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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캠프'에 배철수 대신 김신영? MBC의 즐거운 일탈

MBC FM4U 17년째 이어진 행사... 하루만이라도 라디오에 관심을

19.12.03 11:25최종업데이트19.12.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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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부터 매년 시행된 MBC FM4U '패밀리데이' ⓒ MBC

 
<두 시의 데이트, 배철수입니다>, <김신영의 음악캠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들 라디오 프로의 원래 주인공(DJ)은 뮤지와 안영미, 그리고 배철수인데 말이다. 하지만 지난 2일 MBC FM4U '패밀리데이'에선 이 모든 깜짝 변신이 가능했다. 1년 중 단 하루 동안의 일탈(?)이 허락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이맘때 시행되는 '패밀리데이'는 MBC 인기 DJ들이 각자 맡고 있던 프로그램을 서로 바꿔 진행하는 전통의 행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때만 해도 갑작스런 DJ 자리 바꿈에 당황한 일부 청취자들로부터 "방송사고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 반복되면서 이제는 축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9시간 동안 실시된 올해의 '패밀리데이'는 과거 보다 더욱 파격적인 변신으로, 청취자들에겐 더욱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바빴던 뮤지+안영미... 아침부터 진행, 오후엔 초대손님 출연
 

지난 2일 진행된 MBCFM4U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안영미+뮤지는 오전엔 DJ, 오후엔 초대손님으로 등장하는 등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 MBC

 
2일 '패밀리데이'에서 가장 바빴던 이들은 안영미와 뮤지였다. 오후 2시 <두 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던 두 사람에게 아침 7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굿모닝 FM>은 꽤 오래된 방송 경력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매일 10개 이상의 코너가 초 단위로 이어지는 오전 프로그램의 특성까지 맞물려, 두 사람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속사포 멘트를 쉴 틈 없이 쏟아냈다.   

<굿모닝 FM>의 주인 장성규 DJ의 부재를 아쉬워 하는 일부 고정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장성규 못지 않게 '선 넘는 방송'을 주도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청취자들에게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아침에 수면잠옷 차림으로 방송을 진행했던 안영미는 그대로 외투만 걸친 채 뮤지와 함께 낮 12시 <정오의 희망곡> 초대 손님으로 등장했다. 진행을 맡은 장성규에게 아침 방송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또 한 번 청취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요 프로 진행 맡은 배철수, 팝 음악에 도전한 김신영
 

지난 2일 진행된 MBCFM4U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배철수는 가요, 김신영은 팝 음악 프로 진행을 맡았다. ⓒ MBC

 
이날 '패밀리데이'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30년 관록의 DJ 배철수와 김신영이었다. <두 시의 데이트>를 맡은 배철수는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아이돌 그룹 AOA를 만나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밴드 경험의 공통점을 분모 삼아 곧바로 프로그램 내용에 적응하면서 수려한 진행을 이끌어 냈다. "같은 5인조 스파이스걸스보다 훨씬 낫다"라는 멘트로 AOA를 당황스럽게 하면서 "어차피 그들은 지금 방송을 듣지 못한다"고 재치 있는 농담을 선보였다.

김신영은 많은 연예인들이 꿈꾸는 프로그램이지만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팝 음악 전문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1일 DJ로 나섰다. 김신영은 최신 팝송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면서 "그동안 몰라봐서 죄송해요"라는 고정 청취자들의 칭찬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매주 고정 출연하는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음악캠프>는 점점 내리막 길을 걷고 있었는데 김신영씨가 완전히 선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동시에 배철수에겐 "(진퇴) 결정을 빨리 하면 할수록 좋을 것 같다"고 짓궂은 농담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마련했다.

가요와 팝 음악 등 비록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지만 이들 DJ는 특유의 재치와 관록을 바탕으로 각자 맡은 2시간의 시간을 알차게 꾸미며 '패밀리데이'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패밀리데이'의 존재 이유, 하루만이라도 라디오에 관심을
 

지난 2일 진행된 MBCFM4U '패밀리데이' 행사에서 오전 9시 프로그램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진행을 맡은 이지혜 ⓒ MBC

 
안타깝게도 2000년대 이후 지금의 라디오는 전성기가 이미 지나버린 '올드 미디어'로 취급받는다. SBS <두시 탈출 컬투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몇몇 인기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라디오는 사람들의 관심밖에 놓인지 오래다. 과거 1980, 1990년대 학생들이 <별이 빛나는 밤에> DJ 이문세의 목소리를 들으며 꿈을 키웠던 것처럼, 요즘 라디오를 들으며 꿈을 키우는 청취자는 이제 많지 않다.

어찌 보면 MBC FM4U의 '패밀리데이'는 텔레비전,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빼앗긴 청취자들을 잠시만이라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단 하루만이라도 라디오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하던 제작진의 작은 바람은 한해 두해 쌓이면서 어느새 17년째 이어진 전통이 되었다.

각 방송국들은 '보이는 라디오'(인터넷 생중계)와 팟캐스트 다시듣기 등 다양한 보조 수단을 활용하며 나름의 자구책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또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며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단 하루의 일탈에 불과하지만 딱 한 명이라도 라디오 공간 속으로 끌어 들일 수 있다면 '패밀리데이'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과거 그룹 퀸(Queen)가 명곡 'Radio Ga Ga'를 통해 라디오를 예찬했던 그 시절처럼 다시 한 번 라디오가 사람들에게 친근한 벗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패밀리데이 MBC FM4U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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