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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가수의 음반제작과정 공개, 47년 걸린 이유

[리뷰]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

19.11.24 14:24최종업데이트19.11.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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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레이스> 포스터 ⓒ 영화사 진진

 
14살에 첫 음반 발매, 지미 카터·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축가 열창, 총 18차례 그래미상 수상, 1987년 여성 가수 최초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 2005년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 수상, 10년 <롤링스톤>지 선정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10위, 전 세계 음반 판매량 7500만장.

하나의 기록만으로 역대 최고란 칭호를 받을 업적을 수차례 달성한 가수가 있다. 가스펠, 소울,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싱어 송 라이터 아레사 프랭클린이 그 주인공이다.
 
2018년 8월 16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4옥타브를 넘나드는 뛰어난 가창력부터 피아노 연주와 작사 실력까지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아티스트였다. 동시에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목사였던 아버지로 인해 가스펠을 들으며 성장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집회를 돌며 불렀던 가스펠 노래들을 모아 첫 앨범을 냈다.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1972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뉴템플미셔너리 교회에서 진행된 가스펠 라이브 앨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탄생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고 시드니 폴락이 카메라에 담아낸 이 녹음 작업은 지역 성가대와 녹음에 참여한 청중들이 하나가 되어 열정을 보여준다. 47년 만에 공개된 영상은 한 사람만을 위한 목소리가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전율을 주는 경이로운 순간을 선사한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미국에서만 200만장 이상 판매되었을 만큼 역대 가스펠 앨범 중 최다 판매량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비롯한 앨범 속 가스펠 노래들은 오직 한 사람, 하나님을 위해 부르는 노래다. 작품에는 '같은 가사라도 누구를 향해 부르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에 영혼이 치유 받는 느낌이 드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며 그 온정을 목소리에 담아낸다. 전문적인 녹음 스튜디오와 코러스가 아닌 교회와 교인, 그리고 성가대가 함께하는 순간은 감동을 더욱 증폭시킨다. 음악과 종교의 완벽한 조화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귀를 열고 음악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열리고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음악은 언어와 국경, 종교와 인종,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향하는 사랑과 믿음의 메시지는 가사를 몰라도,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해도 가슴 한 구석을 울리고 박수를 치게 만든다. 하나님을 향한 진심과 사랑은 인간이 타인에게 품는 보편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누구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 있고 진심으로 믿음을 보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랑의 순간을 은혜로 담아낸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와 그녀의 목소리에 눈물과 박수를 보내는 청중들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역사상 최고의 가수로 손꼽히는 그녀는 노래로 신비로운 힘을 보여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왜 아레사 프랭클린의 이 경이로운 무대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무려 47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와 촬영을 담당했던 감독이 모두 세상을 떠난 시점에 공개됐는지 말이다.
 
당시 아레사 프랭클린의 소속사였던 워너브라더스는 내부 최고의 제작진이 합류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그녀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시의 제작환경은 사운드를 후반에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장의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담아내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현장 클래퍼보드가 없었고 사운드와 이미지를 일치시키기 위한 표시도 없었기에, 당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영화를 완성시킬 수 없었다.
 
추후 프로젝트에 합류한 알란 엘리어트 감독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개발해 사운드를 일치시키고 로 푸티지(Raw Footage)에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이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를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었을 만큼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지닌 감동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어메이징(Amazing)'한 힘을 지니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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