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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일삼는 두 노년의 연애...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리뷰] 영화 <굿 라이어> 노년 배우들의 달콤살벌한 스릴러 로맨스

19.11.26 10:57최종업데이트19.11.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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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어>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배우에게 연륜은 세월이 쥐어준 무기라 할 수 있다. 연륜은 배우에게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더 다양한 캐릭터 소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부여하기도 한다. 영국 출신의 두 명배우 이안 맥켈런과 헬렌 미렌이 호흡을 맞춘 <굿 라이어>는 제목 그대로 '거짓'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역설의 매력을 지닌 스릴러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거짓을 반복하는 남녀의 모습은 이들이 심상치 않은 내공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베티(헬렌 미렌)와 로이(이안 멕켈런)는 데이트앱을 통해 서로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빠져들고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후 로이는 친구 빈센트(짐 카터)와 함께 베티의 돈을 빼앗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알고 보니 로이는 사기를 목적으로 베티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옥스퍼드 교수 출신의 베티는 막대한 재산의 소유자이고 로이는 이를 빼앗으려 한다. 베티와 동거하게 된 로이는 베티의 손자 스티븐(러셀 토비)의 의심을 사게 된다. 작전수행의 속도는 더뎌지고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까지 등장하자, 로이는 점점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베티가 원하는 해외여행을 함께 가기로 한 로이는 베를린에 도착해 스티븐의 안내를 받는다. 하지만 스티븐이 안내한 장소는 관광지가 아닌 로이의 정체와 관련된 곳이었다. 스티븐은 이곳에서 로이의 충격적인 정체를 폭로한다.
 
니콜라스 시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흥미롭고 진중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역으로 잘 알려진 이안 맥켈런은 로이가 지닌 입체적인 모습을 팔색조의 매력으로 풀어낸다. 베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리를 다친 척 하는 그의 모습은 코믹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사기꾼이란 정체는 물론 폭력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시행하는 모습은 서늘한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더 퀸>에서 주름 하나하나로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한 헬렌 미렌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강렬한 연기내공을 선보인다. 로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그가 지닌 미스터리한 매력은 스토리를 통해 표현되지만 베티가 지닌 미스터리는 표현되기 힘들다. 헬렌 미렌은 표정 하나, 행동 하나를 통해 베티가 진실 되지 못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굿 라이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예를 들어 로이 앞에서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가 시야에서 멀어진 뒤 무표정으로 변하는 베티의 얼굴은 수많은 고민과 근심을 담고 있다. 어떤 행동을 취할 때도 잠시 뜸을 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베티가 어떤 속셈인지, 과연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지니게 만든다. 두 배우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주지 않지만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며 자신의 정체를 숨이고 상대를 속이려는 모습은 지적인 심리 스릴러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굿 라이어>는 거짓을 반복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진실로 나아가는 역설적인 매력을 지닌 영화이다. 힘과 속도보다 심리와 두뇌를 통해 심리싸움을 거는 두 주인공의 매력은 기품 있고 우아하며 섹시한 면모마저 보인다. 세월의 깊이만큼 가득 찬 증오의 무게가 돋보이는 결말은 단연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두 노년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격조 높은 실버 로맨스 스릴러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굿 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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