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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문 대통령'이 정답은 아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청와대 리더십] 위기마다 대통령 등장... 국정우선순위 혼재 현상도

등록 2019.11.13 18:51수정 2019.11.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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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개혁을 완수해야 할지 여러 의견을 소개합니다. '반환점 돈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기획은 모든 시민기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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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 남소연

 
대한민국은 촛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엔 '자본' '소수 엘리트' '위로부터' '폐쇄'가 득세했다. 과거 권력의 가치다. 이후엔 '흐름' '다수' '아래로부터' '개방'이 대세다. 새로운 권력의 가치다. 촛불은 과거 권력을 밀어내고 새로운 권력의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국정 방향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을 약속했다. 참모들과, 시민들과 머리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청와대는 국민과 미래를 표방하고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국민의 기대도 높았다. 소위 '86세대'의 대표격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개혁 전도사 조국 민정수석, 네이버 출신 윤영찬 소통수석 등이 포진하면서 새로운 권력에 걸맞은 참모진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년 6개월 청와대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위기 때마다 대통령 권위를 내세우곤 했다.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면서 국무총리실과 부처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토론은 종종 홍보와 이벤트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권력의 가치를 구현하는 청와대를 기대했지만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정 우선순위 혼란, 성과 미흡으로 이어져

5년 단임제, 승자독식 양당구조, 정쟁의 일상화, 짧은 민주주의 경험… 대한민국은 이런 특징 때문에 국정성과를 도출하기가 유난히 어렵다. 과거 정권들도 집권 초기 1∼2년을 놓치면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정부는 갑작스러운 탄핵과 조기 대선,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준비 부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국민들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문 대통령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좋은 대통령이 곧 국정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주요 국정현안으로 소통, 서민, 각종 개혁, 남북관계가 있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시기별 긍정평가 이유를 살펴보면 청와대의 국정 우선순위 혼재 현상을 볼 수 있다.


취임 100일엔 '서민' '소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임 6개월에도 '소통' '개혁'에서 기대가 높았다. 취임 1주년엔 '남북정상회담' '북한과 대화재개' '대북정책·안보'로 1∼3순위가 모두 남북 관련으로 채워진다. 국정 우선순위가 남북관계로 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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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기별 긍정평가 이유. 위 도표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기초로 재가공한 것이다. ⓒ 한국갤럽 여론조사결과 재가공

  
남북관계는 취임 2주년까지 긍정평가의 1순위를 거의 독차지했다. 평화 정착과 대화 재개는 문 대통령의 성과다. 다만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연동돼 있고 북핵은 국제이슈라 추가적인 성과 도출이 쉽지 않았다. 중장기 관점에서 신뢰 회복, 관계 정상화 추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와 함께 다른 분야 국정성과 도출에 집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기 반환점 즈음엔 취임 초반의 평가를 회복했다. '외교 잘함'이 긍정평가 1순위에 올랐지만 이는 일본 경제보복 대응으로 해석된다. 최선, 전반적으로 잘한다는 응답이 2, 3순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40% 중후반을 회복했다.

향후 1년이 골든타임... 개혁과제에서 개헌까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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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마치고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513조 5천억 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오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청와대의 최우선 순위는 대통령에 대한 관심 제고와 국정 지지율 유지로 보여진다. 통상 청와대는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곤 한다. 특히 국정 지지율 유지를 위해서 갖가지 카드의 유혹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국정 성과 도출보다 그때그때 임시방편이 동원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18년 3월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깜짝 발의했다. 개헌안 발의도 대통령 권한이긴 하나 국회 무시라는 여론도 일었다. 개헌안 발의 찬성은 반대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후속 대책은 없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국회의 관심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이내 국민 관심사에서도 멀어졌다.

청와대가 드라이브를 건 '정시 확대'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시 확대는 찬성 여론이 매우 높다. 공정 확산의 효과도 있다.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교육부 주도로 공론화와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발표 시기도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와 맞물려 일각의 공세를 자처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관심 제고와 국정 지지율 유지에 과다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국정 동력을 약화할 수도 있다.

국정 지지율은 실제로 '일을 잘한다'와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는데, 대부분 임기 중후반까지 국정 지지율이 유지된다. 역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대체로 임기 4년 차 중후반부터 본격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촛불 민심의 지속과 2040의 탄탄한 지지도 우군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최소 1년간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 여건도 아직까지는 여당에 나빠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년은 국정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공정 확산, 검찰개혁, 선거제 개편, 개헌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청와대 리더십도 재편될 필요가 있다. 청와대에서도 국민과 미래를 담아내야 한다. 새로운 권력의 가치인 '흐름' '다수' '아래로부터' '개방'이 구현돼야 한다. 국무총리실과 부처에 권력을 과감하게 위임하면 정부는 더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 부처가 일을 잘하면 국민은 그 공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 돌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엄경영씨는 시대정신연구소장입니다.
#청와대 리더십 평가 #문재인 #국정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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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연구소 소장 또바기뉴스 발행인 자유기고가 시사평론가 국회, 청와대, 여론조사기관 등에서 활동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연대 행정대학원 북한·동아시아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 졸업 전북 전주고등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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