고시원에서의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조회 수 193만 명을 기록한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이 영상 때문이었다. 지금껏 봐왔던 브이로그와는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나의 일상과 괴리감이 없을 정도로 꾸밈없고 솔직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다른 영상들도 그러했다. '여자 혼자'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었다. 무려 6만여 명의 구독자들은 "힐링된다", "건강한 가치관이다", "부럽다"라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1983년 생인 그녀는 취직을 포기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본업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삶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영상 크리에이터 MJ, 미정씨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듣고 싶었다. 지난달 12일, 서울여자대학교 부근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최미정(MJ) 씨의 모습 서울여자대학교 인근의 'H갤러리'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한지선

 
예능 PD라는 오랜 꿈

"안녕하세요. 저는 여자 혼자 기획, 촬영, 편집 그리고 출연까지 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MJ라고 합니다."

미정씨는 '예능PD'라는 오랜 꿈을 위해 스물다섯 살에 서울로 상경했다. 스물일곱 살에 편입해서 서른 살에 대학을 졸업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어릴 적부터 바라고 10년 동안 준비해온 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미정씨는 자신과 끝없이 대화했다.

"진짜 계속 꾸준히 공부를 했는데, 실력이 안 됐으니까 안 된 거겠죠? 그러면 본질적으로 들어가자. 그럼 너는 피디가 안 되면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제 자신하고 얘기했어요. 꼭 TV에 영상이 나와야 돼? 계속 저한테 질문을 한 거죠. 요즘 사람들이 TV 안 보잖아. 꼭 TV 아니어도 되잖아. 영상이면 되잖아. 그러면 광고도 괜찮아. 그래서 광고 회사를 알아봤어요."


예능 PD에서 광고인을 꿈꾸던 미정씨는 어떻게 '유튜버 MJ'가 된 것일까. 그 배경은 놀라웠다. 그 당시에는 취직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 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었다. 의도치 않게 인기를 얻게 된 그녀는, 아직도 '유튜버'라는 호칭이 쑥스럽다. 나날이 커져가는 채널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한 사람이라도 영상을 봐주고 댓글을 남겨주는 게 감사했다.

MJ는 구독자에게 수익을 사용하는 것에 허락을 구한다. 힘들게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일상은 여유롭고 편한 것만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는 주변의 말에도 휩쓸리지 않으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그녀다.

"후회하기 싫어서 도전해요"

1인 영상 크리에이터 MJ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어떻게 혼자 이런 걸 해볼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도전들도 많다. 그 중 '무전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발단은 이러했다. 결혼한 아는 동생과 전화를 하다가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돈 없으면 못 가나? 저는 계속 사람들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계속 '안 되나? 되나?' 생각해요. 내 가능성에 대해,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봐요. '안 되나? 되나? 될 것 같기도 한데, 진짜 안 되나?' 궁금해요. 저는 궁금하면 해요."
 

그렇게 2016년, 호기심을 안고 해남 땅끝마을로 떠났다.
 

무전여행 영상 중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모습 MJ의 유튜브 영상 중, 무전여행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 최미정

 
"'그거 무서워서 안 할래'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거예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벌써부터 지레 겁먹고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죽음보다 후회가 가장 무서워요."
 

후회하기 싫어서 떠났던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이기도 하다.

"제 채널을 보면서 '언제까지 거기에서 생활할 거야?', '돈 안 모아?', '노후생활은 어떻게 할 거야?' '늙으면 아플 텐데 병치레 어떻게 할 거야?' 말하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요.

저도 예전에는 죽음이 너무 무서워서 오래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살까가 더 고민이에요. 죽는 건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결혼 같은 거는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했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그냥 그렇게 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구독자와 천천히

그녀는 자신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구독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들뜨지 않고 꾸준하고 천천히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의 고정관념 속에서 부정적인 시선들도 존재했다.

"뭐 했대 쟤? 그 나이 먹도록 뭐했대? 아마 이런 시선일 거예요. 저를 싫어하는 안티 팬들도 그런 식이에요. '너 왜 자꾸 포장해? 이렇게 말하는 분들 많아요. 저는 어떻게든 관점을 달리 해서 버텼던 것 같아요. 좀 다른 삶을 살아야 돼요. 같은 속도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남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그럼 넌 어떻게 할 건데?'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MJ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더니, 역으로 "매일 행복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스무 살이나 삼십대 초반에는 세상 탓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취업이 힘든 건지, 앞 세대는 잘 됐는데 왜 이때 태어났을까 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취업 준비에 알바까지, 스펙 쌓으려고 활동하고 봉사하는 것들을 보면서, 자신의 세대 때와 똑같았다고 느꼈다. 자신이 힘들었기에, 다음 세대 때는 편했으면 싶었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걸 안 하고 짜인 툴에, (취업 같은) 시스템에 어떻게든 들어가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라고 보였어요. 물론 잘 되면 좋죠. 그런데 대부분 잘 안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 친구들은 계속 또 실패하고 좌절하고. 나도 그래왔는데... 그래서 꼭 그런 친구들에게 뭔가 본보기라고 해야 되나? 꼭 이 길(취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 불안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밀려오는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경쟁하며 자라온 대한민국의 자식들은 '사회적인 실패'가 두려워 자유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미정씨의 말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가 있는 법이다.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그 누구도 함부로 정할 수 없다. 그녀는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세상이 정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갈 것이다.
#MJ #유튜버 MJ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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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 한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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