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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래미 밴드', 홍대의 밤을 달구다

'역대급 첫 내한'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

19.11.17 11:38최종업데이트19.11.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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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포드 앤 선즈는 < Babel >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 유니버설뮤직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 오면 '상대적 무명'이 되는 뮤지션이 있다. 영국의 4인조 밴드 멈포드 앤 선즈(Mumford and Sons)가 그런 예다. 보컬 마커스 멈포드를 주축으로 결성된 이 밴드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 영국 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브리티쉬 앨범상'을 거머쥐었다.

멈포드 앤 선즈는 전통적인 악기들을 활용한 사운드로 상징된다. 밴조, 만돌린,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들을 조화시키면서, 인간적인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이 밴드의 장기다. 구수한 포크부터 웅장한 아레나 록을 오가는 이들은 이매진 드래곤스 등 많은 밴드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체조 경기장' 대신 '무브홀'

멈포드 앤 선즈는 콜드플레이 이후로, 미국 무대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국 밴드다. 그러나 그들의 높은 몸값에 비해, 한국에서는 시장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의 내한 공연 소식은 나에게 있어 콜드플레이나 폴 매카트니만큼이나 놀라웠다. 공연이 700명 규모의 라이브 클럽인 홍대 무브홀에서 펼쳐진다는 사실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번 공연은 유독, 외국인 관객의 비율이 높았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만난 그들 역시 '이 정도 규모의 밴드가 작은 라이브 홀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흥미롭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리고 이 날, 멈포드 앤 선즈는 작은 공연장이 주는 이점을 온전히 만끽한 듯했다. 자신들의 신인 시절을 떠올린 것이었을까?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의 첫 내한 공연. ⓒ 이현파



멈포드 앤 선즈는 'Snake Eyes'를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다. 밴드를 세계에 알린 노래 'The Cave'가 울려 퍼질 때부터, 관객들은 밴조와 통기타 소리에 맞춰 춤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멤버 전원이 다양한 악기에 능한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이기도 한데, 곡에 맞춰 악기를 달리 잡는 이들의 모습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마커스 멈포드가 'Lover Of The Light'을 부를 때 드럼 채를 잡으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절정. 멤버 전원이 코러스를 넣으면서, 곡의 두께를 키우기도 했다. 단순히 코러스라기보다는 친구들이 빚어내는 '합창'이라는 느낌이었다.

열아홉 곡을 연주하는 동안, 관객과의 상호 작용이 두드러졌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외에는 구사할 수 있는 한국어가 없었지만, 음악이 모든 언어를 대신했다. 'Little Lion Man'이나 'Tomkins Suare Park' 같은 곡에서 자연스럽게 떼창을 유도했고, 곡의 가사에 맞춰 직관적인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관객 한 명에게 통역을 부탁하면서 '광장 시장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관객과의 거리를 가까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런 경험은 없었다

 

멈포드 앤 선즈의 첫 내한 공연 ⓒ 이현파

 

순탄하게 공연이 진행되던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Ditmas'를 부르던 도중, 잠시 '전력이 나갔다'며 연주가 중단된 것이었다. 이윽고, 마커스 멈포드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관중석으로 내려왔다. 관객들은 길을 터 주었고, 멈포드 앤 선즈는 관중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선곡 리스트에 없었던 'Timshel'과 'Forever'를 연주했다. 마커스 멈포드는 관객들에게 앉아서,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마이크도 없었고, 멤버들의 목소리, 그리고 통기타 연주만이 있을 뿐이었다. 음향 사고에 대처하는 그들의 기지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관객들과 숨소리를 공유하면서 만드는 일체감이 황홀했다. 영화 '원스' 속 버스킹이 펼쳐지는 듯,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데우는 소리였다.

이 순간 만들어진 일체감은, 'The Wolf'의 야성미를 지나, 밴드가 만들어낸 앤섬 'I Will Wait'의 울림으로 마무리되었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밴조와 거칠고도 부드러운 보컬이 빚어내는 합, 폭포처럼 흘리는 땀, 모든 것을 쏟아내는 록스타의 자세. 이 열정적인 모습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술 없이도 취하는 경험이 이런 것일까.

"But you are not alone in this
And you are not alone in this
As brothers we will stand and we'll hold your hand"

- 'Timshel' 중


멈포드 앤 선즈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 멤버들을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직접 만난 그들은 동네 이웃처럼 소탈하고 차분한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나 이 날 밤, 그들보다 멋진 록스타는 없었다. 멈포드 앤 선즈는 아무리 작은 공연장이라도 거대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힘을 갖춘 밴드였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고라는 말을 남발하다 보면 빛을 잃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러나 최상급의 수식어를 굳이 써야 한다면, 멈포드 앤 선즈의 공연 앞에 쓰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뮤지션의 공연을 봤지만, 이만큼 아름답고, 인간적이며 강렬한 공연은 몇 되지 않았기에.
 
멈포드 앤 선즈 내한공연 MUMFORD & SONS 그래미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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