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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눈물 때문에 비행기 탑승을 멈춘 엄마

지구를 살리는 가족의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등록 2019.11.15 14:16수정 2019.11.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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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온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지난 9월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을 꾸짖은 16세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기억하는가. 그는 1년 전인 2018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의 작은 움직임은 이후 2019년 3월 133개국 160만 명 청소년들의 시위로 확산됐다.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툰베리의 절박함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비행기 탑승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는 문화적 현상인 플뤼그스캄(Flygskam)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2019년 1~4월 스웨덴의 비행기 이용객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 기차 여행객 수는 현저히 늘어나면서 기차여행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의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말도 생겼다. 현재 툰베리는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누비며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세계인들의 행동과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최연소 기후 활동가이자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와 그의 가족 이야기다. 툰베리의 엄마 말레나 에른만의 시선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엄마의 따뜻한 시선으로 남편 스반테, 그리고 두 딸 그레타와 베아타가 지구와 공존하는 것이 곧 생존임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그레타와 베아타는 각각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의 한 종류)과 ADHD(주의력 결핍장애)를 겪고 있다. 그러한 크고 작은 역경들이 가족 안에서 오히려 배움과 깨달음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 또한 탐독할 만한 포인트다.     

지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한 그레타
 

고영아 옮김.그레타 툰베리,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지음. ⓒ 책담

 
쉬는 시간 복도로 나온 아이들의 기억속에 칠레 해안의 쓰레기 섬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영화를 본 날 급식메뉴는 햄버거였다. 접시에 놓인 기름진 고깃덩어리는 그레타에게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감정을 느끼고 의식과 영혼을 가진 어느 생명체의 짓이겨진 근육이었다.

그레타는 울기 시작했다.

그레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지구와 환경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느꼈다. 학교 환경 수업 때에는 교육이 실천이 되지 않는 평범한 일상 때문에 그레타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비록 그녀가 '완벽주의' 성향의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그레타의 감수성은 오히려 가족 구성원의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그레타가 기후위기 해결을 향해 한걸음씩 당차게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겉모습만 중시했던 말레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했고, 변화를 위해 움직이게끔 만들었다. 직업적 특성상 국가 간 이동이 필수였음에도 '비행기 탑승' 중단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스톡홀롬에서 도쿄까지 비행기로 왕복할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14톤 이라고 한다. 이정도 배출량이면 스톡홀름과 도쿄를 왕복비행 하는 데 걸리는 약 25시간 동안 한 사람이 다진고기 200kg을 섭취하는 것과 맞먹는다(고기의 생산 및 유통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말레나의 결단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지만 나는 우습게도 이 책을 해외여행을 하면서 완독했다. 이 책의 계산법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만 따질 경우 몇 년 동안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도, 한 번의 비행기 탑승으로 물거품이 된다고 한다.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차가 14g인 반면, 비행기는 285g이다.

빨대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이나 테이크아웃 제품을 거의 쓰지 않고, 비닐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몇 년이나 노력해 왔지만 달콤한 해외여행 한 번에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하니 뒷목이 당기지 않을 수 없다. 

기후문제는 우리 책임? 거짓말이에요!
 
스웨덴 총리가 "기후문제에 대한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TV앞에 있던 그레타는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거짓말이에요!"

그레타는 현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건 수백 개의 기업들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유명한 정치인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모두'에게만 돌리는 태도는, 결국 아무도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가난한 쪽에 속하는 지구의 절반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세계 전체 양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그래서 오히려,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람들은 유명 인사, 할리우드 스타가 아니라 가난한 절반의 사람들이라고 역설한다.
 
기후와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어떤 해설이 더 잘 팔릴까? 우리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쪽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꾸준히 쇼핑과 비행기 여행을 즐겨도 무방하다는 쪽인가?

그리고, 기후 그 자체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단지 지금까지 누려왔던 삶의 양식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는 것을 운동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큰 의미와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훨씬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기후학자 한센이 지구 온난화가 엄연한 현실임을 알리기 위해 미국의회에서 연설을 한 이후에도 30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68% 증가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한다. 

기업들이 성장과 개발을 포장하기 위해 친환경적 모습으로 포장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도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대표적인 나쁜 사례다(셰일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라고 이야기하는 게 대표적 예다).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아무리 친환경 소비라고 해도 기업과 정부가 장려하는 성장과 개발주의 속에서 결국 과도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좀 도와주세요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구 상황을 '제6 종말'로 지칭하기도 한다. 인류에 의해 많은 종이 사라지고, 지구가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하게는, 인간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과도 같은 존재로 보기도 한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그레타 가족이 그들 가족만의 변화에서 세계의 변화를 바라는 데까지 나아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세계의 변화는 개개인들의 험난한 모험에만 기댈 수 없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거나 쉬어가면 뒤처진다고 닦달하는 시대다. 그래서 그레타는 자신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분명한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 태양광 요트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우리 개개인이 그레타만 보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기후 운동가로 활동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최소한 환경과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레타의 부탁을 되새김질하며.
 
너희 세대가 세상을 구할 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휴가철이면 비행기를 타고 놀러 가시죠. 

너희가 세상을 구할 거다?

감사합니다, 잘 들었어요. 하지만 어른들도 좀 도와주시면 좋겠네요.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베아타 에른만, 말레나 에른만 (지은이), 고영아 (옮긴이),
책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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