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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선 100만 명 규모 '학생 모의선거', 우리도 가능할까?

미국·영국·캐나다·독일 등은 대부분 모의선거 천국, 하지만 한국은...

등록 2019.12.10 16:20수정 2019.12.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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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학생들의 모의선거를 위해 현역 정치인들이 인터넷에 답변을 올려놓은 모습. ⓒ 서울시교육청

 
한국에서도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선진국처럼 학교 안 대규모 모의선거가 가능할 것인가? 서울시교육청이 사상 처음으로 '2020 총선 모의선거'를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모의선거' 해본 학생들 94% "투표권 생기면 꼭 투표" http://omn.kr/1lua7)

몰래 해왔던 모의선거, 하지만 선진국은 정부-선관위가 도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교사들은 정부와 언론 눈치를 봐가며 남몰래 모의선거를 진행했다. 선거를 앞두고 벌인 정치, 사회 현안 수업이 공직선거법과 공무원법 등에 걸려 고통의 씨앗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교육선진국은 학교 모의투표 '대박', 한국은 '쪽박' http://omn.kr/n72t)

그러던 것이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제7차 지방선거 즈음부터 모의선거가 본격 진행됐다. 같은 해 3월부터 시작한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모의선거 프로젝트에 서울, 경기, 충북, 광주지역 17개 중고교가 공식 참여하면서부터다.

이 모의선거 학습에 참여한 4000여 명의 학생들은 같은 해 5월 말쯤부터 6월초까지 공약비교, 정책 검증 등의 사전학습을 벌인 뒤 정식 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까지 학교 안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 투표를 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학교 안 모의선거에 대해 '사전 설문조사 성격'이라고 판단하고, 개표 뒤 발표를 조건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모의선거 학습은 선진국에 견주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완성된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보고서 '학교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학교 모의선거 교육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민-관이 손잡고 대규모 모의선거를 수십 년 전부터 치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투표지원법(HANA)에 근거해 학교 모의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한 민간단체인 전국학생·학부모모의선거협회는 학생 투표자 교육활동을 벌인다. 이에 따라 모의선거 참여 학생들은 1988년 3만여 명에서 2016년에는 약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연구보고서들은 "모의선거 프로그램을 실시한 지역의 선거 참여율이 다른 지역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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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선거에 참가하는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 ⓒ EBS<지식채널e>

 
캐나다도 모의선거 프로그램 'Student Vote'를 운영한다. 학교에서 정식 선거연령 만18세 이하인 학생들(4~12학년)을 대상으로 연방선거 등 실제 선거기간 동안 실제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 인가 비영리 민간단체인 CIVIX에서 맡고 있다.

2003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5년 10월 연방선거를 앞두고서는 모의선거 참여 규모가 6662개교에서 92만2000명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투표함, 기표소 등 일체의 투표 수단을 제공했다. 캐나다 선거법은 "선거과정이 학생들에게 잘 알려질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제17조1)고 규정하고 있다.

2015년 모의선거에 참여한 학생들의 83%는 '다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90%도 "가족들에게 정치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2017년 9월에 실시된 연방 총선에 대한 학생 모의선거에서는 전국 3490개교에서 95만846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한 달여에 걸쳐 후보자의 공약집 분석과 토론회 등을 벌여왔다. 이 밖에도 영국과 스웨덴도 모의선거 학습이 활발한 나라들이다.

"한국도 교육부-교육청-선관위 지원체제 필요"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모의선거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모의선거 교육을 주관하는 곳은 정부와 선거관리 기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모의선거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육청은 물론 교육부와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모의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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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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