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장례식은 같은 거 아닌가요?"

[인터뷰] 심은이 장례지도사가 말하는 삶과 죽음

등록 2019.12.11 13:51수정 2019.12.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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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에서 가장 큰 의식을 꼽자면 장례와 혼인일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매년 29만 8820명, 월간 2만 3563명이 사망한다. 그리고 혼인은 연간 25만 7622건, 월간 1만 5800건이 이뤄진다. 혼인에 비례하여 장례 또한 치러지지만, 혼인이 빛이라면 장례는 마치 그림자처럼 은밀하고 어둡게 진행된다. 평소에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이번 기사를 쓰기 위해 죽음에 가까이 있는 인물을 만났다.
 

심은이 장례지도사 심은이 ⓒ 홍예림

 
지난 11월 23일, 양주 덕정역의 한 카페에서 19년차 경력을 가진 장례지도사 심은이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에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이 없고, 고인의 마지막 배웅을 해주고 있는 심은이라고 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음에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 질문으로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일을 하는 장례지도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장례지도사는 사람이 마지막에 운명하게 되면 임종에서부터 장례를 치르고 발인을 하는 날까지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경황이 없는 가족들을 대신해서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의 대답을 들으니 예상외로 장례지도사는 많은 부분의 일을 하고 있었다.

이어 직업적인 소명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직업에 비해 직업적인 소명이 있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인지를 묻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가 처음으로 이 직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한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한 살, 그가 간호조무사로 병원에서 일했을 때 그와 친하게 지냈던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고인을 짐짝처럼 취급하는 병원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신문에 난 장례지도학과 생긴다는 걸 보고, 지원해서 지금까지 후회 없이 하고 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아저씨, 다음 생에는 나쁜 일 하지 말고, 가족들하고 잘 지내면서 살아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본 가장 쓸쓸한 죽음을 묻자 무연고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연고사란 장례를 해주는 가족이나 친지가 하나도 없어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전에 그는 한 명의 사기범이었던 무연고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고인과 화장장까지 동행을 하면서 '사회에서 나쁜 문제를 많이 했던 사람을 좋은 마음으로 내가 입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고인을 막상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고 너무 외로워 보여 '아저씨, 다음 생에는 나쁜 일 하지 말고, 가족들하고 잘 지내면서 살아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레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심은이씨 ⓒ 성빈센트병원 제공

  
수의 대신 웨딩드레스


그는 장례를 치를 때 고인에게 수의 입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는 수의가 평상시에 입는 옷이 아니라 수의를 입고 가만히 누워있는 고인을 보면 무서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중에 본 젊은 여성 한 분은 결혼을 안 했는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그 여성은 안 어울리는 수의 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사연을 듣고 그가 추구하는 장례문화에 대해 얘기를 더 듣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장례를 자연 속에서 치르고 싶다고 했다. "제가 꿈꾸는 장례식은 간단하게 다과하고, 차 한잔하면서 유가족들이 추억 이야기하며 그냥 편하게 보내줄 수 있는 그런 분위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영정사진을 꽃으로만 꾸밀 게 아니라 고인이 좋아했던 걸 전시하는 것도 좋다"며 말했다. 이렇게 장례문화가 바뀌게 된다면 장례비용도 지금보다 현저히 줄지 않을까.

"삶과 죽음은 하나"

마지막으로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삶과 죽음하고 다를 게 없어요. 왜냐하면 삶 안에 죽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삶과 죽음은 같아요"라고 답했다.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에 그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남들이 쉬는 일요일도 출근한다. 죽음은 요일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면서 공감 갔던 그의 말로 기사를 마칠까 한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은 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관심이 없어요. 저는 결혼식과 장례식이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결혼문화에 있어서는 관심이 많은데 장례문화는 나는 죽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죽은 후에 내가 장례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관심을 안 가지는 건지. 그래서 전 죽음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너무 반가워요."
#죽음 #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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