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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환승만 세 번, '가족 응원단'과 '테드찡'까지... 프리미어 12

[프리미어12] C조 예선 서울 라운드 관전 포인트

19.11.11 10:35최종업데이트19.11.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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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카이돔이 한 주 동안 2년 9개월 만에 다양한 손님들을 맞이했다. 2017년 열린 WBC 서울라운드 이후 고척스카이돔에서 2년 만에 열린 국제대회인 프리미어 12의 C조 예선 라운드가 열려 쿠바, 호주, 캐나다, 평가전을 위해 방문한 푸에르토리코까지, 4개 국가 선수단과 관중들이 고척돔을 찾은 것이다.

간만에 열린 국가대표 사이의 매치였던데다가, 한국 역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서 야구 시즌이 끝나 아쉬웠을 야구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러면서도 반가운 얼굴이 고척돔을 찾기도 했고, 관중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여러 에피소드가 생겨나기도 했다. 서울라운드의 이모저모 6가지를 담았다.

① 다섯 명의 목소리로 채운 '다섯 색깔' 애국가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쿠바와의 프리미어 12 최종 예선전 경기에서 뮤지컬배우 카이 씨가 애국가를 열창하고 있다. ⓒ 박장식

 
고척스카이돔에는 주로 음원으로 연주되었던 애국가가 평소와는 달리 인기 가수들과 뮤지컬 배우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 1차전에는 2017 JTBC의 <팬텀싱어>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했던 포르테 디 콰트로가 애국가를 불렀다. 중창으로 부른 이들의 애국가에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2차전에는 KBS 2TV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등의 OST를 불러 'OST 퀸'으로 꼽히는 가수 펀치가 그라운드에 올라 애국가를 불러 호응을 이끌었다.

개막전을 겸했던 6일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윤하 씨가 애국가를 불렀다. 고척돔 천장까지 꽉 채운 윤하의 라이브는 직관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7일 캐나다와의 경기에서는 Mnet <퀸덤>에 출연했던 오마이걸의 승희 씨가, 8일 쿠바전에서는 뮤지컬 배우 카이 씨가 그라운드에 올라 애국가를 열창했다.

② 프로야구와 달랐던 규정, 차이 찾아보는 맛 있었네
 

▲ 스타팅 오더 교환 9일 열린 쿠바와의 프리미어 12 C조 최종 예선전에서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쿠바 미겔 보로토 감독이 스타팅 오더를 교환하고 있다. 국제경기에서 볼 수 있는 묘미와도 같은 장면이다. ⓒ 박장식

 
이번 프리미어 12의 규정은 KBO의 규정과 대동소이한 점이 많았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과 베이스에서의 아웃, 세이프 콜은 모든 국가가 공통. 그러나 비디오 판독이나 연장전 규칙 등에서 다른 점이 있어 관중들의 호기심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은 KBO리그와 달리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다만 비디오 판독 결과에 따라 판정이 번복되면 기회가 유지되어 야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연장전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보았던 '승부치기'로 진행되었는데, 7일 쿠바-호주전이 이번 대회 첫 승부치기로 진행되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KBO 리그와 국제경기 사인이 달라 잠깐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6일 호주전에서 1루 세이프 여부를 두고 김경문 감독이 검지로 네모를 그리는 비디오 판독 사인을 냈지만, 국제적으로 쓰이는 사인은 귀에 손을 대고 헤드셋처럼 만드는 것. 다행히도 코칭스테프의 지적 덕분에 바로 정정해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을 번복할 수 있었다.

③ 유니폼 없어 아쉬웠지만... '국대 굿즈' 열기 뿜뿜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프리미어 12 C조 예선 최종전 경기에서 시민들이 국가대표 기념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 박장식

 
고척돔 중앙문 앞에는 국가대표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로드샵이 열렸다. '스포츠 굿즈'의 꿈인 유니폼과 마킹 판매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의류와 응원도구, 뱃지 등 야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국가대표 상품이 판매되어 대회기간 내내 긴 구매줄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공식 라이선스 상품 제작사인 케이엔코리아의 현장 담당자는 "야구팬 분들이 의류나 응원도구 등을 많이 구매해주신다"라면서 "이렇게 많은 관중이 방문하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드샵에 많이들 찾아와주셔서 상품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유니폼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KBO 측에서도 레플리카 유니폼을 판매하는 데 도움을 주려 했었는데 WBSC측과 협의가 잘 안 되어 판매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④ 야구장은 역시 이벤트... 관중 눈 끌었던 전광판 이벤트

야구장에는 '치맥'과 응원이라는 묘미도 있지만 공수교대 때마다 전광판을 통해 펼쳐지는 이벤트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야구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댄스타임과 키스타임 이벤트.

야구장 경품 이벤트도 이런 키스타임과 댄스타임을 통해 펼쳐진다. 키스타임 때 격정적으로 반응한 관중이 이번 대회 공식 인터넷 중계 플랫폼의 1년 이용권을 받아 가는가 하면, 한 관중은 댄스타임 때 신나는 댄스를 춰 한 병원의 건강검진권을 받아 가는 등의 재미있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다만 이러한 이벤트가 보통 경기 때는 '홈 팬들의 전유물'이 되곤 하지만, 이번에는 각 응원석의 관중들이 모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댄스 타임 이벤트 때 쿠바 국기를 든 3루 관중들이 신나는 댄스를 추는가 하면, '따라할테면 따라해봐' 이벤트에도 한국 팬들과 해외 원정 팬이 서로 망가지기 대결을 펼쳐 웃음을 주기도 했다.

⑤ 코리아의 K, 우승팀의 셀카, '주장 소속팀'의 안녕
 

9일 프리미어 12 C조 최종 예선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 박장식

 
이번 국가대표 경기의 백미는 세레머니다. 안타를 치고, 도루를 한 직후 각 팀에 맞춰 보여주는 세레머니가 이번에는 '자유형'이 되었다. LG 트윈스의 '안녕' 세레머니도 하고, 키움 히어로즈의 K 세레머니도 한다. 덕아웃에 들어온 김재환을 상대로 김하성이 두산 베어스의 '셀카 세레머니'를 하기도 한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 선수는 7일 연습이 끝난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하성이 코리아의 K 세레머니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나는 1등 팀 세레머니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었다"면서 "결론은 알아서 각자 하고 싶은 세레머니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첫 타석에서 안녕 세레머니를 했더니 덕아웃에서 K 세레머니를 하라고 K하고 들어왔더니 안녕 세레머니를 하랬다"면서 웃으며 현장의 분위기도 전했다. 국가대표팀의 '자유분방' 세레머니는 이번 슈퍼라운드에서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⑥ 열정 밀리지 않았던 푸에르토리코 '가족 응원단'과 '테드찡'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응원단이 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장식

 
1일과 2일에 걸쳐 열린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 현장. 1루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열띤 응원이 펼쳐지고 있을 때, 반대편 3루에서는 멀리 푸에르토리코에서 날아온 '원정 응원단'이 탬버린을 두드리고 국기를 흔들며 신나는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중계 카메라와 경기장 이벤트 카메라에도 잡히며 평가전의 '씬 스틸러'가 되었던 이들의 정체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날아온 '대가족 응원단'. 한국까지 오는 데 세 번의 환승 비행을 거쳤다는 이들 가족은 "한국이 굉장히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소감을 마했다. 
 
고척돔을 간만에 찾아온 반가운 야구팬도 있었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외국인 팬으로 유명한 캐나다인 테드 스미스. 이른바 '테드찡'이 간만에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다. 대신 캐나다의 유니폼을 입고 캐나다를 응원하러 찾아왔다. 그는 3루 응원단상 위에서 세 경기 내내 캐나다 대표팀을 응원했다.
 

8일 열린 한국과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테드찡' 테드 스미스 씨와 캐나다 출신 배우 아히안 데가녜 르클레흐씨가 응원하고 있다. ⓒ 박장식



그는 "지난주 오키나와에 가서 캐나다 국가대표팀의 펑가전도 보고 왔다"면서 트럼펫을 가져와 응원을 펼쳤다. 트럼펫 연주를 위해 가져온 악보집에는 캐나다 음악과 팝송, 야구장의 신디사이저 콜 등도 들어 있었다. 그는 '세계 스포츠 교류'가 적힌 팻말도 들고 와 자신의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테드 씨는 "고척돔에서 처음 응원단상 위에 올라가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직은 목동이 더 익숙하다"면서 "인생 처음으로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길 바라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비록 슈퍼라운드를 노리는 상대편으로 만나기는 했지만 프리미어 12 덕분에 만난 반가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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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12 고척스카이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국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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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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