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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한하는데도...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결합 승인한 이유

8VSB 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나눠 본 공정위

등록 2019.11.10 14:10수정 2019.11.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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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 또한 CJ헬로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유료방송시장의 지배구조가 새롭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송통신사업자들이 달라지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들의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티브로드 23개 방송구역 가운데 '경쟁제한성'이 생기는 지역이 생긴다고 밝혔다. 경쟁제한성이란 말 그대로 업체 간의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11개다. 두 개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17개 지역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을 기준으로,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는 57%의 점유율을, 강서구에서는 53.3%의 점유율을 갖게 된다.

사실상 아날로그에 가까운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 유료방송시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사이의 결합뿐 아니라, LG유플러스 또한 CJ헬로의 결합 모두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정위는 인정했다. 이로 인해 각 기업이 8VSB 케이블TV의 요금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된 이유는 유료방송 시장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속속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공정위는 유료방송 간의 결합에 부정적이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간의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았던 이유다. 방송, 통신사업자 사이의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3년 동안 디지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공정위의 입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3년 전과 달리 공정위가 전체 유료방송시장을 8VSB 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유료방송시장으로 나눠 본 것도 기업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6년도 공정위는 23개 방송구역 가운데 총 16개 지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생긴다고 판단했다. 결합 후 1위 지역의 평균 점유율도 60.1%로 분석했다.

하지만 IPTV 등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이 커지면서, 공정위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시장 사이에서 소비자가 오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사실상 아날로그 방송인 8VSB에서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으로 가는 소비자들은 있더라도, 거꾸로 이동하는 소비자는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처럼 시장을 나누면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결합 후 1위 지역 평균 점유율을 46.1%로 낮게 봤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통해 생겨날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쪽에 몇 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케이블TV의 수신료를 소비자물가 인상률보다 높게 올릴 수 없도록 한다거나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소비자가 선호하는 채널 등을 임의로 줄일 수 없게 하는 등이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현 상황을 고려해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됐다"며 "유료방송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 맞추면서,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속히 처리했다"고 밝혔다.

2016년과 달리 기업결합을 승인한 데 대해서는 "2016년과 2019년의 시장은 달라졌다, 디지털 상품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물론 경쟁제한성이 있지만, 이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 것보다는 추가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CJ헬로 #티브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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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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