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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94분 추격전, 황교안-나경원 대표에게 강추

[영화 <삽질> 감독의 공개편지] 선입견은 갖지 말아주세요

등록 2019.11.12 17:32수정 2019.11.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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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삽질 >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94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몰입해서 저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주변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할 영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님. 안녕하신가요?

위 코멘트는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영화 <삽질> 시사회 때 참석한 노혜경 작가의 영화평 중 일부입니다.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은 "영화를 보고 4대강을 망가뜨린 작자들의 머리를 삽질하고 싶다"고 했고, 이외수 작가도 "온 국민이 봐야 하는 영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수 이승환씨도 영화 홍보영상에 음원을 기꺼이 제공해주셨습니다.

[노파심] 우선 선입견을 버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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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사장, 최승호 MBC사장, 명진 스님, 손혜원 의원, 김병기 감독, 김중배 전 MBC사장, 이외수 소설가가 1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다룬 영화 < 삽질 > 시사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저는 오마이뉴스 기자이자 4대강사업에 대한 12년간의 기록, 추적 다큐멘터리인 영화 <삽질>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오는 14일 전국 영화관에서의 개봉을 앞두고 두 분에게 공개 편지를 쓰는 것은 4대강사업의 불편한 진실을 담은 영화 <삽질>을 보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하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선 다큐멘터리 영화이기에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노혜경 작가의 말처럼 지난 12년간 4대강 사기극의 민낯을 확인하는 추격전이 '숨 막히는 94분'에 녹아 있습니다. 관객들은 뻔뻔한 얼굴로 화를 내거나 도망가는 4대강 부역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한편의 블랙코미디입니다.

눈물도 있습니다. 비밀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던 4대강사업에 반대하며 저항했던 자들의 고통과 절규. 그 앞에서 관객들은 감동과 탄식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국민 세금 22조 2천억 원을 탕진한 돈 잔치판을 벌이고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일었다고 합니다. <삽질>에는 이 모든 영화적 요소가 드라마처럼 씨줄 날줄로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기레기 언론'이라는 말이 회자하는 요즘, 대체 언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죽어가는 4대강에 출몰한 괴생물체인 큰빗이끼벌레를 먹어가면서 취재 수첩을 놓지 않았던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그가 직접 녹조라테를 손으로 떠서 대형 스크린 앞에 내보일 때 관객은 '우리 시대의 기자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황교안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이 영화는 극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스크린 화면을 꽉 채우고 있기에 고루할 것이라는 노파심을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께] 불편한 진실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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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의원 등은 3월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세종보 등 해체 방안에 대해 '백지화'를 주장했다. 또한 간담회 후에는 공주보와 세종보 현장을 방문한 뒤, 세종시 정부청사를 찾아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나경원 원내대표께서는 지난 10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무엇 하나 잘한 게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4대강 보, 기어이 국민으로부터 뺏어가야만 하는 것입니까? 도대체 얼마나 우리 국민들이 포기하고 단념해야 이 상실과 박탈의 폭정은 멈추는 것입니까?"

나 대표께서 직접 영화 <삽질>을 본다면 이 말이 얼마나 사람들을 당혹하게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10여 년 전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집권당 한나라당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했습니다. 국민 70~80%가 반대하는데도 국정원과 검찰, 경찰, 기무사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했습니다. 언론도 'MB정권의 앵무새'가 되도록 겁박했습니다.

'폭정'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사업과 관련해서 한 일은 지난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제안했을 뿐입니다. 비밀군사작전을 벌이듯이 16개 댐을 불과 2~3년 만에 뚝딱 해치운 MB정권의 4대강사업과 비교할 때 답답할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입니다.
  
나 대표는 '4대강 보를 국민에게서 왜 빼앗아가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16개의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목에 가시'와 같은 존재입니다. 매년 여름, 녹조라테로 뒤집어쓴 녹색 괴물강을 만드는 흉물입니다. 목에 박힌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시이기에 그대로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4대강사업이 강을 살렸고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를 가져왔다면, 가치가 있는 투자입니다. 그러나 강을 죽였고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도 없었습니다. 또 죽은 강에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리 없습니다. 어민들의 빈 그물에는 시궁창 펄이 가득합니다. 낙동강 보의 담수로 침수피해를 본 농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나 대표가 말하는 국민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요? 10여 년 전 4대강에서 폭주 기관차를 몰던 운전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기관차에 탑승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던 주역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공포정치를 펴면서 22조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국민들의 동의 없이 4대강에 수장시켰습니다.

나 대표께서 영화 <삽질>을 통해 4대강사업의 불편한 진실을 확인한다면 국회 본회의에서와 같은 말을 다시는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황교안 대표께] 정치가 아니라 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지난 4월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주보를 찾은 농민을 대변하며 물 부족을 주장했다. ⓒ 김종술

 
황교안 대표님께도 인사드립니다. 지난 4월 18일 황교안 대표께서 공주보와 세종보를 찾았을 때 저는 옆에 있었습니다. 황 대표께서는 공주보사업소 회의실에서 주민들을 만났을 때 저는 취재수첩에 다음과 같은 당신의 말을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당사자인 주민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좌파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말만 듣고 있다. (중략) 주민 의견은 무시하고 제대로 검증도 안 해본 채 이렇게 혈세를 낭비해서 되겠나. (중략)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려고 하니 일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6월 11일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토론회'에 참석해서도 이런 말을 남기셨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맞춰 멀쩡한 4대강 보를 적폐로 몰고 없애려고 한다. (중략) 이 정권이 끝끝내 4대강 보를 파괴하라고 한다면 그 이후 벌어질 재난적 상황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황 대표님께서 '좌파환경단체'로 규정한 단체들은 영화 <삽질>에도 등장합니다. 검찰은 당시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연합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등을 압수수색하고 불법 사찰했습니다. 압수수색한 물품을 앵무새 언론에 흘려서 저항자들은 재판도 받지 못하고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환경단체들이 당시 주장했던 것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극히 상식적인 명제였습니다. 국가 하천정책에 대한 의견을 냈을 뿐인데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이들을 탄압했습니다. 당시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MBC PD수첩의 경우 "좌파세력의 해방구로 고착화됐다"면서 "해고해야 한다"라고 적시한 국정원 문건도 나왔습니다.

황 대표께서 <삽질> 영화를 보신다면 '좌파 환경단체' '좌파 언론' 운운하면서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가 취해 왔던 대응과 닮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정권을 쥐고 있었기에 모든 국가권력의 물리력을 총동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짜 뉴스'를 제작해 유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주장,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가 있다는 발언, 보를 해체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4대강 본류에서는 4대강사업 이전에도 홍수와 가뭄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주 지역의 경우는 올해 농번기 때인 4~5월,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활짝 연 상태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보를 해체했을 때와 같은 수위를 유지했는데도 공주 지역의 농수로에는 물이 가득했습니다.

황 대표께서는 일부 보를 해체한다면 재난적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자연 생태계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낙동강은 지금이 재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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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앞 낙동강변에 짙은 녹조가 발생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사무국장이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는 올해에도 금강과 낙동강을 심층 탐사 보도했습니다. 수문은 연 금강은 '산 강'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고운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와 철새들이 되돌아왔습니다. 2017년 녹조 관심 이상 발령 일수가 120여 일이었던 반면 올해는 '0일'이었습니다.

반면 낙동강에는 녹조가 창궐했습니다. 지난 8월에 찾아간 낙동강에서 녹조라테를 확인했습니다. 녹조의 종류인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청산가리 20배~200배에 달하는 맹독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물을 정수 처리해서 1300만 영남인이 먹고 있고, 이 물을 거르지도 않은 채 많은 농민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님, 이런 걸 '재난 상황'이라고 합니다. 4대강 유역에서 농민들이 키운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축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농작물을 전국의 국민이 먹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으로 풀 일을 정치로 풀고 있다"는 황 대표님의 발언을 되돌려 드려야겠습니다. 더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면서 10여 년 전에 저지른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잘못을 덮기 위한 정략적 발언을 해서는 안 됩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재난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시 4대강 주동자와 부역자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전국 영화관에서 예매해 주십시오
 

삽질을 연출한 김병기 감독 ⓒ 오마이스타

   
지금까지 강을 망치고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 4대강사기극에 대해 처벌된 정치인과 관료, 학자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가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매년 수천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의 세금이 4대강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삽질>을 보면 사과는커녕 화내고 도망치는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교안, 나경원 대표께서 11월 14일 개봉하는 '숨 막히는 94분'에 시간을 할애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리며, 이 글을 읽으신 독자님들에게도 호소합니다.

지금 전국에 197개의 예매 창구가 열렸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영화관 앞에 줄을 서야만 4대강 부역자에게 책임을 묻자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아야만 '4대강 삽질의 종말'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예매 창구부터 접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예매가 가능합니다.

클릭! 영화 '삽질' 예매하러 가기☞ http://movie.yes24.com/Ticket/Ticket_Movie.aspx?m_id=M000075456
 

11월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삽질> 포스터 ⓒ 엣나인필름

 
#삽질 #4대강 #영화 #황교안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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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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