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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축내는 듯해 알바한다는 엄마들... 이런 죄의식 없애겠다"

[원 밖의 여자들 ⑥]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용혜인, 신민주, 신지혜

등록 2019.11.17 11:43수정 2019.11.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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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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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주인공 김지영이 빵집에 붙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있는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싶다. '맘충' 팔자가 상팔자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은 낮에 유모차를 끌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맘충' 소리를 듣는다. 이후 그녀는 동네 빵집 알바를 구한다는 전단에 관심을 보인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남편 월급으로 커피나 사 먹고 논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돈이 없어서 블로그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게 정말 헐값이다. 띄어쓰기를 포함하지 않고 4000자짜리 포스팅을 서너 시간 쓰면 3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이런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업무 단톡방에 200명 넘게 있었다. 나는 일명 '잡담방'에도 들어가 있었는데, 나와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아기 엄마들이 제일 많았다. '집에만 있는 게 너무 힘들고 그냥 밥만 축내는 사람 같아 이런 알바를 한다'고 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서울도당 창준위원장) 

커피 한 잔 값의 '몫'마저 부정당한 채 모멸을 견디는 김지영들은 도처에 있다. 어디 여성들뿐일까. 미래를 그릴 수 없는 취준생, 수입이 불안정한 저소득층, 취업시장에서 소외되는 장애인 등. '임금 노동을 하면 정당한 몫이 돌아온다'는 신화 아래 죄책감을 느끼며 도태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정말 이들은 몫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 낙오는 오롯이 개인의 책임인가.

기본소득당 프로젝트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원(one) 이슈 정당'을 표방한다. 시민배당·탄소배당·토지배당 등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매월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차별도 어떠한 조건도 없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게 정의로운 경제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내년 1월 정식 창당과 총선 출마를 목표로 준비 단계를 밟고 있는데, 벌써 7000여 명의 예비당원을 모집했다. 아직까진 분위기가 좋다. 현재 9개 지역에 창립준비위(아래 창준위)가 꾸려졌고 오는 30일엔 서울시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창준위원회 대표, 신지혜 경기도당 창준위원장, 신민주 서울도당 창준위원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모두 노동당에서 공동대표와 부대표 등으로 활동하다가 당적을 정리하고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본소득당 창당에 뛰어들었다. 왜 지금 이들에게 기본소득이 중요했을까. 

2004년생부터 1930년생까지... 평균연령 22세 정당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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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 왼쪽부터 신지혜, 용혜인, 신민주. ⓒ 김예지


-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신지혜 "우리 사회는 노동할 수 있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몸에 대한 구분이 심하다. 노동하지 못하는 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노는 자원 활동을 꾸준히 했다. 이 활동을 하면서 발달장애인이 부모의 도움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하게 됐다. 20~30대만 해도 부모가 여력이 되면 함께 살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나이가 들고, 세상을 떠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사람들이 다 시설로 가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체감하게 됐다."

용혜인 "직접적인 계기라고 할 순 없지만 고3 때 아빠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수능 끝나고 3800원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를 15시간씩 했다. 아빠는 모든 걸 정리하고 농사 지으러 시골로 떠나고 저랑 엄마랑 동생, 셋이 살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봐온 부모님은 20년 동안 성실하게 사셨다. 전형적으로 개천에서 용이 난 케이스였다. 사글셋방에서 애 키우고, 집 사고, 차 사고, 자식 대학 보낸 사람들이 한 번에 어려워진 거다. 학교 갈 차비조차 없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될까', 이 경험이 크게 남더라."


신민주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지만 독립하고 싶은 20대로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도 '원치 않는 가족에 속해 있다'라는 감각이 제일 크더라.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가족관계가 좀더 평등해지고, 원하는 가족을 꾸릴 수 있다'는 부분을 좋아한다. 기본소득이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알바를 해보니 '노동은 소중하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여겨지더라. 일터에서 다치고, 잘리고, 상처 받는 게 아니라 원하는 일을 고를 수 있는 토대가 기본소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세 사람 모두 노동당에서 활동했다. 용혜인 대표, 신지혜 위원장은 노동당 공동대표를 맡았고, 신민주 위원장은 노동당 부대표라는 당직을 맡은 바 있다. 기존 정당 활동을 정리하고 기본소득당 창당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용혜인 "가장 큰 계기는 '기존 진보 정당 운동이 이 세대에 맞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노동당 대표로 (당원들과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방안 등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과정에 답을 내리지 못했고, 기존 정당 틀로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내용들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접 당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 굳이 '기본소득'을 당명으로 내건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전에 몸 담았던 정당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 전반에서 고민이 부족했다. 대안이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기본소득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원 이슈 정당'이다. 한국에서 한 가지 의제에 집중하는 정당은 익숙하지 않다. 이 정당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안착시키는 것 자체가 정말 하나의 실험이다.
용혜인 "진보 보수를 떠나서, 우리에게는 기존 정당에 들어가 바꾸는 것보다 기본소득당을 만드는 게 좀 더 쉽고 확실한 길이었다. 어느 당에 들어간들 아주 공고한 기존의 질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원내 정당 같은 경우에는 국회의원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나 원하는 것들을 당의 중심 이야기로 논하거나, 신선함을 던지기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게(기존 정당 안에서 관점을 바꾸는 게) 더 어려운 길이지, 창당은 그것보단 쉽고 빠른 길 아닌가."

신민주 "이번에 가입한 당원들 중에 20대 여성이 제일 많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맥락 속에 기본소득을 원하고 있구나' 매일 체감한다. 여기 있는 세 분도 개인의 경험 안에서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가' 느끼는 게 다를 것이다. 원 이슈 정당이라고 하지만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 많다. 페미니즘·장애·노동, 기본소득과 연계해서 다 논할 수 있다."

- 올 8월 24일 창당준비를 위한 워크샵을 시작으로 약 3개월 동안 시민들을 만났다. 기본소득당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용혜인 "모르는 분들이 하루에 200~300명, 많게는 500명씩 예비당원으로 가입해주신다. 이런 흐름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정말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정당에 가입해본 적도 없는 분들이 연락을 주신다. 예비당원 평균 연령이 22세 정도다. 1930년생, 1944년생도 있고 1999년생, 2000년생, 2004년생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들어온다. 자신의 첫 정당으로 기본소득당을 선택한다. '뭘 하면 되냐', '뭘 할 수 있냐' 물어보는 분들이 많고,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제안해서 가입시키기도 한다.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내 삶이 달라질 거야'라는 감각들과 잘 조응하고 있다고 본다."

신민주 "직접 예비당원들과 통화도 해보고 거리 캠페인도 하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는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 다 알고 줄줄 외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왜 가입 했냐고 물어보면 '차별 없이 모두에게 60만 원을 주는 게 좋아서'라고 말한다. 15분 동안 거리에서 대화를 나눈 분이 기억에 남는다. '기본소득당이 뭐냐' 이런 질문이 아니라 '나는 청각장애인에 비정규직이고, 지금도 일을 해야 하는데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 그분도 가입서를 써주고 가셨다. 각자 다른 언어에 반응한다. '차별 없이', '60만 원', '모두', '나도'."
 
"정치는 인간의 존엄 실현하기 위한 답 제시해야"
 

- 기본소득 개념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모두에게 무조건적·개별적·정기적으로 소득을 준다'. 언뜻 나쁠 것 없어 보이지만, 분명 비판도 존재한다. '노력과 상관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오히려 불공정하다'거나, '포퓰리즘 정책', '공산주의 제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용혜인 "한국의 낡은 정치 구분법에 따라 좌우를 나눴을 때, 오른쪽에선 우리를 보고 '공산주의'라고 말하고 왼쪽에서는 '자본주의'라고 비판한다. 기묘한 위치에 서 있다.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 왜 돈을 주냐, 일을 해야 먹고 사는 건데'라는 게 가장 많이 부딪히는 질문이다. 보통 하는 답은 '일 하지 않아도 먹고는 살아야죠' 혹은 '왜 일을 해야만 하냐'이다.

우리는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라는, 좌우를 막론한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 노동이 신성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존엄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도 나와 있는 건데, 정치는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노동은 점차 줄어들고 축소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고 무작정 강조하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지 않나."

신지혜 "지금은 그냥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일이 돼버렸다. 그러니 '대충 살자' 같은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용혜인 "죽어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생산하고 그걸로 수익이 생겼을 때 정말 나 혼자만의 힘으로 생긴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기본소득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편견 없이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제도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재원 마련 방안은?
용혜인 "우리는 기본소득 6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정책이 시민배당과 탄소배당, 토지배당이다. 시민배당은 모든 소득에 15%의 평률적인 과세로 배당 기금을 모은다. N분의 1로 평등하게 나눌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60만 원'이라는 금액을 설정한 것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생계급여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령별로 지급되는 아동 수당, 기초노령 연금 등을 통합하고, 15% 평률 과세하여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이 180조 정도 된다.

또, 한국은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 국가다. 탄소배출량 (10년간) 증가율이 OECD 2위다. 기후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탄소배출량 1톤당 10만 원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하고, 핵 발전 위험 부담금을 걷어 탄소배당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 토지 배당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선 후보 시절에 말하기도 했던 것이다. 한국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이 0.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 한국은 임금 격차가 크지만, 부동산 격차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1.7% 토지 보유세를 걷고, 아주 보수적인 미국도 주별로 1~4%의 토지 보유세를 걷는다. 한국도 실효세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합쳐서 매월 6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오도록 설계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생산한 데이터에 대한 몫을 돌려주는 데이터 배당, 정당 세액 공제를 없애고 정치 참여 쿠폰을 지급하는 민주주의 배당 등을 구상하고 있다."

-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복지 제도를 축소해야 해서 오히려 저소득층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신지혜 "우리는 아동 수당, 노인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제도 이 세 개만 건드려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나머지 사회복지 정책은 다 원래대로 유지한다. 기존의 복지를 축소하는 일은 없다. 상위 20%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가 낸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제처럼 가난하고 노동할 수 없어서 받게 되는 경우, 복지 수혜 자격을 굉장히 엄격하게 두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한계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문제를 완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용혜인 "생계급여는 일할 수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받기 위해선 빈곤 상태에 놓여있어야만 한다.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일을 하더라도 지급이 보장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생계급여는 일할 경우 그만큼 금액이 차감되지만, 기본소득은 그렇지 않다. 극빈한 저소득층이 받는 금액 자체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빈곤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고, 사람을 선별하지 않는 것이 기본소득 도입의 중요한 취지다."

- 기본소득을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준다는 부분도 중요해 보인다.
용혜인 "경남에 가서 기본소득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된 참여자가 40~50대 여성들이었는데 '기본소득이 있으면 이혼할 수 있겠네' 하시더라.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가장의 경제력에 종속돼서, 다른 삶을 꿈꾸거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분들에게 기본소득이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가구 단위 복지 제도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건 굉장히 큰 변화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가정 내의 권력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신지혜 "복지 체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항상 걸림돌이 됐던 게 부양의무제다. 실질적으로 폐지가 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이 다 돌보라'며 미뤄왔던 여러 가지 복지 제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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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 홈페이지 갈무리


"돈을 벌어야 사람 구실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 셋 다 여성, 청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소득은 여성, 청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82년생 김지영'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신민주 "돈이 없어서 블로그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게 정말 헐값이다. 띄어쓰기를 포함하지 않고 4000자짜리 포스팅을 서너 시간 쓰면 3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이걸 왜 하는 거지' 하면서도 했다. 이런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업무 단톡방에 200명이 넘게 있었다. 나는 일명 '잡담방'에도 들어가 있었는데, 나와 거의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아기 엄마들이 제일 많았다. '집에만 있는 게 너무 힘들고 그냥 밥만 축내는 사람 같아 이런 알바를 한다'고 했다. 공장 물건을 떼 와 인형에 눈알 붙이는 부업을 한다고 사진을 보내기도 하더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점점 넓어지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등장했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독박육아에서 자유로워져 차도 마시고, 문화생활도 하면서 '밥만 축내는 존재가 됐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용혜인 "'돈을 벌어야 사람 구실하는 것 아닐까'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거다. '계획을 세우는 게 의미가 없어서 안 세우는 것'이란 말에 공감한다. 한 달 20만 원씩 저축해봤자 1년 240만 원인데 어떻게 전셋집을 구하나.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이런 생활이 많이 바뀔 거다. (기혼자인) 나의 경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조건에 있는 것이지 비출산을 선택한 게 아니다. 이런 식의 선택지가 많이 바뀔 거 같다. 하다 못해 점심 메뉴라도 달라질 것이다."

- 조국 사태 이후 정부 여당은 청년들의 분노 원인을 '공정'이라는 개념에서 찾고 있다. 이런 관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기본소득은 이러한 기조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신지혜 "많은 청년 세대가 공정에 집중하게 된 속사정을 알아야 한다. 인프라가 적은 상황에서 저 좁은 구멍을 통과해야만 내가 살 수 있다. 불평등이 만연하다. 공정이라는 겉면에 집중하지 말고 속사정 해결해야 (청년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사회의 부를 다시 분배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기회의) 구멍을 훨씬 더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의 과정이 이렇게 투명했고 공정했다'고 밝히는 것은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다. 그렇게 해결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프로젝트 #82년생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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