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 올림픽이라는 날개를 달아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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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포츠()등록 2019.11.28 09:36
 

주장 박완용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모든 선수들과 스탭이 만세를 외쳤다. ⓒ 청춘스포츠

 
2019년 11월 24일은 한국 스포츠의 기념비적인 날로 남게 되었다. 한국 럭비가 1923년 이 땅에 도입이 된 이후 약 100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이라는 경사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은 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 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강팀인 홍콩을 맞아 연장 승부 끝에 12-7,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팀에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9개국 중 1위에 올랐기 때문에 아시아 럭비 최강국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럭비가 1924년 파리올림픽 이후 9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6 리우 올림픽을 위한 지역 예선에서 아쉽게 떨어진 한국은 이번 도쿄 올림픽 진출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대회 개막 5주 전부터 고강도의 훈련을 소화했던 선수들은 장용흥이 연장전에서 골든트라이를 성공시키자마자 서로를 감싸 안으면서 한국 럭비의 경사를 자축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인 럭비. 하지만 한국에서는 세간의 관심을 못 받으면서 럭비 환경도 척박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실업팀도 3개 팀밖에 없고 실업리그는 상무 팀까지 포함해 4개 팀으로만 운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 출전이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절치부심했던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 대회를 준비했던 대한럭비협회 직원들, 선수 가족, 럭비계 원로들은 그라운드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승 트로피를 홈 관중 앞에서 드는 순간, 모든 선수는 목이 쉬도록 환호를 지르면서 챔피언이 되었다는 것을 만끽했다.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승리의 스크럼을 짜고 있다. ⓒ 청춘스포츠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가진 선수들도 일부 선수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특히 특별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에게 올림픽 진출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용흥(일본 NTT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팀 내 '유이'한 일본파인 정연식(일본 히노자동차)은 부상 탓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승선 가능성이 높았으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맞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올림픽 진출을 통해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정연식은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진출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무엇보다 작년의 아쉬움을 내가 익숙한 경기장에서 풀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작년 AG에 참가를 못 한 한(恨)이 얼마나 마음속에 응어리로 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년 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린다는 점도 정연식에게는 반가운 요소다. 정연식은 "그라운드 사정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인천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우리가 승리를 거두어서 우리가 더 큰 함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다부진 각오도 밝혔다.

홍콩전에 앞서 4강전인 중국전에서 멀티 트라이를 기록하면서 결승 진출의 단초를 마련한 장성민은 "올림픽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임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고 여기서 무조건 다 쏟아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답을 하면서 올림픽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고 2년 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된 안드레 진 코뤼야드(한국명 김진, 이하 안드레)는 모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해준 한국에게 올림픽 진출이라는 가장 좋은 선물을 안겨 주었다. 안드레는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한국에 감사하고 그래서 나라를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올림픽 진출 그날이 와서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 럭비는 1998, 2002 아시안게임에서 7인제, 15인제를 동시 석권하는 등 럭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대회부터 6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냈다. 이제는 올림픽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 당당한 1승 이상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김원비, 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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