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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럽고 분"해서?... 나경원 원내대표 1년이 남긴 것

[게릴라칼럼] 합의-번복-보이콧-장외투쟁으로 점철... 그 이유

등록 2019.12.11 10:42수정 2019.12.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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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년 저의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딱 하나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말라."

지난 6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적은 '쓴소리'다. 이날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 불참한 것을 비꼰 것이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1년 동안 저희가 다른 때보다 의원총회를 1.5배나 했다"라며 "그만큼 격동의 1년이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격동의 1년, 맞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8년 12월 15일, 당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단식이 이어지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라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임기 내내 이를 번복해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오도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합의문 중 '검토'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으며 "어떠한 선거구제에 관해서 동의해준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탄생한 것이 '비례대표 폐지-의원정수 270명 안'이다.) 

지난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정미 의원이 나 전 원내대표를 향해 "자기 한 말 뒤집기로 점철된 그"라며 "이쪽저쪽 자꾸 살피고 봐주면 버릇만 나빠집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배경이라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던 9일. 의원총회 현장에서 나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 모두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라며 "역사가 20대 한국당 의원 모두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이 말 만큼은 그의 진심이라고 믿어줘도 좋지 않을까. 

"정권을 2년 7개월 전 허망하게 빼앗기고 한국당 참 서럽고 분했다."

'박근혜 탄핵'이 그렇게 허망했을까. 그로 인한 '촛불혁명'이, 그 결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도 서럽고 분했을까. 그래서 지난 1년, 그렇게 '투쟁'으로 일관하면서 독한 말과 행동을 쏟아내며 원내대표 자리를 지켰던 걸까. 


합의-번복-보이콧-장외투쟁으로 점철된 1년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지난 1년이 그랬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로 시작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필리버스터 선언으로 끝난 1년이었다. 그 사이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 합의를 번복하면서 '패스트트랙 동물국회'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동안 3차례가량 국회 보이콧이 있었고, 6월과 10월 장외투쟁을 단행했다.

그 사이사이 잊을 만하면 터트린 '설화'로 뉴스와 댓글 지분을 잠식했다. 이른바 '조국 정국'을 이끌었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쉬이 반등하지 않았다. 당의 고소·고발을 이끄는 동시에 본인 역시 언론을 향한 고소전도 불사했다. 그리고, 황교안 대표와의 투톱 체제의 끝자락에 '읍참마속' 당하면서 격동의 1년을 마치게 됐다.

지난 6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는 "9개월가량 손발을 맞춘 황 대표는?"이라는 질문에 "애국심이 강하신 분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대신 "올해 의외로 강경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라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정말 그럴까. 자칭 '격동의 1년',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말과 행동은 과연 어땠을까. 그의 말과 행동으로 돌아본 나경원 원내대표 1년의 어떤 굵직한 수칙들을 정리하면 이정도 되지 않을까.

'문재인 호출'과 '입이 낳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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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정양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3월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했을 당시 모습. 이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 남소연

 
첫째, '헌법'과 '대통령 문재인'을 호출하라. "헌법상 대통령으로 존중할 자신 없다"는 말은 지난 10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그가 했던 발언이다. 여러 매체가 헤드라인으로 뽑은 이 문구야말로 '나경원 1년'의 주요 테마라 할 수 있었다.

그는 마치 버릇처럼 "헌법 파괴" "헌법 파괴세력" "헌법 질서 모독"을 소환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이 같은 비판은 기본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도, 전교조도, 심지어 북한 선원 북송 같은 사안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판사 출신이어서 그런 걸까. 주요 자리에서 그는 '헌법'을 거론했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는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가 곳곳에서 무너졌다"라고 쏘아 붙였다. 그리고는 경제·안보·헌법은 물론 사사건건, 아니 그 어떤 사안에도 "문재인 대통령 책임"을 반복 또 반복했다. '기승전 헌법 파괴, 문재인 책임'을 거듭한 나경원 1년.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그의 헌법론은 지난 11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헌법을 지키려 패스트트랙을 저지했다"라는 주장이었다.

둘째, 설화는 원내대표의, 정치인의 특권이다. 논란이 일어도, 반박 입장문만 내면 그만이다. 보수언론과 종편 중심으로 충실하게 반론을 실어주고, 누군가 대신 해명에 나선다. 공히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비판해도 여야 정쟁 프레임으로 종결되기 마련이다. 나경원 1년 동안 논란이 된 굵직한 설화만 해도 이 정도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주십시오." - 2019년 3월 12일 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 중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 - 2019년 3월 14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중
"엊그저께 대담할 때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 요새 문빠, 뭐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 당하는 거 아시죠?" - 2019년 5월 11일 대구 달서구 장외집회 연설 중

"194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 2019년 8월 15일 광복절 자신의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을 차별하면서..." - 2019년 8월 30일 부산 '문재인 정권 규탄 부산·울산·경남 집회' 연설 중
"자, 우리 일본이 7월에 이야기한 다음 한 달 동안 청와대나 정부에서 나온 거는 죽창가..." - 2019년 9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중

"미국에 가서 그쪽 의회 사람들을 만나 총선 직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미회담 같은 건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 2019년 11월 27일 한국당 의원총회 비공개 발언 중

'고소고발' 그리고 '내로남불'

셋째, '고소고발'을 적극 이용하라. 이명박 정부의 모토가 바로 법치주의였다. '미네르바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국정원 댓글사건을 일으킨 그 MB 정부를, 국민들을 '법'으로, 검찰 수사로 겁박했던 그 정권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쿨'(하게 수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조국 사태'를 필두로 한국당은 지난 1년 정치적 합의로 끝낼 사안도 구태여 검찰로 끌고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최근에도 곽상도 의원 등은 청와대 감찰무마,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 등 10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한국당은 최근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대일민국' 방명록 보도와 관련해 KBS 기자, 고발뉴스 기자, 직썰 편집장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 아들의 논문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KBS 등에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시사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정치적 사안이나 언론보도를 검찰로 가지고 가면서, 작금의 '검찰 공화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넷째, 자식 문제는 '내로남불'이 최선이다. '조국 사태'의 최전선에서 조 전 장관과 조 전 장관 딸을 맹비난했던 나 원내대표. 그에 대한 부메랑이었을까. 조 장관 청문회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이후,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재차 불거진 것도 모자라 아들의 불법 해외유학 의혹과 서울의대 실험실 사용, 논문 제1저자·제4저자 등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 조국 비난하던 나경원, 그를 둘러싼 자녀 의혹 7가지).

하지만, 전무후무한 '조국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들이 '나경원 딸, 아들' 의혹에는 다수가 침묵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조국 딸은 논문참여 과정, 저자 등재부터가 특혜와 반칙 범법의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제 아들은) 성실히 공부해서 뛰어난 성적을 받아 본인의 노력과 성과로 대학에 진학했다"라고 반박했다.

또 이어지는 의혹 제기에 "조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닥치는 대로 엮어서 무고한 사람에게 불명예를 뒤집어씌우는 저들의 막무가내식 진영논리, 물타기 공작"이라 쏘아 붙였다. 이와 관련,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지난 9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쳐 나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내용엔 자녀 입시 비리을 비롯해 홍신학원 사학 비리, 스페셜올림픽포리아 사유화 등 각종 의혹이 포함됐다. 그러나 검찰의 늑장수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9일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이 고발인 중 세 번째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조국 일가의 광범위하고 신속한 수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난 9월 이후 '조국과 나경원은 왜 다른가'라는 질문이 쇄도하는 이유다.

원내대표는 원래 욕 먹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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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의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손잡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여야 선거제 합의를 번복하며 출발한 나 원내대표는 이후 국회 보이콧을 무기로 내세웠고, 이를 장외투쟁과 연동시켰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꼽히는 20대 국회가 '일 안 하는 국회'로 낙인찍히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만하다.

나 원내대표가 2019년 새해 처음으로 내놓은 일성은 바로 'KBS 수신료 강제징수 금지·수신료 거부 운동'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과 달리 정상화된 KBS·MBC 양대 공양방송에 대한 불신을 대놓고 드러낸 셈이었다. 아울러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지난 1년간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도 줄곧 제기해왔다. 주로 공정성과 조사방법의 신뢰성을 문제삼았다. 이런 행태를 어찌 봐야 할까. 이정미 의원마냥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말라"는 속담을 곱씹는 국민들이 늘어나진 않았을까.   

"원내대표 자리가 욕먹는 자리니까.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해라, 안 그러면 야당 원내대표는 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같은 정치 환경에선 용감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경원 의원은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에게 위와 같이 충고했다. 올 한 해 내내 21대 총선에 '올인'한 듯한 한국당을 위한 용감한 리더십, 좋다. 하지만 야당 원내대표 자리가 원래 욕 먹는 자리인지, '원내대표 나경원의 1년'이 특히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의 '말과 행동' 때문인지는 아직도 의아하다. 신임 심재철 원내대표를 지켜보면 그 의문이 풀릴 수 있을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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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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