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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학가에서도 '홍콩시위지지 대자보' 철거

목원대·충남대·카이스트, '무단게시물' 이유로... 학생들 "표현의 자유 침해"

등록 2019.11.26 17:48수정 2019.11.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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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와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이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붙인 '홍콩 민주화시위지지 대자보'가 학교 측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대전모멘텀

  

지난 18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와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이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붙인 '홍콩 민주화시위지지 대자보'가 학교 측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자보가 철거된 목원대 현장. ⓒ 대전모멘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뜯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역 대학에서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는 대자보를 철거한 주체가 학교 당국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이하 대전모멘텀)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전모멘텀과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은 각각의 이름으로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였다.

충남대에 붙은 대자보는 두 장으로 구성되어 첫 장은 '한 장이 떨어지면 열 명이 함께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둘째 장은 '2019년 홍콩은 자살당하다'라는 제목으로 구성됐다. 이 대자보에는 "지금 홍콩은 우리 대한민국의 80년 오월 광주입니다.", "여러분 홍콩의 아픔에 연민하고 연대합시다"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목원대에 붙은 대자보는 '홍콩 민주항쟁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카이스트에 붙은 대자보는 'LENNON WALL-홍콩의 민주화시위를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 대자보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지지하는 포스트잇을 붙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자보들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모두 철거됐다. 학생들이 확인한 결과, 뜯겨진 대자보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해 훼손된 서울지역 대학들의 사례와는 다르게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충남대의 경우에는 대자보 부착 하루 만에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학생들이 학교 측에 철거이유를 묻자 "허가 받지 않은 무단게시물이라서 철거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재부착 의사를 표명하자 "정치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이어서 안 된다"는 학교 관계자의 답변을 들었다는 게 대자보를 붙였던 학생의 증언이다. 이후 학생들은 학생회 측과 상의해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아 지정게시판(자유게시대)에 다시 대자보를 붙였다.

목원대의 경우에는 학교 관리부서에서 '무단게시물'을 확인하고 철거했다. 학교 측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부착된 무단 게시물이라서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이스트는 허가받지 않은 무단게시물임을 게시 학생에게 고지한 후, 철거했다.
 

지난 18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와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이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붙인 '홍콩 민주화시위지지 대자보'가 학교 측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목원대에 붙었었던 대자보. ⓒ 대전모멘텀

  

지난 18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와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이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붙인 '홍콩 민주화시위지지 대자보'가 학교 측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1차 철거 후 다시 자유게시판에 붙여진 충남대 대자보. ⓒ 대전모멘텀

  

지난 18일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대전지부와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이 목원대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전지역 3개 대학에 붙인 '홍콩 민주화시위지지 대자보'가 학교 측에 의해 모두 철거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카이스트에서 철거된 대자보. ⓒ 대전모멘텀

 
이에 대해 대전모멘텀은 26일 논평을 내고 "지난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철거했던 반지성의 역사가 대전 대학가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며 "더욱이 학교 측은 '정치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임을 들먹이거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 또한 학교의 주인은 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정치적이나, 외교적인 민감한 사항으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구속할 수 없으며, 사전 승인은 검열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자보 철거사건은 대학들이 학생들을 관리 감독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성의 요람인 대학의 이름에 먹칠하는 저열한 인권 의식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대전모멘텀은 또 "과거 우리나라도 독재정권을 물리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주체는 당시의 대학생이었다. 현재 대학의 모습은 1970년대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전모멘텀은 끝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토론함으로써 성숙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청년학생 모임과 연대하여 이 시간 이후 계속해서 훼손당한 대자보 수 2배만큼 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대 관계자는 "모든 학교 게시물은 사전 허가를 받아 지정게시판(자유게시대)에 부착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대자보 철거도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무단게시물이어서 철거한 것"이라며 "다만, 이후 허가를 받아 지정게시판에 재부착한 대자보는 현재까지 그대로 붙어 있다. 정치적 이유로 철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원대 관계자도 "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게시물은 그 내용과 관련 없이 관리부서에서 모두 철거한다. 이번 대자보도 같은 사례일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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