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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경기 부진' 표현 뺀 정부, 경기 저점 판단?

기획재정부 경제동향 11월호 발간... “수출·건설투자 감소세가 성장 제약”

등록 2019.11.15 13:41수정 2019.11.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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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기획재정부

정부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7개월 연속 내려왔던 '경기 부진' 진단을 8개월 만에 거둬들였다. 실제 수출과 투자 부진 등 경기 진단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더 악화하고 있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9월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건설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매달 발간되는 그린북은 경제 흐름에 대한 정부 인식을 보여주는 공식 보고서다.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사용해 오던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 대신 등장한 '성장 제약'이라는 용어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국내 경제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해 왔다.

수출·투자 '부진'에서 '성장 제약'으로 수정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표현보다 더 명확한 '감소' 및 '성장 제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인 이유가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인데 이를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표현으로 묶어 표현하는 게 맞지 않아서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과장은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도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봐서 표현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경기가 개선·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빠지지 않고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과 9월 모두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고, 미래 경기 흐름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에 0.1포인트 상승했다.


기재부는 수출 감소세의 주 원인이 됐던 '반도체 부진'에 대해서도 '단가 하락'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수출 부진이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 하락 탓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석 과장은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반등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등 불확실성이 일부 있다"라며 "그 부분을 명확히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 바꾼 기재부, 문 대통령 지시에 영향 받았나

기재부가 이처럼 경기 진단 내용을 놓고 일부 표현을 바꾼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하루 전인 14일 홍남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내년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한 정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현 경제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시기의 불확실성이 있다"라며 "올해 남은 기간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는 한편 민간 활력을 높여 경기 반등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경제 활력 제고 과제를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북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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